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민은행에 관리신탁, 당분간 매각은 어려울 듯
확인 안 된 구천서 전의원 관련설, 충청리뷰도 엉뚱한 소문에 휩싸이기도

한나라당이 국가헌납을 약속한 중앙연수원(천안시 병천면 가전리 일대)의 처리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하는 검찰이 2002년 대선 당시 지구당에 떨어진 대선자금 지출내역에 대한 수사, 이른바 출구조사 여부로 고민하면서 정치권에 ‘빅 딜’설이 불거지면서 부터다. 한나라당이 공언한 중앙당연수원 국가헌납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검찰이 출구조사에 대해 정상참작 내지 묻어둘 수도 있다는 억측이 그것이다. 한창 논란으로 치닫던 이 문제는 현재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로 언론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 나 있지만 언젠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을 긴장시킨다. 한나라당 연수원은 자금압박을 받는 당에 의해 이미 오래전부터 매각이 추진되어 왔다.

지난 17대 총선 전 중앙연수원의 국가헌납을 공약한 한나라당은 현재 관련 절차를 밟고 있으나 여전히 이에 쏠리는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의혹의 가장 큰 핵심은 과연 실제로 헌납할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여전히 총선용 ‘정치 쇼’라고 일축한다. 자신 소유의 재산을 모두 국가에 바치겠다고 철통같이 약속하고도 언제 그랬느냐며 국민들을 기만한 전두환씨 사례를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정치인들의 거짓말 망령을 쉽게 지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 총선이 끝난 지난 22일 당 운영위원회에서 “당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 당이 책임지고 갚도록 한다는 정신하에 법원의 추징판결과 관계없이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했고, 소유권도 포기했다. 지금은 그 절차가 진행중에 있다”고 밝혀 헌납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형오 사무총장도 같은 날 “국가헌납에는 이상이 없으니 오해하지 말아달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일단 국민은행에 관리만 신탁
국가헌납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은 총선 전에 KB(국민은행) 부동산 국민신탁에 천안 중앙연수원을 신탁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재산권 자체를 포기한 신탁이 아니라 관리만 신탁한 상태다. 소유권을 포기했다는 박근혜 대표의 말과는 괴리감이 있다. 물론 박대표의 소유권 포기에 따른 과정이 현재 진행중에 있다는 말은 맞다. 다만 지금의 ‘진행’이 궁극적으로 성사될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중앙당 총무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는 총선 전에 분명히 국가헌납을 대국민공약으로 밝혔고 이에 따른 국가의 의사를 물었다. 그러나 국가(재경부)는 이런 식의 재산헌납은 받을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명했고, 불법대선자금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에서도 당에 대해 일괄적으로 추징할 수 없다며 아직 추징금을 때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불법 대선자금에 따른 추징금이 선고될 경우 연수원 재산으로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지금도 이런 방침엔 변함이 없다.

국민은행 부동산 신탁과의 계약에도 이를 명시했다. 그러나 매각도 안 되고 국가 역시 아직 재산헌납을 받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일단 관리신탁을 맡긴 것이다. 지금이라도 재경부가 헌납을 받겠다면 당장 소유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과 검찰에선 한나라당의 연수원 국가헌납에 대해 아직 확실한 답변을 주지 못한다. 이런 경우 정치자금에 대한 성격 규정이 모호한데다, 불법대선자금과 관련된 정치인 수사가 어디까지나 개인 차원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특정 정당에 일괄 책임을 묻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의 일단이 얼마전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의 입에서도 나왔다. 한나라당의 국가헌납이 법률적으로 가능한지를 검토시켰다고 말해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주겠다고 해서 그냥 받을 수 없는 상황
지금으로선 연수원의 국가헌납은 여전히 난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의 대국민 약속이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역시 판단을 유보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정치적 접근을 배제한 해석을 내리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론 재경부가 한나라당의 헌납의사를 수용한다면 간단하다. 우리가 위임받아 잡종재산으로 분류, 관리할 수도 있고 재경부에서 직접 관리할수도 있다. 문제는 국가에 대한 재산헌납이 반드시 법과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당사자들이 수용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거 신군부세력들이 무우 자르듯 부정한 정치인들의 재산을 몰수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마도 법률적 판단이 먼저 확실히 나와야 국가헌납도 가능할 것이다.”

한 정당 관계자는 “연수원의 국가헌납 결정은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이 소위 ‘차떼기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급하게 제시한 측면이 있다. 때문에 의욕이 앞선 선언적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당으로선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만약 관련 절차가 여의치 않더라도 한나라당이 그 약속을 철회하기는 쉽지 않다. 끝내 국가헌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익기관에 희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문제의 한나라당 중앙연수원은 지난해 하반기 쯤 심각하게(?) 매각설에 휘말렸고 이 과정에서, 지난 2002년 2월 실시된 대한태권도협회장 선거와 관련 지난해 12월 5일 업무방해 및 배임증재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충북출신 구천서 전의원(전 대한태권도협회장)이 관련됐다는 소문이 나돌아 지역 정가의 민감한 반응을 샀다. 당시 한나라당 중앙연수원 문제를 심층취재했던 충청리뷰는 엉뚱하게도 구 전의원의 구속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헛소문에 말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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