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 차장

취재거리가 마땅히 없을 때는 성안길에서 육거리 시장까지 눈을 부릅뜨고 무작정 돌아다닌다. 옛 청주 읍성 터인 이 곳은 번화했던 만큼 당시의 다양한 민초들의 삶이 서려 있어 지금도 저마다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7월의 어느 날 성안길을 찾았다. 중앙공원에서 잠시 앉아 더위를 식힐 때쯤 멀리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스~께~끼!” 바로 저거다 싶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소한 한 청년이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의외다 싶어 골목길 보도블록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부터 지금의 삶까지 나이 서른에 강민하씨의 인생은 10년 더 먹은 나보다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 온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는 장애를 가졌고 4살 때부터 부모도 없이 친척 손에 자라왔다. 당장이라도 사회복지사를 불러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런데 이럴 때 나의 카메라가 잔인한 무기로 보이는 까닭이 무엇일까? 이내 내가 다가온 목적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는 사진은 찍되 얼굴은 안 나오게 하라고 했다. 순간 얼마 전 초상권침해로 회사에 적잖은 부담을 주었던 아픈 사건이 떠올랐다.

▲ 강민하 씨는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극구 반대해 손을 올려 외치는 행동으로 얼굴을 어느 정도 가려 본보에 게재 됐다. 카메라 Canon EOS-1D MarkⅢ 렌즈 16~35mm 셔터 1/200 조리개 7.0 감도 400

사실 말이 쉽지 어떻게 사진을 찍는데 얼굴이 안 나오게 찍나 싶어 다시 한 번 설득했다. 그리고 그와 동행을 했다. 손을 올리고 외치는 행동에 얼굴이 어느 정도 가려 디지털카메라에 찍힌 본인 모습을 보여 주었고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해 본보에 보도됐다. 골목 구석구석을 도는 내내 그는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단골도 많았다.

매일 나와서 아이스크림 100개가 다 나갈 때까지 팔았고 그 중 일부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도 한다고 했다. 당시 사진설명에는 이런 부분(장애와 부모없이자랐던것)은 쓰지 않았다. 지금 밝히는 것이고 알려주고 싶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거짓되지 않고 청렴하게 살아가는 청년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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