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0개 사업 추진하지만 체감 온도 낮아
“관련 부서 사업 백화점식 나열만 한다”지적도

도시의 패러다임 바뀌다
갈길 먼 여성친화도시 청주 

민선 5기 청주시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2가지다. 녹색수도이자 여성친화도시라는 것. 하지만 여성친화도시는 녹색수도 만큼 개념이 모호하거나, 구체적인 사업들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청주시가 여성친화도시로 한 일은 “시청 주차장에 줄 친 것 밖에 없다”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청주시는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벌이면서 시청, 주민센터, 양 구청 등 8개소에 37면의 여성전용주차공간을 개설했다.

여성가족과가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체감온도가 낮다. 배티공원은 옛 기무사터를 리모델링하고 여성친화공원 타이틀을 붙여 올 10월에 오픈할 예정이다. 어린이 놀이공원과 수유시설 및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청주시가 여성친화도시가 된 것은 2010년이다. 여성가족부는 해마다 여성친화도시를 인증해주고 있는데, 2012년 현재 30개 도시가 있다. 여성친화도시는 5년간 지정받는다.

청주시는 지정된 이후 해마다 50여개의 사업을 벌었다. 여성이 일하는 청주, 여성이 안전한 청주, 여성을 돌보는 청주, 여성이 편리한 청주, 여성이 넉넉한 청주를 테마로 시에서 펼쳐지는 사업 중 ‘여성친화’적인 것이 있으면 여성친화도시 사업으로 분류했다. 예를 들어 공원녹지과에서 옛 기무사를 리모델링한 것이 여성친화공원조성사업이 됐고, 문화체육회관이 벌이는 목요정기공연도 여성친화도시 사업으로 분류됐다.

양성 평등 교육에 치중

배티공원 전경
그렇다면 청주시가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면서 벌인 자체 사업은 뭘까. 먼저 시 관계자는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친화도시를 선정해나가고 있지만 실질적인 예산지원은 따로 없다. 지역에 컨설던트 인력을 지원해준다거나, 관련자들 교육을 해주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청주시가 지속적으로 해온 일은 자문회의 개최, 서포터즈 운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육, 성인지 아카데미 운영 등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여성친화공원인 배티공원 조성, 관공서 여성전용주차공간 설치, 여성가족과 리모델링 등을 해왔다.

여성서포터즈는 지난해 구성됐는데 101명이 활동하고 있다. 민원을 제기하거나 용역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다. 여성가족과는 리모델링을 통해 바닥선을 매립하고,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도록 턱을 낮췄다. 또 민원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조성해놓았다. 이밖에 청사 내 여성화장실에 비품을 설치하는 정도였다. 또한 현재 농협 건물 3층에 수유실을 마련했지만 이용객은 거의 없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위치한 건물 1층 민원실로 수유실을 옮기려고 내년에 예산을 올릴 것이다”고 답했다.

여성 관련 이슈 제대로 못 풀어

배티공원에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
여성안심브랜드 택시 운영은 2010년도부터 계획했지만 실행되지 못하다가 올 9월부터 법인 택시 11개사 680대에 한해 시행된다. 12억 4000만원(자부담 30%포함)을 들여 택시에 GPS위성콜 서비스를 장착하는 것이다. 그러면 콜 센터에서 택시를 부르면 제 3자에게 택시 기사명, 차량번호, 도착예정시간 등을 문자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카드결제기도 장착해 영수증출력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청주시내 불법도급택시 문제로 17살 여고생이 사망하는 등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업 추진은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따라서 차에 이러한 장치를 갖춘다고 해도,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이 임의로 도급을 할 경우 잡아낼 길이 없다. 또 이번에 법인택시 가운데 절반만 브랜드 택시를 신청했다. 법인택시는 현재 21개사 1481대가 있다.

이에 대해 한 여성단체 활동가는 “민선 5기가 여성친화도시를 외치지만 실제로 여성간병노동자 문제나 최근 터진 택시 사고를 보면 행정에서 의지가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관계부서가 따로따로 노는 것 자체가 행정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친화도시를 통해 성별영양분석평가와 더불어 성인지 예산을 확보하는 노력까지 가야 한다. 몇 개 사업만 하면서 여성친화도시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는 성별영향분석평가법 통과로 예산에 성인지 관점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청주시는 최근 여성친화도시 관련 용역을 끝마쳤다. 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2013년부터는 신규사업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24개 사업은 기존에 있던 사업을 진행하고, 26개 신규사업을 선정한다. 9월 20일까지 관련부서에서 사업을 받아 최종검토하게 된다.

여성가족과 자체 신규사업으로는 여성친화기업 인증(25개),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역할강화(300명으로 확대), 가정 내 성평등 역할 분담 동영상 제작 보급, 폭력·차별없는 여성평화마을 선정 및 표지판 설치 등을 꼽고 있다. 관련 예산은 약 1억 5000만원을 세웠다. 청주시 관계자는 “양성평등을 강조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분위기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여성친화도시 1호 익산, “여성의 관점으로 도시 건설”
부시장 직속 ‘여성친화담당관’ 조직 갖추고 정책 조정해

여성친화도시 1호는 전북 익산이다. 인구 31만 도시가 여성친화도시를 택한 것은 인구감소에 따른 대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살기 좋은 도시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여성친화도시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이한수 익산시장이 이 개념을 2008년 처음 내세웠고, 6.2 지방선거에서 연임해 여성친화도시를 이끌고 있다. 익산시의 슬로건은 여성친화감성도시다. 2009년 여성가족부가 익산시를 인증해줬고, 이후 여성가족부는 전국단위 사업으로 확장시켜나갔다.

익산시는 지난해부터 부시장 직속으로 여성친화담당관 조직을 만들었다. 여성정책, 여성친화, 도시경관 3개의 계가 있으며 9명의 직원이 배치됐다. 익산시는 공사 5000만원 이상, 용역 3000만원 이상, 행사 1000만원 이상일 경우 여성친화담당관의 컨설팅을 무조건 받아야 한다. 만약 컨설팅을 받지 않으면 감사관이 계약심사를 해주지 않는다. 컨설팅은 건축, 조경, 디자인, 여성정책, 도시계획 등 각계 전문가들이 담당한다.

또 75명으로 구성된 여성친화도시조성협의체가 있으며, 5개 분과를 두고 있다. 분과모임 이후 소회의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의견을 결정한다. 전체회의에는 공무원 및 기관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결정한다. 이른바 여성친화도시를 통해 거버넌스 행정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친화담당관의 김강희 주무관은 “여성친화담당관 조직은 익산시 정책이나 성인지 예산에 대한 전체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연초 업무계획을 할 경우 부서목표 및 정책 을 실현할 때의 여성참여비율까지 잡아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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