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그루 중 8그루 고사…“고사율 50%웬일”해석 분분
“수령 50~60년 된 나무, 전문가 자문없이 심었다”지적

나무가 죽었다. 중앙동에 심겨진 20m의 소나무는 왜 도심에서 스러져갔을까. 나무의 죽음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나무는 지금 청주시의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청주시는 지난 15일 중앙로에 심겨졌지만 고사된 대형 소나무 5그루를 벴다. 나머지 3그루는 좀 더 상태를 지켜보다 오는 11월경 벨 예정이다. 중앙동에 심겨진 15그루의 나무가운데 사실상 8그루가 고사, 50%의 고사율을 보였다. 보통 이식할 경우 10~20%의 고사율이 보편적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이식 과정 없이 심겨졌고, 올해 폭염과 가뭄 등 환경적인 요인이 컸다. 토양이 다르다보니 나무들이 적응하지 못했다. 5그루를 벴고, 3그루는 20~30%가 살아있는 것으로 판단돼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답했다.

나무를 심고 나면 보통 식재한 업체가 2년간 A/S를 한다. 청주시는 16일 조경전문가, 상가번영회, 공무원 등 관련자들을 모아놓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앞으로 키가 큰 소나무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수령이 좋고, 이식과정을 마친 것을 심어서 다시는 죽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쓸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2013년까지 A/S 기간이기 때문에 따로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

홍천에서 온 키 큰 소나무

▲ 지난 15일 중앙동 소나무 15그루 가운데 5그루가 베어졌다. 시는 11월경 남은 3그루를 더 벨 예정이다. 고사율 50%를 넘긴 원인을 놓고 최근 시에서 대책회의가 열렸다. 사진/육성준 기자
나무는 강원도 홍천에서 가지고 왔다. 인근 농장주가 키 큰 소나무가 햇빛을 가린다고 벌목허가를 내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화목으로 쓰일 나무를 가지고 와 중앙동에 심었다. 권순택 중앙동 상가번영회장은 “상가 주인들이 나무에 대해서 민감하다. 간판을 가리기 때문이다. 키가 큰 소나무를 고른 건 간판을 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심고 난 후 사람들은 이곳을 ‘소나무 거리’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나무로 인해 빈 점포는 눈에 띄게 줄었다. 도심활성화 차원에서 심은 나무는 대성공이었다. 권 회장은 “10여 년 전만 해도 230m구간에 40여개의 상가 중 1층만 20여개가 비어있었다. 이후 2005년 차 없는 거리 조성 사업 등을 벌였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커다란 광장만 휑하게 있었다. 그러다가 2011년 나무를 심고 물길을 내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95%가까이 상가가 들어섰다. 빈 공터도 사라졌고, 유일한 빈 공터였던 곳도 조만간 15층짜리 오피스텔이 들어선다”고 강조했다.

한그루에 1350만원 소요

나무는 살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심겨졌다. 2009년 국토해양부 공모사업에 청주시가 대상을 받아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성안동과 중앙동 활성화 사업을 벌인 것이다. 국비 15억, 시비 15억원이 들었다. 성안동에 벽천 및 보도블럭 등을 교체했고, 중앙동에는 물길과 나무심기 사업을 했다.

사실상 15그루의 나무를 심는 데는 총 2억원이 들어갔다. 나무 한그루를 식재하고 운반하는 데는 총 1350만원이 들었다. 성안동에 벽천 1개를 만드는 데 비용이 2억원이었던 것을 따진다면 나무심기의 효과는 컸다. 부천, 대구, 안양시에서 벤치마킹을 오기도 했다.

살고싶은 도시만들기 사업을 총 기획했던 김동호 박사는 “나무가 죽으면 또 심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도심에 나무를 심었고, 이를 통해 도심 재생을 이뤘다는 것이다. 도심재생을 위해 상권에 나무를 심고 물길을 낸 것은 중앙동이 전국 최초의 사례였다. 그 결과 지역이 장소성을 획득했고, 랜드마크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이미 고사 예견

도심재생의 관점에서 나무가 심겨졌고, 나무는 도심재생의 몫을 다했다. 하지만 조경 전문가 및 학계에서는 아쉬움을 표한다. 이미 전문가들은 나무가 심겨질 때부터 죽을 것을 예고했다.

특히 이번에 나무를 베어보니 수령이 50~60년 밖에 되지 않았다. 워낙 키가 15m, 20m에 달해 수령이 족히 150년은 됐을 것이라고 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충분히 살 가능성이 있었다. 나무는 2011년 8월부터 10월까지 두 달 동안 심겨졌다.

반기민 충북대 임학과 겸임교수는 “일단 중앙동이 심을 수 있는 적지가 아니었다. 식재할 때 수분을 저장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이식할 경우 수분이 더 많이 필요하다. 키가 크고, 직경사이즈가 크면 생육하기가 까다롭다. 적정하게 심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재결과 나무를 심기 전 자문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또 시공업체가 영세한 조경회사에 재하청을 줬다. 따라서 나무가 식재된 이후로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중앙동의 한 주민은 “우리는 나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까, 그저 잘 살기만을 바랐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는 않아 보였지만 2년 동안 A/S를 업체가 해주니까 당연히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잘 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나무를 이식하고 뿌리는 내리는 과정은 보통 2~3년이 걸린다. 이식한 나무는 생존율이 90%에 달하지만 비용도 2배 이상 뛴다. 따라서 가격 때문에 이식 과정을 거치지 않는 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남겨진 나무에 대해서도 생존여부를 따지기 어렵다. 왜냐면 동일한 환경조건에서 심어졌고, 지금까지는 죽은 나무보다 잘 버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고사된 자리에 7~8m 되는 나무를 심고, 수종의 변화를 꾀할 것이다. 관련 전문가 및 주민들과 함께 결정을 내릴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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