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충북도교육청 상대 행정소송서 ‘징계취소’ 판결
무리한 징계에 강제전보…이기용 교육감 역풍 맞을 듯

진보정당에 후원금을 내 징계를 받은 교사 8명이 충청북도교육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했다. 지난 14일 청주지법 행정부는 도교육청에게 8명 교사의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경찰이 지난 2010년 전교조 교사를 대상으로 민주노동당 가입 등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지 2년 5개월여가 경과한 시점이었다.

▲ 김민영교사
도교육청은 지난 2010년 11월 공무원의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 정치운동금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8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중 2명이 해임, 5명이 정직 3개월과 1명이 정직 1개월이었다. 이러한 징계결정은 법원의 판결이 나기도 내려졌다. ‘징계를 해도 법원의 판결이 난 후 해달라’는 이들 교사들의 요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같은 해 12월 이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곧 행정소송을 냈다.

사실 이번 행정소송에서 징계를 받은 교사들의 승소를 예견된 것이었다. 제주와 경남 등 지역에서 징계를 받은 교사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줄줄이 승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11년 1월26일 서울중앙지법 선고공판에서 “민주노동당 후원회원을 정식 당원으로 보기 어렵다”며 관련 교사들의 정당가입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고, 정치자금법겚물“篇タ篇?위반죄만 적용해 벌금 30만~5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형사재판에서 징계의 주요 이유였던 정당가입 부분은 무죄판결을 얻었고 나머지 부문에 대해서도 적은 금액의 벌금이 내려진 것이다.

3개월 후원… 정직 1개월

▲ 이종호교사
지난 25일 청주시 수곡동 전교조 충북지부 사무실에서 징계 대상자였던 이성용, 김민영, 이종호 교사를 만났다. 이성용 전교조 충북지부 사무처장은 지난 징계위원회에서 해임처분을 받았고 김민영 교사는 정직3개월, 이종호교사는 정직 1개월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김민영 교사와 이종호 교사는 징계 이후 각각 청주에서 청원 내수초등학교와 보은 회인초등학교로 ‘강제전보’되기도 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이성용 교사는 지난 14일 판결에서 승소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처럼 완전하게 징계처분이 취소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사무처장은 “징계관련 행정소송이 먼저 열린 인천과 경남, 제주 등지에서 해임이 부당하다는 취지지 판결이 나와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승리일지는 몰랐다. 대구와 경북의 경우 패소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충북도교육청)가 2010년 11월 8일 원고들에게 내린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 역시 피고가 부담하라고 했다.

이종호 교사는 “상식 있는 재판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이교사는 “재판 당시 현장에 있었다. 판결이 내려지는데 불과 20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순간 멍하고 옆에 다른 선생님이 판결을 듣고 눈물을 보이는데 나도 울컥했다”고 전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일말의 사건들이 눈앞에 보였을까. 그동안 겪었던 아픔들이 이들 교사의 눈에 스치는 듯했다.

김민영 교사는 징계처분과 강제전보 당시 임신 중이었기에 느끼는 바가 특별했다. 집 앞에서 5분 거리에 있던 청주 봉명초등학교에서 청원군 내수초등학교까지 원하지 않았던 전보를 가야 했고 큰 아이의 어린이집을 옮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 작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한 번 더 어린이집을 옮겨야 했다. 김 교사는 “4살 된 큰 아이가 어린이집을 세 번 옮겼다. 아이가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괜히 나 때문에 가족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속상했다”고 말했다. 김교사는 이어 “당초 징계 후 전보된다는 이야기가 들렸을 때 원거리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는데 나나 이종호 선생님의 경우 영동이나 옥천으로 발령을 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의가 이뤄진 후 전보지가 청원과 보은으로 조정된 것이라는 게 이들 교사의 설명이다.

이 사무처장은 “강제전보의 경우 성적조작이나 폭행 등 4대 비위와 음주운전 등을 한 교사들에게 이뤄지는 조치”라며 학교 교사 간 갈등이나 비위행위가 없었는데 강제전보를 단행한 것에 대해 비난하기도 했다.

“이기용 교육감 사과 요구할 것”

경찰서와 법원을 좋은 일로 가는 사람이 있을까. 대다수 사람들이 살면서 경찰서나 법원에 갈 일은 사실 드물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교사들 역시 다르지 않다. 김민영겴訣안?교사 역시 2010년 이전에는 그곳과 가깝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지난 해 1월 열린 서울중앙지법 판결 당시까지 본의 아니게 경찰서와 법원에 ‘잦은’ 걸음을 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각 교사들의 일정을 지역별로 나눠 모두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 이성용교사
이 교사는 “2010년 5월이 돼서야 직위해제 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아이들을 인솔해 야영을 갔을 때인데 돌아가야 하나는 생각을 했다. 배제징계라는 말까지 나와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해 2차로 다른 교사들을 같은 이유로 징계하는 것을 보며 이것은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사의 정치기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교사는 “2010년 1월에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5월 달에는 부모님까지 알게 돼 갈등을 겪기도 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김 교사는 “일선 학교에서는 전교사 소속 교사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안다. 조전혁 전 국회의원이 전교조 소속 교사의 명단을 공개한 것도 그렇고 이번 정권 들어 전교조에 대해서 안 좋은 것만 언론들이 부각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교사는 “이기용 교육감이 교과부의 꼭두각시처럼 행동하고 있다. 교육자치를 말하지만 교과부의 지시대로 한다면 민선 교육감을 뽑을 이유가 없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김교사는 “내가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문득 잊고 살다가도 징계기간이 호봉 책정이 안되고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또 맞춤형 복지비가 삭감되는 등 여러 피해를 볼 때마다 기억이 떠오른다”며 일이 매조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비록 청주지법 행정부가 이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아직 서울에서 열리는 형사재판과 도교육청의 항소 시 열릴 2심 행정소송 등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형사재판의 경우 지난 2월 재판부가 교체되기도 했다.

이교사는 “한 때 내 별명이 3만원교사였다. 3개월 동안 고작 3만원을 내고 정직 1개월을 받았다. 법이 바뀐 줄 모르고 한 후원이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는 후회없다”고 밝혔다.

이 사무처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8명 교사들에 대한 이기용 교육감의 직접사과를 요구할 것이다. 법원이 징계하고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린 만큼 징계를 내린 이들이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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