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급택시기사 A씨의 증언…“현재 절반 이상이 도급택시”

범죄특급, 공포의 도급택시
우리를 ‘유령’이라 부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택시회사와 기사 간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불법 도급택시의 속성 때문에 그 실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2010년 도급택시기사의 성폭력 살인사건이나 지난 8월1일 고3남학생의 무자격도급택시운전 사망사고 사건 등이 있을 때마다 호들갑이었지만, 청주시청의 사후약방문 단속결과는 ‘도급택시 없음’이라는 결론이었다. 법인택시회사는 서류상으로 도급을 은폐했고 도급택시기사는 ‘쌍벌제 처벌’등의 조건 속에서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급택시 기사가 스스로 입을 열었다.

▲ 택시기사 A씨는 4년 넘게 일했지만 회사에서 그의 존재를 아무도 알지 못했다. 7만원 가량의 일일 사납금만 내면 그는 운전대를 잡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급인해 기본적인 고용보장도 받지 못했다며 후회를 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에서 5년째 도급으로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는 50대 중반의 K씨, 그의 첫마디는 놀라웠다. “나의 존재를 회사 말고는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적어도 운전 4년차인 작년까지는 말이에요.”

2008년 4월, K씨는 지금의 법인택시회사에 스페어기사로 입사를 했다고 한다. 심장이 안 좋고 나이가 있는 관계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그는 택시 뒤편에 붙어 있는 ‘상시 기사 모집’이란 문구를 보고 이 회사를 찾아오게 되었단다.

이미 그 회사에는 ‘도급’이 성행하고 있었고, 도급을 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도급이 좋아보였던 것은 ‘건강이 안 좋은 상황에서, 내 맘대로 일하고, 쉬고 싶을 땐 내 맘대로 쉴 수 있는 것’이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입사 한 달 만에 회사에 어떤 흔적도 없는 ‘도급택시기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환상도 잠시였다고 한다. “처음 한 달은 하루 14시간 16시간을 운행했어요. 그런데 한 달이 지난 뒤부터는 몸이 감당이 안되더라고요. 하루 12시간 운행하는 것이 무리였던 거죠. 그러니 시간에 더 쫓기게 되더라고요. 짧은 시간에 최대한 사납금을 채워야 하니 과속, 신호위반은 기본이 되었죠.” 그 뒤부터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24시간 ‘독승무’에서 12시간 2교대제 도급택시로 전환했다고 한다.

물론 바뀐 것은 없었다. “저는 5년 동안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가스값을 지원받은 적도 없습니다. 물론 교육 같은 것도 받아본 적이 없지요. 회사는 하루에 한번, 사납금을 입금할 때만 들어갑니다. 회사와 저는 차량과 사납금을 교환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의료비지원을 받는 그는, 건강보험을 제외해달라고 했단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어떻게 등재되어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러다 올 5월경 회사 사무실에 있는 서류를 보게 되었는데 자신이 2011년과 2012년에 퇴사와 입사를 반복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 서류를 보게 됐다.

그는 또 한가지 놀라운 말을 했다. “저의 존재를 입사 4년 만에 드러내게 되었어요. 작년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었잖아요. 회사로부터 언질이 있었어요. 기존 노조대신에 회사가 지원하는 노조에 관여를 하게되었지요.”

그때 당시에는 회사가 더 나은 대우를 해줄 것으로 믿었단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밀려오는 사납금을 감당하기 어렵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K씨는 참다못해 올 해 ‘월급제사원’으로 전환해줄 것을 회사에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일언지하에 묵살했다. 그리고 아예 도급택시마저 차 열쇠를 회수하고, 배차를 중단했다.

그는 지금 지난 5년의 세월을 후회한다. “똑같이 일하고도 누구는 퇴직금도 받고, 상여금도 받고 하는데 나는 건강도 돈도 다 잃어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공민교통 사건이후 불법도급이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이 시점에, 내 놓고 도급택시를 계속하라는 배짱이 어떻게 나오는 겁니까. 지금도 우리 회사에는 절반 이상이 도급이에요.”

국토해양부, 도급택시 형태 규정
4대보험 가입했어도 낮은 월급은 도급 인정

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12조(명의이용금지 등)는 ‘운송사업자는 다른 운송사업자나 운송사업자가 아닌 자로 하여금 유상이나 무상으로 그 사업용 자동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여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게 할 수 없다’고 되어있다. 즉 개인택시와 같이 법상 면허를 취득한 개인과 법인택시에 ‘정상적으로 고용이 된’ 개인에 한해서만 택시를 이용해 운송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모두 법을 위반한 것이 되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도급, 지입과 같은 것이 대표적인 명의이용금지조항위반에 해당된다”고 설명한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지난 7월 17일 ‘도급택시 근절을 위한 점검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탈세, 범죄악용등 사회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불법도급택시의 근절을 위한 집중단속할 필요’ 가 있다며 도급택시의 형태를 규정했다.

‘일반적 형태’로는 ‘사업자와 도급운전자 간 구두계약 등 형식적 근로계약을 하고, 일상적 차고지밖 교대 등 부실한 운전자·차량관리, 운행 경비및 4대 보험을 사실상 운전자가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라고 명시했다.

또, ‘변형된 형태’로는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회사와 운전자가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임금은 지급하지 않으면서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처럼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4대보험에 가입하는 형태 등’으로 명시했다.

즉,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운전자에 비해 낮은 사납금을 책정하고 낮은 임금으로 주는 행위, 주유비등 운행경비 일체를 운전자가 부담하게 하는 행위, 임금을 주더라도 최저임금에 현저히 미달하여 지급하는 행위, 차량의 입출고를 확인할 수 없고 배차 등의 차량관리, 운전자 교육이 실행되지 않는 것’등 도급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한편, 현행법에는 ‘택시운송종사자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크기에 상관없이 회사가 이를 관리하고 소정의 기본급여를 월급으로 지급한다’는 ‘전액관리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른바 ‘사납금제’는 이를 위반한 것이다. 청주시에서 이를 이행하는 곳은 Y교통 한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리고 사납금제와 전액관리제를 병행해 시행하는 회사의 12시간 운행자의 1일 사납금은 10만원에서 11만원 사이이고, 도급제 형식일 경우 7만원에서 7만3천원의 사납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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