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직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사무처장

또 나왔다. 7월 20일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자동차 등 금속노조의 파업에 대해 “고소득 노조의 파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언론은 ‘경제위기 속 현대차 8630대 차질’이라며 손실 부풀리기에 나섰다. 항상 그래왔듯이 “왜?”는 빠졌다.

왜? 기계는 피곤함을 느끼지 못한다.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제때 윤활유와 냉각수를 공급해 주고 잘 관리만 하면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24시간 돌아간다. 그 비싼 기계를 사서 상품을 생산, 이윤을 내야 할 분들은 당연히 24시간 풀가동을 해야 한다. 하루가 24시간만 있는 게 아까울 정도다.

그러니 노동자들에게 야간수당 몇 푼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기계를 놀리지 않고 돌려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쭉 그러기를 바랄뿐이다.

반면 노동자의 입장은 어떨까? 동물들은 해 뜨면 눈뜨고 살기 위해 먹이를 찾아 나서고 해가 지면 보금자리로 돌아와 잠을 취한다. 인간 역시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도 짐승과 똑같은 패턴으로 똑같이 살아왔다. 그게 순리였다.

에디슨에 의해 전구가, 제임스와트에 의해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기계제 대공업이 시작되면서 수천, 수 만년 동안 낮에 일하고 밤에 잠을 잤던 인간이 밤에 노동을 하게 됐다.

그럼 심야노동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심야노동은 정상적으로 잠자고 있어야 할 밤에 노동자들을 깨어 있도록 강제한다. 인간의 생체리듬이 뒤집어진 패턴은 인간에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분열을 야기한다.

금속노조에서 주야 맞교대를 하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노동자들은 주간 근무 시 7.1시간을 잔다. 그러나 야간 근무시 잠을 설쳐 6.4시간만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대가 바뀌는 야간근무 첫날 월요일에는 수면부적응으로 5.1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69.2%의 노동자들이 야간근무 시 수면의 질이 더 나쁘다고 응답했다. 주야 맞교대 노동자의 87.8%가 불면증을 호소했고, 83%가 수면부족을, 82%가 낮 동안 졸림을 호소했다.

또한 이들은 눈의 피로, 속쓰림, 식욕감퇴, 변비나 설사, 명치끝의 통증과 복부통증, 심계향진과 가슴부위 통증, 체중감소 등을 경험했으며, 의사로부터 불면증, 위궤양, 만성불안증, 십이지장궤양, 고혈압, 우울증, 뇌혈관질환을 진단받았고, 위장장해, 정신장애, 심혈관계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심야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독일 수면학회는 야간노동이 인간의 수명을 13년 이상 단축시킨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심야노동은 생체리듬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활리듬까지 파괴한다. 심야노동에 따른 만성피로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약속이나 주변 경조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며, 여가활동이나 취미생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가족들 역시 심야노동을 마치고 온 이를 위해 집안일을 제쳐두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밖으로 나서야 한다. 잠을 편히 자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폐단으로 인해 이미 100여 년 전 유럽에서는 심야노동을 폐지하거나, 어쩔 수 없는 경우 여러 가지 제한을 두어 규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고소득 노동자들의 파업의 이유다.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그들의 파업이 사치스러운가? 기업의 이윤을 위해 심야노동을 유지해야 할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온갖 질병에 걸리고 수명을 13년씩이나 단축시키는 심야노동을 근절시켜야 할지 이제는 논란을 마무리해야 한다.

금속노조의 심야노동 폐지는 금속노조만의 요구가 아닌 밤에 잠자지 못하고 깨어있는 모든 올빼미 노동자들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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