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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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08.1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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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의 <1945년 8·15>·염상섭의 <효풍>·김동리의 <해방>

소종민 (공부모임 책과글 대표)


“8월 15일, 서울은 마치 쥐죽은 듯 고요하였다. 시민들은 일본의 항복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냥 기다렸다. 기쁨과 희망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그 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나 다음 날 모든 것이 바뀌었다. 환희에 가득 찬 사람들의 거대한 물결이 온 시내, 온 나라를 뒤덮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텅 비고 조용하기만 하였던 서울, 수많은 사람들이 파도처럼 광장과 거리와 골목을 가득 메웠다. 끝없는 흰 바다가 흔들리며 들끓는 듯하였다.”

역사학자이자 <콤소몰 프라브다>의 특파원이었던 파냐 샤브쉬나가 소련 영사관에 출입하면서 목격한 1945년 8월 15일 서울의 풍경이다. 어제와 내일의 의미를 확연히 가르는 역사의 전환점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그토록 간절히 기다렸던 그 날은 이렇게 ‘도둑처럼’ 왔다. 심훈 선생(1901~ 1936)이 그렇게 간절히 바랬던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그날이 오면>)은 조용하게 가만히 왔다.

세월은 그렇게 가고, 또 이렇게 온다. 벌써 2012년, ‘해방’이 된 지도 67주년이 되었다. 1차대전과 2차대전이라는 세계사적 격변은 지구 곳곳을 초토화하였고, 인간의 운명은 삶보다는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 서 있었다.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식민지로 전락했던 수많은 나라가 해방되어 독립국이 되었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해방이 되자마자 여운형 선생(1886~1947)의 주도로 ‘건국준비위원회’가 전국적인 규모로 결성되었다. 자주 독립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그렇지만 <태평양 방면 미국 육군 부대 총사령부 포고령 제1호>은 달랐다. “본관의 지휘를 받은 승리에 빛나는 미국 군대는 오늘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하였다. 본관은 태평양 방면 미 육군 총사령관으로서 본관에게 부여된 권한으로써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 및 조선 인민에 대한 군정을 펴면서 다음과 같은 점령에 관한 조건을 포고한다. 제1조,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 영토와 조선 인민에 대한 최고 통치권은 당분간 본관의 권한 하에 시행된다.”

한반도는 일본제국주의의 영토이므로, 일본제국주의를 제압한 미국과 소련의 군대에 의한 한반도 점령은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상해임시정부를 비롯하여 조선의용군·신간회·수많은 노동조합과 농민조합 등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위하여 50여 년간 싸워온 조선인 자신의 투쟁과 성과는 일체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규정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4개국에 의한 신탁통치안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마저도 시행되지 못하였다. 찬탁·반탁을 둘러싼 좌·우익의 극한 대립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자주독립을 향한 5년간의 애씀은 무력충돌로 귀결되면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문학인들 또한 휘말려 있었다. 문인들 역시 좌우로 양극화되어 갔다. 김남천, 염상섭, 김동리, 좌우·중도파로 분류되는 이 세 작가는 각기 ‘해방정국’을 배경으로 하는 장편소설을 신문에 연재하였다. 그러나 이 세 편 모두 오랫동안 출판되지 못하였다.

격동기에 이들의 개인적 처지 또한 순탄치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의 노고에 힘입어 1998년 염상섭의 소설이, 2007년 김남천의 소설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김동리의 소설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김남천(1911~1951)의 <1945년 8·15>는 1945년 10월 15일부터 <자유신문>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1946년 6월 28일 연재가 중단된 미완의 장편소설이다. 독립운동가의 딸 박문경과, 감옥에서 해방을 맞은 의대생 김지원을 중심인물로 삼아 친일파·미군정·자주독립의 문제가 표현된다. 8·15 이후의 역사에 대한 헌신과 소명의식이 작품 전면에 가득하다.

염상섭(1897~1963)의 <효풍(曉風)>은 <자유신문>에 1948년 1월 1일부터 11월 3일까지, 200회로 완결된 장편소설이다. 친일파에서 친미파로 변신한 부친과는 달리, 주인공 박병직은 남북 분열을 해소하고 외세의 영향력에서 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지한파 미국 청년실업가 베커와의 대화에서 박병직은 “당신 같은 분부터 빨갱이와 대다수 여론의 중류·중추가 무엇인지를 분간을 못하니까 실패란 말요! 우리는 무산독재도 부인하지마는 민족자본의 기반도 부실한 부르주아들이나 부르주아 아류를 긁어모은 일당독재를 거부한다는 것이 본심인데 그게 무에 빨갱이란 말요!”하고 절규한다.

김동리(1913~1995)의 <해방(解放)>은 1949년 9월 1일부터 1950년 2월 16일까지 <동아일보>에 총 156회 연재된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이장우는 우파 이념의 정당성을 증명하려는 치열한 정치의식을 보여준다. 인민당원인 친구 하윤철과의 대화에서 이장우는 “현실은 ‘두 개의 세계’의 싸움이란 것을 알아야 돼. 우리가 정치를 한다는 것은 이 ‘두 개의 세계’의 싸움에 뛰어드는 것뿐이야. 그 어느 ‘한 개의 세계’에 가담하여 다른 ‘한 개의 세계’와 싸우는 것이야.”라고 말한다.

이 ‘두 세계를 지양한 제3세계의 출현을 상상할 수는 없는가’ 하는 윤철의 반문에 이장우는, 그것은 이상이나 희망일 뿐 현실은 “그 어느 ‘한 개의 세계’가 다른 ‘한 개의 세계’를 극복하는 길밖에 없어”라고 답변한다. 이 작품이 연재될 즈음, 남한에는 이미 단독정부가 수립되어 좌익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장우가 말하는 ‘극복’은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냉전논리에 다름 아니었다. 이후 전쟁이 있었고, 한반도는 분단되었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흘렀다. 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


신간소개

진정일 교수, 시에게 과학을 묻다
진정일/ 궁리출판/ 1만3000원

이 책에는 시에서 골라낸 어떤 과학 용어들이 등장할까? 저자는 가능하면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를 선택하려고 노력했다. 과학 용어가 들어 있는 시라야 했기 때문에 제약도 많이 느꼈다. 따라서 좀 딱딱하다고 느끼는 현대시도 일부 포함시켰다. 또한 가급적이면 그 과학 용어가 우리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이거나 우리가 그 깊은 과학적 의미를 잘 모르더라도 자주 사용하는 것들 위주로 선택했다.


여론
월터리프만/ 까치글방/2만원

오늘날 미디어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결과는 선거와 기타 정치적 사안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일반대중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자료로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또한 조사 결과는 정책결정과 현안결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의 뿌리가 바로 이 책 <여론>이다. 이 책의 저자 월터 리프먼은 퓰리처 상을 2번이나 수상한 저명한 언론인이며, 그가 제기한 개념들은 현대의 정치와 미디어에 기초가 되었다.


디지털 워
찰스 아서/ 이콘출판/ 1만7000원

디지털 워라 불리는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사용자 경험을 충분히 만족시킬 또 다른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다만 새로운 전쟁터에서 다음 전쟁을 기다리고 있는 기업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 존재한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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