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직지원정대장

걷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고 삶의 향기를 느끼고, 살아 있는 모든 것과 교감을 이룬다. ‘충북을 걷다, 추풍령에서 도담삼봉까지’는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이동수단인 걷기를 통해 충북의 곳곳을 살펴보고, 우리 충북인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마을은 어떤 역사와 전설을 가지고 있는지, 생활은 어떠한지를 들여다본 것이다. 충북의 최남단 영동에서 최북단 단양까지 길을 이어 금강 수계 주민과 한강 수계 주민이 서로 소통하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첫째 날, 추풍령에서 노근리까지의 길은 역사문화가 어우러지는 길이었다. 조선시대 관로였던 추풍령 고개, 경부선 철도의 정 중앙인 추풍령역 및 근대 문화유산인 증기기관차 취수탑, 충북 1호의 추풍령 우체국, 임진왜란때 의병으로서 왜군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장지현 장군의 사당과, 근대 역사의 가장 큰 아픔을 간직한 노근리가 이제는 평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태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둘째날은 금강과 과거길이었다. 추풍령을 넘어온 선비들은 황간을 지나 덕진리, 매남리, 상미전리, 목동리를 지나 천산, 보은, 청주를 지나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다녔던 길이다. 또한 우리의 젖줄인 금강으로 이어지는 초강천 및 보청천을 담아내는 날이었다.

셋째날은 고개 넘어 학교 다니던 어린 아이를 보살핀 서낭당과 처갓집에서 술 한잔 얻어 마시고 넘나들던 주민들의 아련한 추억이 묻어있는 고백이 고개, 오구재고개, 비조개고개가 있다. 이 고개들은 일제 강점기에 자원 수탈의 운반 도로로 사용되었던 가슴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또한 동학의 취회지 장안과 최후의 항전지 종곡을 걸으며 ‘인내천’사상을 되새겨본 길이었다.

넷째 날은 금강 수계에서 한강 수계로 넘어오면서 마을의 사는 모습과 옥화구경을 감상 할 수 있었다. 다섯째 날은 도원성 미술관과 화양계곡 및 걷기길의 대명사 산막이 옛길을 만났다. 걷기 활성화가 만들어 내는 농촌마을의 풍요로움도 함께 느꼈다.

여섯째 날은 비를 맞으며 도로를 걸으며 질주하는 차로 인해 위험을 느끼기도 한 날이라 문광온천에서 피로를 풀었다. 일곱째 날은 조령을 통해 넘어오는 과거길 및 충주호반을 따라 걸어가는 재오개 길을 걸으며 수몰민의 아픔을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여덟째 날은 동량의 제비와 강남의 이야기를 나누고, 인등산의 풍요로운 임도를 넘에 MT의 추억이 서려 있는 삼탄역을 거치는 자연 문화 순례길이었다.

아홉번째 날은 잊혀진 고갯길과 사대강의 예산낭비 실태를 바라보며 환경의 중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열 번째 날은 마무리를 하며 풍요로운 날이었으나 시멘트광산에 사라지며 눈물 흘리는 산을 바라보며 인간의 탐욕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도담삼봉에 도착해서는 단양팔경의 아름다움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시간이었다. 걸으면서 이 땅의 풍요로움을 몸소 느끼고 스스로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확인하는 길이기도 했다.

걷기 위한 걷기가 아닌, 사람의 향기가 듬뿍 묻어나는 길을 따라 서로를 바라보고 나누는 상생과 소통의 길에 한번 나서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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