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외 생계 막막한 경우’에서 ‘생계 중요한 수단으로’ 확대
취소처분 110일 면허 정지로, 정지 처분은 1/2로 감경

운전면허 취소자나 정지처분을 받은 사람 중 생계유지를 위해 운전이 필수적인 서민의 ‘구제’를 위해 충북지방경찰청이 매월 1회 운전면허처분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하자 신청자들의 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운전면허가 절실히 필요한 서민에게 현행 감경 요건인 ‘운전이외에 생계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운전이 가족의 생계를 감당할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경우’까지를 포함시키기로 하면서부터다.

심의대상은 음주운전 행정처분자로 과거 5년 이내 음주운전 경력이 없고, 혈중알콜농도 0.12%이하인 사람으로 감경사유 적용요건은 ▲운전 이외에 가족의 생계를 담당할 수단이 없는 사람 ▲모범운전자로서 3년 이상 교통봉사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뺑소니범 검거로 경찰서장 이상 표창을 받은 경우다. 그러나 경찰은 “혈중알콜농도가 0.12초과하거나 주취운전 중 인피사고 야기, 음주측정요구에 불응 또는 도주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한 때, 과거 5년 이내 3회 이상 인적피해 교통사고 전력이 있는 경우는 제외 된다”고 밝혔다.

심의대상 운전자는 16일 이후 운전면허 행정처분 이의신청서와 행정처분통지서 및 증빙서류를 갖춰 충북지방경찰청이나 각 경찰서 민원실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위원회 심의를 통해 구제되는 운전자는 운전면허정지처분은 110일 면허정지로, 정지처분은 원래처분의 1/2로 처벌이 줄어 든다.

   
 경찰이 '운전자외에 생계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 뿐 아니라 '운전이 가족의 생계를 감당할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경우' 까지를 이번 감경 요인에 포함 시키면서 신청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청자들 사연도 ‘제각각’
지난 16일부터 접수를 받기 시작한 경찰에는 현재 87명의 운전면허취소자와 정지처분을 받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하루평균 10명 안팎이 구제신청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구제신청을 한 사람들 중에는 영업사원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배달 자영업자와 농민 등 직업 또한 다양했다. 지난 3월 말 괴산지역에서 음주운전(0.103%)으로 적발된 한 50대는 “97년 운전면허를 취득 후 건설현장 인부들을 출·퇴근시키는 일을 해왔는데 음주로 적발된 후 차량운행을 못해 직장을 떠나있는 상태”라며 “가족 모두가 장애인으로 국가보조 등으로 생활하고 있는 형편에서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고, 장애인 증명서 등을 자료로 제출했다.

또 괴산지역에 사는 40대 농민은 “농사를 지으며 경매장까지 농산물을 운반하는 경우가 많고, 농 작업에 필요한 인부를 차로 데려오는 등 차량을 계속 사용해 왔는데 현재는 농사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다시 음주운전을 할 경우 10배에 달하는 행정처분이라도 받겠다”고 말해 절실함을 짐작해 했다.

지난해 8월 혈중알콜농도 0.115%상태에서 차를 몰다 청주에서 적발된 40대 배달자영업자는 “유류배달로 어린자녀와 노모를 모시며 이제껏 생활해 왔는데 몇 달째 일을 하지 못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사실관계 조사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
이 제도를 통해 구제를 받으려는 운전자가 늘면서 충북경찰청 교통계에는 하루 수십 통씩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있고 구제신청자의 발길도 연일 계속되자 경찰은 사실관계조사에 더욱 신경을 쓰는 눈치다. 인원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업무가 늘다보니 관련부서는 야간근무와 주말근무까지 하기 일쑤.

경찰은 이처럼 신청자가 몰리는 것을 ‘지난 2000년  시행 때와 비교해 구제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신청자들의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구제여부를 가린다는 것이 경찰의 방침.

권수각 교통계장은 “일부언론에서는 서류심사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구제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실한 입증서류에 대해 추가제출을 요구하고 있고 현장방문 등을 통해 그들의 주장이 맞는지 사실여부를 일일이 조사하고 있다. 또 사실 관계가 입증된다 하더라도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행정심판·소송통해 115건 구제돼
2000년에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음주운전자 구제제도는 그러나 ‘운전이외에 생계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만 해당이 됐고, 이마저도 폐지되면서 음주운전자 구제제도는 사실상 행정심판과 소송만으로 진행돼 왔다. 지난해 행정심판에서는 총 502건이 접수돼 이중 104건이 구제됐고, 행정소송에서도 59건 중 11건만이 승소해 음주운전으로 처벌된 운전자의 구제가 쉽지 않았다. 이번 이의신청제도가 다시 부활하면서 구제운전자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반 시민들도”강력한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생계마저 위협을 받는다면 너무 가혹하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민 박모씨(32)는 “감경사유 적용요건과 심의대상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상습 음주운전자 등을 가려내 구제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제도가 벌점초과 등 다른 사안으로 운전을 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대해“현재 음주운전면허로만 한정되어있는 행정처분 감경사유에 벌점초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정지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 회원 등 민간인도 심의위원회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충북도내 운전면허 발급자 및 면허정지 취소현황을 보면 총 면허 발급자 65만 270명 가운데 총 면허취소자는 1만 993명으로 면허소지자의 1.7%를 차지했으며, 그중 음주로 인한 면허취소는 73%(8115명)로 집계됐다. 또한 면허소지자 중 면허정지자는 5.2%(3만 3704명)로 그중 음주로 인한 면허정지자는 30%(1만 27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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