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父가 불법오락실…그래서 수사 재지휘 파장
뇌물수수 구속 홍동표 전 서장 무죄확정도 논란

경찰 일각에서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면서 검·경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는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의 한 검사가 불법오락실을 운영하는 동료 검사의 아버지를 봐주려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가 하면,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던 전직 경찰서장이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것.

제천경찰서는 지난 9일 제천 시내의 한 불법 성인오락실을 단속해 업주 A씨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게임기 점수 보관증을 손님들끼리 거래하도록 주선하거나 이를 방조하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A씨의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강수사를 하라”고 지휘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 17일 보강수사를 마무리해 재지휘를 요구했고, 검찰은 지난 20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문제는 피의자 A씨가 동료검사 B씨의 아버지였다는 것.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검찰이 피의자가 동료 검사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지검 관계자는 “주말과 휴일이 끼어 월요일인 20일 경찰의 수사결과를 검토한 뒤 정상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담당검사도“동료 검사의 아버지인 줄 알고 있었지만 어떤 청탁이나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혹제기의 근원지가 경찰일 것으로 보고 검찰 역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청주지검 제천지청장과 제천경찰서장 모두 최근 2개월 내에 부임한 터라 이 지역 검·경 갈등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는 검찰과 싸워 이겼습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불법오락실 업자로부터 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홍동표 전 청주 흥덕경찰서장 사건도 검·경 간 갈등의 진원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는 ‘저는 검찰과 싸워서 이겼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홍 전 서장이 쓴 장문의 글이 실렸다.

홍 전 서장은 이 글에서 “저는 본의 아니게 사표를 내면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직원들과 악수도 못하고 경찰을 떠난 얼간이서장이 됐다”며 “경찰에 30여년 간 봉직하면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려 스스로 낮췄지만 검찰의 표적수사로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공직의 명예가 하루아침에 깨졌다”고 주장했다.

홍 전 서장은 특히 “검찰이 추측만이 가득한 공소장을 작성해 기소하면서 저의 결백은 허공에 맴돌았다”며 “검찰은 별건·주변수사로 사돈의 8촌까지 모두 수사했으나 추가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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