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은 백의종군 불사…진정성으로 승부수

이상규, 야권연대를 말하다

▲ 이상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통합진보당이 심각한 내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고통의 길을 가고 있다. 이름 그대로 통진(痛進)이다. 일각에서는 분당을 예견할 정도다.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 경선에서 구 당권파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자정의 칼끝은 김재연, 이석기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나 7월26일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에 대한 제명은 부결됐다.

의원총회가 열리던 날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충북지구JC 행사에 강연 차 참석한 이상규(통합진보당·서울 관악을) 의원을 만났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이 의원은 이정희 전 대표의 지역구에 긴급 투입돼 당선됐으며, 이른바 구 당권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의원은 구 당권파에 여론의 포화가 쏟아지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재연, 이석기 의원에 대한 여론공세는 진실이 왜곡된데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의원은 “부정은 오히려 다른 곳에서 이뤄졌다. 두 의원은 결백하다. 진실과 국민의 눈높이 사이에 간극이 있다. 여론이 요구한다고 동료를 도마뱀 꼬리 자르 듯 하려는 것은 진보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낙관일까, 아니면 현실외면일까?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는 “통합진보당이 13명의 의원을 배출하면서 받게 되는 국민차원의 검증이다. 피하지 말고 더 큰 진보의 길을 향해 손잡고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어찌 됐든 민주통합당 등 범야권이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김재연,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회 자격심사를 놓고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박지원 체포동의안 때문에 전면전이라도 치러야 할 판이라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우리와 연대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단정했다.

“이정희 출마, 배제할 순 없다”

과연 국민들이 총선 때 지지했던 만큼 통합진보당을 안아줄 수 있을까? 이 의원은 당이 대선후보를 내지 않고 범야권의 후보를 미는 이른바 ‘백의종군’ 카드를 제시했다. “당이 아직 정식논의를 한 것은 아니다. 백의종군이든 후보출마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비록 불임정당이 되더라도 우리가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믿어줄 것이다. 당은 이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조직을 정비할 수 있다”는 것.

이 의원의 ‘백의종군論’은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이쯤에서는 구 당권파의 간판이었으나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던 이정희 전 대표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의원은 “심상정, 노회찬 의원의 경선만으로는 약하다. 유시민, 이정희가 뛰어들어야 재미있어진다”고 전제한 뒤 “이 전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제로는 아니다.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의원은 “강기갑 대표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강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할 수밖에 없다. 당권은 신 당권파에게 있고 중앙위와 대의원은 우리(구 당권파)가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공감대를 이루면서 갈 용의가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의원은 1964년 제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상경해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러나 배관공으로 일하면서 민노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지냈다. 약사였던 이 의원의 선친이 제천에서 약국을 개업했을 뿐 부모님의 고향은 사실 청주다. 어머니와 형도 현재 청주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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