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새누리당 의원들 ‘박근혜 엄호’ 작정한 듯
朴 발언 ‘예방주사 맞았다 VS 검증은 이제부터’

충북에서 5·16은 무엇인가 - 국회의원들에게 5·16을 묻다

5·16은 이번 대선의 뜨거운 감자다. “5·16은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발언 이후 박 후보의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사실 박 후보의 발언수위는 2007년 “5.16은 구국의 혁명”이라고 선언했던 것에 비해 크게 물러선 것이다.
박 후보를 엄호하는 이론가들은 “예방주사를 맞았다”고도 한다. 어떤 이들은 “쿠데타이기도 하고 혁명이기도 하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5·16은 쿠테타의 성격과 혁명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5.16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게 됐다”는 박효종(서울대 교수) 박근혜 캠프 정치발전위원의 주장이 그런 예다.

그러나 당내 다른 경선 후보들조차도 박 후보의 발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이 많다고 하더라도 5·16은 헌법질서를 무너뜨린 쿠데타가 분명하다”고 지적했고, 임태희 후보도 “쿠데타는 수식어를 붙여도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화 치적에 대해서도 이론이 많지만 당시의 경제성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군사 쿠데타를 정당한 집권의 방식으로 인정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극단적인 예지만 ‘일제가 조선을 강점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봉건사회를 근대화시켰다’는 주장과 논리적인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5.16에 대한 시각을 놓고 진보와 보수를 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적절치 않은 기준이다. 내용과 형식 가운데 형식을 지키는데 보다 투철한 것이 보수(保守)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혹여 ‘쿠데타가 성공(?)했다’고 해서 헌정질서 유린을 용납하는 것은 합리적 보수의 기준으로 볼 때도 분명한 모순이다.

충북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은 5.16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도내 국회의원 8명 중 의석 분포는 새누리당 5명, 민주통합당 3명이다. 이들에게 이메일과 전화를 이용해 5.16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았다. 내심 새누리당 의원 중에 박심(朴心)과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예외는 없었다.

특히 새누리당의 정우택(청주 상당), 윤진식(충주), 박덕흠(보은·옥천·영동) 의원은 이메일 답변이 없어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응대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예상대로 5.16을 정치군인들에 의한 정변으로 간주했다.

경대수 “대한민국을 경제대국 만든 초석” 

질문에 응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시대적 상황과 대한민국의 현실 등을 거론하며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한 박근혜 경선 후보의 주장을 두둔했다. 경대수(증평·진천·괴산·음성) 의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 의원은 “5.16이라는 하나의 사건도 단편적인 시점과 관점에서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변화, 그 사건이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을 어떤 역사적 흐름으로 인도했는지 등을 염두에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경 의원은 이어 “5.16 이전의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빈국이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집권 이후 자유시장경제체제와 개방체제를 바탕으로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또 중산층을 늘리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남북 대치 상황이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대한민국을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만드는 초석을 다졌다”고 주장했다. 

어찌 됐든 경 의원이 율사 출신인 만큼 ‘5.16의 방식이 불법성을 띈 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까? 경 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실정법에 위반되는 요소가 없지 않았지만 역사적인 평가는 우리가 나아갈 미래에 대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으면 된다고 본다. 오늘날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비생산적인 정파대립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화합의 지혜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에둘러 말했다.  

송광호 “풀뿌리, 나무껍질 먹고 살아봤나”

송광호(제천·단양) 의원의 답변도 경 의원이 주장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송 의원은 “5.16에 대한 원칙과 상황이 그때와 많이 다르다. 5.16이 발생한 1960년대 초와 지금의 정치적 상황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왜 유독 금년에만 도마에 오르나. 이것은 건전하지 못한 생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5.16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맡겨야 한다”며 이 문제가 대선을 앞두고 불거지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송 의원은 또 “경제민주화 등 다른 것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5·16에 대해서 지금 말을 삼가고 싶다. 중앙의 한 언론도 같은 질문을 하기에 그 기자에게 ‘감자 한 개만 먹고 하루를 살아봤느냐, 풀뿌리·나무껍질 먹고 살아 봤느냐’고 물어봤다. 일각에서 5.16이 편법이라고 하지만 그 때는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고 덧붙였다.

송 의원 역시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송 의원은 “베트남에 갈 때 박정희 대통령이 군인들에게 ‘둘도 말고 필리핀처럼만 잘 살자’고 한 말을 똑똑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경부고속도로를 낼 때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결사반대를 했지만 결국 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잘 한 일인가. 그 어려운 시절을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다. 결코 박근혜 후보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장을 정리했다. 

송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부터 박근혜 후보를 지지해 왔다는 점에서 충북의 친박계 좌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오제세 “지도자 역사인식, 정확히 검증해야”

민주통합당 오제세(청주 흥덕갑) 의원은 국민의 선택에 의한 정권이 아니면 무조건 정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오 의원은 “5.16은 정당한 민주적 절차 즉 선거에 의해서 이룩한 정권교체가 아님은 명백하다. 역사에서는 군사적 무력에 의해 정권을 전복한 것을 쿠데타라고 한다. 군사쿠데타를 혁명이라고 하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은 군사쿠데타를 옹호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며 박근혜 후보의 발언을 인용해 견제구를 던졌다. 

오 의원은 또 “민주국가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선거에 의한 선택에 의해서 정권이 탄생 되어야만 정통성이 인정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군사적 힘에 의한 정권교체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도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향후에도 어떤 이유로든 이와 같은 정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의원은 이어 “더욱이 국가지도자가 될 사람이라면 그에 걸맞은 역사인식과 정치철학이 요구되기 때문에 더욱더 이를 정확히 검증해야한다. 어느 누구도 5.16이 쿠데타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인 오 의원이 이처럼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은 앞으로 이 문제를 대선국면에서 검증의 도구로 삼아야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노영민 “군사반란 내란행위는 처벌의 대상”

노영민(청주 흥덕을)은 5.16과 관련해 이를 내란으로 규정할 정도로 강경하게 규탄해 왔다. 노 의원은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해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정권을 장악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한 것이 박정희 정권이다. 이는 정당하게 새로운 법질서를 수립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단정했다.

노 의원은 또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 따라서 그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했다. 쿠데타냐 혁명이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관련 세력들을 나중에라도 법으로 다스려야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1997년 대법원은 ‘성공한 쿠데타는 없다’고 판시했다.

노 의원은 “1980년 광주를 피로 물들인 전두환, 노태우가 비록 대통령이 됐지만, 우리 사법부는 반란과 내란의 수괴로 단죄했다. 1961년 박정희의 5.16군사쿠데타 또한 마찬가지다. 1979년 12.12가 군사반란이며 내란행위라면 4.19를 무너뜨린 5.16군사쿠데타는 군사반란의 새 길을 연 반란이며 내란이다. 따라서 전두환, 노태우가 군사반란과 내란행위의 수괴이듯, 박정희 또한 그렇다”고 역설했다.

“국회윤리위의 자격심사는 박근혜 후보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 노 의원의 첨언이다.

변재일 “박정희는 수호자 아닌 지배자였다”

변재일(청원) 의원의 접근법은 다소 달랐다. “쿠데타라고 하는 것은 지배세력 내부에서 어느 특정세력이 다른 세력을 치는 것을 말하는데 5.16이 쿠테타가 만약 정당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부패했던 이승만 정권에 대한 쿠데타여야 하는데 3.15부정선거 당시 5.16 쿠테타 세력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민과 학생들이 부패한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정부를 세웠는데 이를 친 것이 5.16 군사 쿠데타라는 것이다. 

변 의원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할 때 군사쿠데타를  공부했다. 박정희는 민정이양하고 나간다고 해 놓고 주저 앉은 동남아형 지배자다. 중남미는 쿠데타는 군이 개입해도 정권을 교체하고 다시 군으로 돌아갔다. 박정희는 ‘Guardian(수호자)’이어야 했는데 ‘Ruler(지배자)’였다”고 평가했다.

변 의원은 ‘과정은 어떨지 몰라도 결론적으로 산업화에 기여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 개발 독재라는 이름 하에서 강력한 통제력으로 산업화 발전시킨 공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4.19이후 민주정부가 들어와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박정희의 공과는 인정하되 민주정부가 들어와도 그런 민주정부와 산업화 동시에 만들 수도 있었다. 5.16쿠데타 세력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역사도 만들 수 있었다. 박정희는 유신을 넘어가면서 스스로 무덤을 팠고 10.26이라는 또 다른 쿠데타를 촉발시킨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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