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극단 걸판 대표

파주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중학교. 별다른 생각 없이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출발했다. 꽤 멀리 온다 싶었는데 도착해서 보니 파주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 잡은 중학교란다. 전교생이 38명인 아담하고 정겨운 학교가 바로 우리가 공연하게 될 어유중학교였다.

극단 걸판은 올해부터 경기도 구석구석을 찾아가서 공연하는 문화 활동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걸판의 작품이 경기도에서 찾아가는 문화 활동 작품으로 선정되어 여기저기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있다. 하면서 보니 이런 공연활동이야말로 배우들에게도 대단히 매력적이고 관객들에게도 의미있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그런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시작 전 앞풀이를 하면서 물어보았다. “여기 계신 학생분들 중에 연극 한 번이라도 본 사람있나요?”
서너 명이 쭈뼛쭈뼛 손을 든다. 적어도 이 학교 학생들 35명은 생전 처음 보는 연극이 걸판의 연극이 되는 셈이다. 대기실에서 공연시작을 기다리는 우리들은 더욱 정성을 담아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먹을 쥔다.

그렇게 시작된 공연. 학생들은 시작부터 웃음과 박수로 우리의 공연을 맞이하고 어느 순간 붉어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마지막 커튼콜 때 보여준 그들의 함박웃음과 들려준 그들의 함성과 박수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극단 걸판의 모토는 “연극이 주민들의 대중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게 하자”는 것이다. 대중가요, 드라마, 영화 등이 비교적 쉽게 가질 수 있는 대중문화라면 ‘연극’이라는 예술장르는 살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다.

그러하기에 걸판은 여기저기 주민들 속으로 농민들, 노동자들 속으로 들어가는 연극을 하고자한다. 그런 연극생활이 배우들에게 주는 에너지도 크고 뜻하지 않은 기회에 걸판의 공연을 접하는 주민들도 공연을 보며 커다란 에너지를 얻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지면을 빌어 걸판의 연극활동의 단면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곳곳에서 만나는 걸판의 관객들을 이곳에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아마도 걸판이 만나는 관객들은 이 신문을 보는 독자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분들이어서 조금이나마 공감대가 만들어지리라 기대한다.

최근 공연하고 있는 걸판의 연극을 소개하자면,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를 온 김영광 할아버지가 낯선 도시에서 만난 낯선 이웃들을 시골의 이웃들처럼 정겨운 이웃들로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이다.

김영광은 할아버지는 사실 알고 보면 꽤나 외로웠던 도시의 이웃들을 기똥차게 친구로 만들어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밥을 먹인다. 이웃집에 들러 밥 한 끼 먹는 게 사실 옛날에는, 아니 지금도 시골에서는 예삿일인데 도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 아닌가? 내내 웃으며 공감하며 보다가 끝내 눈물을 흘리게 되는 이웃마당극은 지금도 수많은 이웃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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