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여성친화도시 추진하자 ‘너무 어려워’ 반응
여성참여 강조되는 개념...선진국은 70년대부터 시작

▲ 전국적으로 여성친화도시가 대세다. 세계적인 흐름도 여성배려와 여성참여를 보장하는 도시 건설로 가고 있다. 청주시는 현재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고 추진해오고 있다. 민선5기 전반기 과정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해온 측면이 있다. 후반기에는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청주시 전경.

“여성친화도시가 대체 뭐여?” “‘환경친화적’이라는 말은 알겠는데 여성친화적이라는 건 당최 모르겠다.” 청주시가 지난 2010년부터 여성친화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주창했으나 시민들은 아직도 뭘 하자는 건지 잘 모른다. 관심있는 여성계나 이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나 알까 ‘너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그래서 여성친화도시가 되면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이 사업은 여성가족부가 지난 2009년 전남 익산시와 여수시를 여성친화도시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현재까지 서울·대구·수원·시흥·청주·당진·안산·안양·제주 등 30개 도시가 지정됐다. 광역지자체는 구 단위로 이뤄졌다. 청주시는 한범덕 시장이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여성가족부에 신청한 뒤 지정을 받았다. 이후 2010년 12월 여성가족부와 협약을 맺었다.

청주시가 여성친화도시를 추진한 것은 약 1년 8개월 가량 된다. 그럼에도 아직도 시민들에게 개념을 인식시키지 못한 것은 문제다. 대시민 홍보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시는 올해 들어서야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최근들어 종합보고서가 나왔다. 청주시 담당 과장은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용역을 하기 전,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하면서 시간만 낭비한 측면이 많다. 여성친화도시라는 개념이 정확히 서있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해오던 여성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나열해 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친화도시를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면서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구현되도록 하는 지역 및 도시”라고 정의한다. 정책을 수립할 때나 도시를 개발할 때 여성주의 관점에서 하자는 것이다. 이건 대단히 큰 변화다. 단기간에 될 일이 아니지만,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로 탈바꿈 시킨다는 것은 도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는 이미 1970년대에 ‘밤길 안전하게 다니기’ 캠페인을 벌이고 이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한없이 늦은 것이다.

현재의 도시는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운영돼 왔다. 그러다보니 여성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고,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기승을 부렸다. 이제 성주류화 정책을 실현하려면 도시도 여성주의 관점에서 뜯어고쳐야 하는 것이다. 민경자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은 “여성이기 때문에 불편·부당·불안했던 점을 고쳐야 한다. 여성의 관점없이 설계됐기 때문에 불편한 점, 여성의 참여가 배제됐기 때문에 부당했던 점, 여성을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했던 점을 개선하자는 게 여성친화도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성주류화’라는 말이 있다. 이 말만 나오면 남성들은 고개를 돌리지만, 이는 시대적인 요구다. 정책과 프로그램을 결정하고 추진할 때 여성과 남성이 처한 조건의 차이와 사회·경제적 상황을 중요하게 고려해 정책 시스템과 문화를 여성친화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여성친화도시는 이런 정책 방향에서 나왔다. 현재는 충북도내에서 청주시가 여성친화도시를 추진하고 있고, 제천시가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충북도 전역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 청주시는 여성친화도시 정책의 일환으로 시청 주자창 일부를 여성우선 주차장으로 개조했다.

충북도 전체가 여성친화도시로 가야

변혜정 도 여성정책관은 “내년부터 성인지예산제도가 본격 도입되는 등 모든 제도가 성평등 쪽으로 가고 있다. 이런 것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여성친화도시는 외국에서 도입해 왔지만 충북도내 전체가 이런 도시로 가야 한다. 전국의 다른 도시들도 나중에는 이런 쪽으로 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내 전공무원들은 성평등의식을 가지고 모든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은 청주시 여성친화도시 이름을 '여울림 청주'로 정하고 슬로건으로 ‘여성이 평화롭게! 청주를 살맛나게!’를 내걸었다. 핵심과제는 여성이 편안한 청주·일 가정 함께하는 청주·여성이 능력있고 건강한 청주·여성이 참여하는 청주·여성이 남성과 평등한 청주다. 시정 전반에 여성의 관점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청주시가 연구용역에 제시된 이런 정책들을 얼마나 실천할 것인가가 과제다.

아울러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은 청주시가 이미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나 더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조례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장은 매년 부서별 추진실적을 평가해서 부서 및 개인 실적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등 강제조항을 더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계 역시 이런 점을 원하고 있다.

한편 윤송현 청주시의원은 “청주시가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이 이동하기 좋은 도시를 위해 인도를 넓혀야 한다. 또 일·가정 양립을 위한 도시를 위해 시 공무원들이 초과근무 하지 않는 도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일하기 좋은 도시라는 개념이 생길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럼 남성친화도시도 만들자고? 그건 아니지!
현재의 모습이 남성친화도시···‘여성’은 사회적 약자 대표하는 개념

여성친화도시가 나오니 남성친화도시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맞는 아내’를 얘기하면 ‘매맞는 남편’이 있고,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있으면 ‘남성인력개발센터’도 있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어떤 남성은 “요즘은 여성상위시대라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 오히려 남성들이 밀려나고 있다. 집안에서도 여성들이 큰 소리 친다. 남성들이 밥하고 청소하고 가사노동 한다”며 “여성도시까지 만들어지면 남성들은 어떻게 사느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미 우리는 오래전부터 남성친화도시에 살고 있고, 여성친화도시는 여성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은 “여성친화도시는 복지에 성별개념이 포함된 것이다. 그 이유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생물학적인 여성을 말하는 건 아니다. 때문에 남성친화도시를 만들자는 건 말이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이는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이 여성가족부·서울시 등의 자료를 참고해 만든 ‘여성친화시설 평가지표’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도로시설과 교통·공원·공공시설 등의 기준을 이제는 약자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하면 결국은 모든 사람을 위한 도시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여성친화도시에서의 여성은 남성과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고, 남성들이 가지고 있던 것을 뺏자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도시는 매우 남성친화적이다. 도시의 많은 부분을 성인 남자에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 모든 장소에서 흡연이 허용된 것도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한 것 이었다. 또 도로와 교통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아 밤길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결국 이 피해는 여성에게 돌아간다. 여성을 상대로한 범죄율은 갈수록 늘고 성폭력도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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