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생산중단, 정규직 186명 신탄진 영주로
부지는 물류수급기지로 활용, 수익 사업 계획도

“담배 인삼 공사로서 60?70년대 상종가를 치고 충북을 대표하던 기업이었는데….” 28일 오전 6시 생산라인을 전면 중단한 청주 제조창 근로자는 폐쇄를 몇 시간 앞둔 27일 안타까움을 표했다. 담배산업경쟁력 제고 및 경영합리화를 위해 제조 작업을 종료한다는 본사의 방침에 따라 폐쇄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섭섭함과 암담함은 지울 수 없다는 것.

청주시 내덕 2동 도심에 위치한 청주제조창 부지 1만 6000평은 담배 물류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 가지 용도로만 사용하기에는 부지가 방대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게 된다. 리모델링을 해서 노인 복지 시설, 유통 사업을 하는 등 용도를 변경해 수익사업을 한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막대한 비용이 들어 추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철거 비용만 해도 50여억원이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결국은 창고로 사용하겠다는 차선책을 내놓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또 첨단문화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청주시에서 매입한 청주제조창 2만 5000평 부지와 현 부지의 활용 및 개발이 앞으로 어떻게 이뤄질지도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현재 문화산업단지 조성을 맡고 있는 시 문화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청주의 서·남쪽에 비해 북쪽은 개발이 덜 돼 그 필요성이 요구된다. 현재 도심의 유휴지인 제조창 부지를 첨단산업,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환경을 개선하고 고용 창출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제조창 부지 매입시 시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더 이상의 예산 투자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청주시는 현재 2002년 매입한 부지 외에 더 이상 투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제조창의 현 부지를 제품 수급기지 외에 시와 협의해 첨단문화산업단지로 육성해 도심 속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다면 좋겠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수출용 생산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 사실상 지켜지지 않아
제조창은 총 3만 7000평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99년 잎담배 생산량이 줄어 담배원료공장이 폐쇄됐다. 유휴지로 남은 2만 1600평은 2001년 시가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를 추진한다는 목적으로 210억에 사들였다. 다음해 11월 국정감사에서 홍재형 의원(당시 민주·청주 상당)의 청주연초제조창의 수출용담배 생산 전환 계획에 관한 질의에서 KT&G(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수출용담배 전용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최신 시설을 갖춰 경쟁력이 강화돼 수출 물량이 25% 증가하는 등 지켜지는 듯 했으나 결국 생산라인 중단으로 제조 작업이 중단되는 것으로 끝났다. 청주제조창 관계자도 이에 대해서는 “생산을 중단하게 됐으니 수출용 생산 기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국정감사 질의에 대한 답은 지켜지지 못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과거 충북을 상징하던 기업
1952년 정경제부 산하의 전매청으로 발족한 KT&G는 1987년 공기업으로 개편해 한국전매공사로 개칭했다. 그 후 1989년 사명을 담배인삼공사로 바꾸고 2003년 KT&G라는 주식회사로 독립해 현재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청주 제조창의 역사는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기관이었을 당시 청주제조창은 최고의 직장으로 꼽혔고 창장의 지위는 현 부이사관급에 해당됐다. 폐쇄 당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근로자가 322명에 불과했지만 60년대는 최고 1900명이 수작업으로 전국 잎담배 생산량의 30%를 책임졌다. 그러나 점차 외산 담배의 소비량이 늘어감에 따라 KT&G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94년 전국 7개 생산 라인 중 청주, 대전, 대구 제조창을 2005년까지 폐쇄키로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실제 대구, 전주, 수원 순으로 제조창이 문을 닫고 충북의 경우 2001년 옥천 원료공장, 다음해 충주원료공장이 폐쇄되면서 청주제조창의 생산라인 중단이 예고됐던 것이다.

충북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불리기도 했던 청주제조창은 60∼70년대 날씨가 흐린 날은 내덕동 인근은 물론 우암동 지역까지 잎담배 냄새가 진동해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져 애를 먹기도 했다. 폐쇄 전까지 1분에 4000∼5000 개비, 500갑을 생산해 낼 만큼 자동화 돼 있었지만 그 당시는 최대 1900명이 생산 현장에 매달려 있었다. 한 갑에 20개비 씩 익숙한 감각과 손동작으로 숙련된 직원이 척척 넣어 포장까지 해서 출고했던 시절을 회상하면 전 청주제조창이나 전국 제조창 거의 모든 공정이 자동화 돼 있는 것이다.

 물론 1900명이 근무할 때보다 생산량은 10배 정도 늘었다. pine night, cima, time 등 25종을 중앙아시아로 수출했으나 이제 신탄진, 원주로 생산라인을 옮겨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 186명의 직원 중 140명은 신탄진, 20명은 영주, 10명은 본부, 16명은 청주에 남게 된다. 1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고 제조창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염기식 청주제조창 노동조합 지부장은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담배 산업의 경쟁력 및 회사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근무지 문제에 대해 마찰 없이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출퇴근 거리가 멀어져 교통이나 주거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규직 근로자는 비정규직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고스란히 생산 중단과 동시를 회사를 떠난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통운이나 대동운수와 같이 물류를 담당하던 20여명은 신탄진, 청주에서 각각 일하게 되지만 물류 비용 수익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KT&G 측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해 왔다는 입장이지만 우선 연 160억원의 운영비 중 80∼90% 차지하는 임금 138억 6000여 만원이 충북지역 시장을 빠져나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대해 청주제조창 관계자는 “임금이야 타 지역 제조창에서 벌어 들여오는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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