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경제사회부 차장

충주시립도서관 취재과정에서 B씨가 문제를 제기하기까지 어떤 어려움이 겪었을지 짐작케 하는 일들이 계속됐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공무원행동강령’에는 “부당함을 강요받았을 경우 행동강령책임관과 상담한 후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B씨는 ‘내부 고발자’로 낙인찍히는 분위기다. B씨가 10여년을 참다못해 밝힌 사실이 오히려 밝히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된 꼴이다.

B씨의 문제제기로 하급 공무원인 A씨는 충주시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그에게 제기된 의혹은 허위 예산집행에 의한 횡령과 공문서 위조, 그리고 허가없이 근무시간에 강사료를 받고 외부강의를 나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충주시는 예산집행 가운데 A씨가 상급자인 B씨의 허락없이 도장을 무단으로 도용해 사용한 것과 출장계 등 사전조치 없이 외부에 강의를 나간 점들은 확인하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잘못이 없는 것으로 결론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충주시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관련 문서들을 확인하고 당사자와 관련자에 대한 면담을 하는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취재과정에서 B씨는 10여년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왕따를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B씨가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펼 수 있었을까. 감사 결과 확인된 사안에 대해 B씨는 A씨의 잘못을 지적했고, A씨는 B씨에게 문제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을 했다. 감사 진행상황에 대해 충주시는 “도장을 무단으로 사용했지만 조기집행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며 A씨를 두둔하는 뉘앙스를 보였다.

취재과정에서도 B씨의 주장이나 취재과정에서 발견된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밝혀주는 이가 없었다. A씨에게 강의를 의뢰한 충주YWCA는 취재진이 교육생들에게 들은 말을 전하자, “어떻게 연락처를 알아서 물어봤느냐.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입수한 것 아니냐”고 취재진을 공격하기 바빴다. 문제의 핵심은 A씨가 근무시간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강의를 위해 근무지를 이탈했고, 강사료를 받았는지 하는 것인데, 그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한때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렸을 법한 평범한 문서인 ‘교육과정’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데도 응하지 않았다. “아무 문제도 없다”며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던 충주YWCA 관계자는 다음날 “센터장이 외부로 제공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거절했다. 센터장을 설득하겠다고 나서자 이 관계자는 “센터장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업무를 처리한다”며 센터장과의 통화도 허락하지 않았다. 요즘 정치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불통’이다.

다른 경로로 입수한 수정 전 강의계획표에는 A씨 외에도 사서 공무원인 D씨도 8일간이나 강의를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확인 결과 D씨는 출강하지 않았지만 충주YWCA가 문서화 했을 때는 당사자와 어떤 식으로든 협의가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물으려 D씨에게 전화했지만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취재를 위해 만난 사람 대부분이 ‘맞다’ ‘아니다’가 아닌 ‘모른다’ ‘묻지마라’로 대답했다. 7급 공무원 한명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 치고는 뭔가 수상쩍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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