김기연 전국민노총 충북지역본부 대외협력국장

유성기업 아산공장 공장장의 수첩에 적시된 글귀. 제압의 대상은 노조원들. 제압의 방식은 ‘용역 폭력 구매’

“확실하게 제압하라(∴ 확실하게 이기는 싸움)” 마치 전투에 임하는 무사의 다짐같은 메모였다. 이러한 확신의 근저에는 창조컨설팅사와 ‘CJ시큐리티’가 있었다.

창조컨설팅은 전문노무법인이다. 경총에서 13년간 근무하며 요직을 두루 섭렵한 심종두 공인노무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창조’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대구 영남대의료원과 경주 발레오전장, 유성기업, SJM에 극심한 노사분규를 불러왔다. 이 외에도 KEC, 상신브레이크 등도 개입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CJ시큐리티는 창조컨설팅과 단짝을 이룬 폭력 용역회사다. 유성기업에서는 지난해 5월 19일 새벽 1시경 뺑소니 사고로 노조원 13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바 있고, 6월 22일에도 쇠파이프, 소화기 등으로 광대뼈 함몰, 두개골 골절 등 22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바 있다. KEC 투입 정황도 발견되고 있으며, 최근 만도에 1,500여명을 투입한 지원가드는 법인명만 바꾼 CJ시큐리티라는 점이 확인됐다.

<미디어충청>이 입수한 CJ시큐리티 간부의 수첩에는 경산삼성병원 노조간부 3명을 거론하며 “성매매, 강간, 방화, 폭행, 교통사고, 음주운전” 등으로 제압할 것 기획했다. 이 수첩에는 ‘양주배송 현황’ 대상에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를 적시하고 있다. 컨택터스도 창조컨설팅이 자문하거나 자문이 의심되는 상신브레이크, 유성기업, SJM에서 폭력을 휘둘렀다.

독자적 경영권을 가진 병원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하청사업장이라는 점에서 현대차의 배후설도 제기된다. 현대차 고위 간부 차량에서 발견된 ‘유성기업 동향보고’ 제하의 전자우편 출력본과 현대차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을 파악한 문건은 이를 반증한다.

경제의 3주체인 기업, 정부, 소비자(노동자) 중 기업의 ‘탐욕’이 통제선을 넘어서 경제독재가 심화되고 있기에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3주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올바른 방향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와 노동권에 대한 보장 강화가 기울어진 균형추를 평행하게 맞추는 일일 것이다.

기업내부에서의 분배, 노사참여 경영 등을 통한 ‘내부 견제와 민주화’의 역할을 담당할 소비자의 권리가 ‘사적 폭력’에 의해 ‘확실히 제압’당하는 현실을 눈감는 경제민주화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폭력을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는 결코 민주화된 사회가 아니다. 작년 유성기업 폭력사태 이후 용역관련 법안 개정이 추진되었지만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그것이 SJM에서의 예견된 폭력을 미처 방지하지 못한 것이다.

하루속히 용역폭력을 방지와 더불어 노동권 신장을 위한 법률개정에 착수해야 한다. 아울러 폭력으로 노조를 파괴한 사업장에 대한 국정조사 등으로 짓밟힌 권리의 원상회복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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