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정치평론가

티아라 파문이 좀 잦아드는 것 같다. 걸그룹 내에서 ‘왕따’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마치 지구상에 처음 있는 일인 양 호들갑 떠는 언론의 추태를 더 보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연예계의 왕따뿐 만 아니라 여의도의 왕따도 있다.

여의도의 왕따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이석기-김재연’일 수 있지만, 그 보다 전통적인 왕따가 있으니 바로 레임덕의 대통령이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으로 이어지는 레임덕의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 없이 여의도의 왕따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 그런 대통령도 ‘당선은 시키지 못하지만 판을 깰 수는 있다’라는 진리다.

결국 현영희와 현기환은 제명되고 구속될 것으로 보인다. 7월 초에 조사에 들어간 검찰은 왜 올림픽 시작 직후 전격적으로 이 사건을 터뜨렸을까? 여기부터 나는 소설을 쓴다. 왜 소설이냐고? 전적으로 내 상상력에 의한 것이니까!

지난 6월 말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이 박사모 홈페이지에 ‘이 대통령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게재했다. 지극히 신뢰할만한 분으로부터의 첩보라면서 이 대통령이 안철수를 민다는 것이다. 이재오에게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이 첩보가 사실이냐고 공개적으로 물은 것이다. 언론이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이재오 측이 적극적으로 부정했기 때문에 결국 흐지부지 되었다. 그리고 한 달 후, 전격적인 검찰의 발표가 있었다.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검은 거래가 있었고 그 주인공은 현영희 의원(비례대표 23번) 와 현기환 전 의원이라는 것이다. 현기환 전 의원은 부산지역 공천에 깊숙이 개입한 친박의 핵심이었고 현영희는 부산 마당발인 터! 개연성이 충분한 것이고 결국은 오늘에 이르렀다.

사건을 짜맞춰보면 대략 이런 소설이 써 진다. MB는 실제로 ‘당선은 시키지 못하지만 판을 깰 수 있다’는 경고장을 끊임없이 박근혜 진영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임태희 등의 등장은 박근혜 진영에 보내는 우호적인 메시지다. 적어도 추대가 아닌 경선의 모양은 갖춰주는 것이며 또 일정정도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과 임은 이번이 아니더라도 차차기를 위해서 이름을 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갑자기 김문수가 뛰어든 형국일 뿐, 박근혜 대세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올시다. 이런 상황에서 물밑으로는 끊임없이 퇴임 후 신분보장을 요구했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 ‘원칙’을 중시하는 박근혜 진영으로서는 찜찜하지만 응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판 깨는’ 메시지가 현영희와 현기환이라는 것이다. 언제든 판을 깨서 날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 편으로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지 않게 ‘안철수 대안’을 생각하면서.

BBK로 칼을 갈고 있는 민주당이나 자신의 집권 시 끊임없이 소외시켰던 박근혜나 모두 MB 입장에서는 껄끄럽고 퇴임 후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MB에게 나타난 구원자가 있었으니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위원인 안철수다.

제3자에게 힘을 밀어주는 것이 차라리 박근혜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것 보다 낫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판을 깰 수도 있다’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MB에 대해 박근혜는 타협을 할까? 거부를 할까? 그건 모른다. 신의 영역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카는 저얼~~~~때 그러실 분이 아니시지만 말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