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기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올해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최저임금 협상 초기부터 위원회 구성의 편파성과 운영의 독단성으로 인해 최저임금위원회는 파행을 겪었다.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라는 목적은 실종됐으며, 정부의 비이성적인 개입에 의해 저울질만이 판치는 자리로 전락해 버렸다.

정부의 이러한 개입으로 인해 최저임금법 제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결정기준은 그 어디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경총은 2013년 최저임금(전년대비 6.1% 인상, 시급 4,860원)인상이 국민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한 달을 열심히 일해서 고작 10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될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OECD 가입국이라면 근거로 삼고 있는,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시급 5600원)이라는 기준은 세계 12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대한민국이 왜 경제 대국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대국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최저임금의 결정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최저임금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비난 받아 왔다. 최근 충북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는 그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청년노동자의 일자리를 대표하는 편의점 실태조사 중간 점검 결과 최저임금(2012년 시급 4580원)을 지키고 있는 가맹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심지어는 35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급을 지급하는 사업장도 있다는 사실이다. 위반을 넘어 최저임금 자체를 부정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도 개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계를 대표하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위원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제도 개선을 이야기 하지 않고서는 식물위원회로 전락한 최저임금위원회의 파행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의 최저임금을 비교한 결과 명목상승률은 물론 실질상승률도 이명박 정부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MB정부가 출범한 지난 2008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5%로 노무현 정부(10.6%)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최저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9%, 김영삼 정부 기간 8.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며 서민·복지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정부여당의 태도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 개선이 만만치 않은 길이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굴레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서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처방이 현실적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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