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귀홍 사회문화부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정당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졌던 사람이 있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관계자였던 이는 우스갯소리로 식당이라 답했다. 청주에만 해도 식당이 몇 개던가. 그럴 법 했다.

얼마 전 휴가 때 제주도에 갔다. 똑같은 물음을 던진 이가 둘이나 있었다. 식당이라 답할까 하다 참고 그들 말을 들었다. 그들은 ‘괸당’이라 말했다. 제주어인 괸당은 본래 친인척 같이 아주 가까운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러한 괸당문화는 집안의 경조사 때 함께 돕고 슬픔은 나누는 긍정적 공동체의식에서 비롯됐으나 반대로 부정적 연고주의와 폐쇄주의의 역기능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그들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직접적인 친분이 없다고 한들 동창회·향우회 등 혈연과 지연, 학연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말하는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당장 선거에서도 그 어떤 정책보다 또 새누리당이나 민주당보다 괸당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괸당문화는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히 일어난다고 한다.

최근 늘어나는 제주이민자들이 제주에 적응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역시 이 괸당문화라고 한다. ‘육지것’이라는 낙인 아닌 낙인 속에 지역사회에서 배제되곤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단 제주만 그럴까. 청주도 충북도 다르지 않다. 괸당과 같은 말만 없을 뿐이지 이러한 연고를 우선하는 문화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몇몇 귀농인들이 토로하는 어려움도 이 괸당의 폐해와 다르지 않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농지원부를 만들기 위해 땅을 사려해도 현지인보다 더 비싸게 팔려하는 일은 일도 아니라고 한다.

오랫동안 방치된 땅을 빌려 귀농인이 땀 흘려 일궈놓으면 도로 가져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귀농인 커뮤니티에서 오죽하면 이러한 피해사례들을 모아 매뉴얼처럼 일독을 권하고 있을까.
심지어는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지역에서 나왔으되 일찍이 출향했다 돌아온 이들에게까지 배타적으로 군다는 말도 들린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육지괸당’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원주민들이 수십년간 부대끼며 살아온 마을에 뒤늦게 들어간 이가 감당해야 할 몫은 있다. 그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은 기본일 것이다. 귀농인들이 지자체에 여러 혜택을 받는 것 역시 원주민들에게 고와 보일일은 없으니 이 또한 이해가 간다. 수십년간 땅을 지켜온 사람들에게는 없는 특혜일테니 말이다.

타 지역사람으로 아는 이 없는 이곳에 와 지역신문기자로 일하며 어려운 것은 지역 안에서 이슈를 찾는 것이다. 지역이슈를 찾는 것은 직업적으로 숙명적이만 가끔은 이것이 올바른 일인가 할 때가 있다. 출향인사의 고향 또는 출신학교에 집착하게 되는 것들도 그 중 하나다.

그럴 때마다 타 지역사람인 나는 과연 이곳 사람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괜한 피해의식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또 제주인들이 괸당의 폐해를 공감하고 있는 만큼 충북사람들도 이러한 연고주의를 공감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