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 동원 ‘물대포에 무인정찰헬기’까지 공권력 능가
영동 유성기업 등 파업현장 투입 … 노조 파괴하는 私兵

▲ 용역경비 폭행으로 부상당한 SJM 노동자. / 사진제공=민주노총
노동계 충격에 빠뜨린 컨택터스

7·27 SJM 야만의 새벽’이란 이름의 동영상에서 그곳에 있던 노동자들은 그때의 상황을 증언한다. “씨보트라고 하는 기계가 있었어요. 용역들에게 ‘그만하라’고 했는데 쇠뭉치로 머리를 내리치더라고요. 머리에서 피가 솟구치는데, 그 자리에서 죽는 줄 알았어요.”

“뒤가 다 막혀있었고요. 유리창이 있는 쪽으로 뛰어내렸어요. 용역이 있는 쪽으로 뛰어내리면 해코지를 당할까봐 경찰이 있는 쪽으로 뛰어내렸어요. 경찰 수십 명이 있었는데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어요. 다쳤는데 쳐다보기만 할뿐 아무런 도움도 없었어요.” “용역들은 쇠꼬챙이를 계속 던졌어요. 느낌이 이상했는데 보니 팔의 살점이 덜렁덜렁 거리더라고요.”

SJM 노동자 손범국씨는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15년 만에 알았다. 내가 생산했던 제품이 자동차 말고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2층 높이 좁은 통로에 있는 노동자를 맞춰 쓰러뜨리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중략) 계단에 사무실 집기로 바리케이드를 쳐 놓았지만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이들은 미친 짐승처럼 올라오며 거침없이 머리를 내리친다. 어젯밤 내가 만든 제품이 내 머리에, 내 동료의 가슴으로 날아왔다”

경찰보다 강력한 사병의 부활

7월 27일 새벽, 경기도 안산에서 산업용 벨로우즈를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SJM에서 회사가 동원한 200명의 용역경비들이 노동자를 상대로 행사한 폭력사건을 두고 노동계가 ‘충격과 공포’빠졌다. 이날 SJM에서 벌어진 일은 말이 용역이고 경비이지, 경찰보다도 더 정교하게 무장한 사병들이 저지른, ‘민주주의와 법’이 허용하지 않는 자력구제 폭력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재 SJM의 공장은 “(경비용역이라는)기업의 군대가 주둔한 계엄 상태다”며 “법으로 허용된 노조사무실 출입도 봉쇄됐고, 노동기본권과 상식, 민주주의와 법, 모든 것이 숨죽이고 있다”고 충격의 강도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러한 불법폭력이 기업 곳곳에서 거침없이 발생하는 것은 노동부와 경찰 등 당국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치권도 이번 상황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은수미(민주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백주대낮에 기업의 사병이 활보하고 난입하여 폭행을 하는데 경찰청은 모르고 고용노동부는 방관하는가? 컨텍터스라는 용역회사가 얼마 전 구입했다는 장비들을 봐라. 경찰과 구분이 안 된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인가”라는 글을 올리며, 국회 환노위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새날을 여는 법률사무소 김기덕 원장도 “봉건왕조든 근대 공화국이든 사병을 용납해선 안 된다. 그건 ‘왕조의, 공화국의 부정’이다. 무력으로 보자면 공화국은 왕과 귀족의 사병을 철폐하고서 그것을 공적 군대, 공화국의 군대로 대체한 나라를 말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한 헌법 제1조의 대한민국에서 사병이 부활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에 사권력, 자본의 사병이 나타났다. 기업으로 나타났다. 공권력으로 파업을 진압하기 어렵게 되자 자본은 사병을 고용해서 진압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SJM과 (주)만도 원주 문막공장, 평택공장에 2000명의 용역경비를 투입한 컨택터스(CONTACTUS)라는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그 실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민주통합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컨택터스의 실체는 단순한 용역경비업체가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나 나올법한 ‘민간군사기업’이라고 주장한다.

장 의원은 “현재는 (컨택터스가) 홈페이지를 폐쇄하여 확인할 수 없지만 7월27일에 캡처한 이미지를 확인한 결과 스스로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을 지향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컨택터스의 장비와 인력 지휘차량 및 진압차량 각 1대, 버스 및 방어차량 각 2대, 수력방어차량 1대, 방패·하이바 ·방검복·곤봉·진압복 각 1000개(벌), 그리고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인력 3000명. / 사진출처=컨택터스 홈페이지

‘민간 군사기업’ 꿈꾸는 컨택터스

장 의원은 또 “충격적인 것은 무장경호의 합법성을 획득했고 ‘총기류와 탄약 및 선박 내외의 무장에 필요한 무기들은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원활한 조달이 가능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할 뿐만 아니라 ‘수력방어 특수차량(com5)’과 ‘무인헬기 항공채증장비(conflict05)’ 등과 같은 보유 장비를 본다면 이 기업의 정체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컨택터스의 홈페이지에는 보유하고 있는 장비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진압봉 1000개, 진압복1000벌, 방패 1000개 등 시위 진압 장비에서, 경비감시견, 독일에서 수입했다는 고가의 물대포, 무인헬기 항공채증장비, 채증전문팀 서비스 등을 자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업 현장을 진압하는 훈련사진까지 내걸고 있다.

윤효원 IndustriALL 컨설턴트는 이와 관련해 “외제 고가품 수입·판매에서부터 탐정·정찰행위를 거쳐 파업현장에 테러리스트를 투입하는 것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 지역에 UDT 출신의 전문용병을 파견하는 것이 컨택터스의 실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3000명을 한꺼번에 동원할 수 있고, 경찰 공권력보다 더 정교한 장비를 갖춘 컨택터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컨택터스는 왜 노사분쟁 사업장에 개입할까. 그리고 그곳에선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파업유도에서 복수노조까지

컨택터스는 지금까지 경북 경주의 (주)발레오 만도, 대구의 KEC, 상신브레이크, 아산과 영동에 있는 유성기업의 노사분쟁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컨택터스가 개입한 사업장의 노사관계는 일정한 패턴, 즉 ‘사측의 교섭해태→노조파업→공격적 직장폐쇄 및 용역 투입→대체인력 투입→노조파괴→복수노조’의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 장하나 의원의 분석이다.

장 의원은 “2010~2011년 컨텍터스가 투입된 사업장의 경우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이 완전히 무력화되었다는 판단이 들기 전에는 풀리지 않았다. 노조가 파업철회 선언을 했음에도 KEC는 1년, 발레오 만도는 99일, 유성기업 역시 법원의 조정에 의해 업무복귀가 가능했다”며 컨택터스의 최종목표가 ‘노조파괴’라고 분석했다.

현재 컨택터스가 투입된 SJM과 만도기계에서 발생하는 상황도 컨택터스가 투입된 후 폭력자행과 공격적 직장폐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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