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들도 교환근무가 가능하다면…발칙한 상상
한 시장은 마라토너, 이 지사는 100m달리기 선수

                       이시종 지사 VS 박원순 시장, 한범덕 시장 VS 염태영 시장

이시종 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한범덕 청주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이들 네 명의 공통분모는 단체장이라는 것. 이시종 지사와 한범덕 시장은 능력있는 관료 출신으로 수장에 올랐고, 박원순 시장과 염태영 시장은 유명한 시민사회 운동가였다. 민선 5기 전반기를 보낸 이들에게 가정법을 사용해본다. 만약 단체장들도 2년씩 교환근무가 가능하다면 어떨까라고. 그만큼 단체장들의 판단은 지역을 바꿀 수 있다.

출신성분으로 보면 박원순, 염태영 시장 쪽이 돌연변이다. 이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정을 펼쳐 시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게 했다.(?)

‘사람 중심’행정을 내세우며 기존의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먼저 재개발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고 주민들에게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재생의 기회를 줬다. 지난해 10·26 재·보선으로 당선된 박 시장은 보궐인 데다 취임한지 8개월 남짓이지만, 이처럼 각종 성과물을 내놓으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실현, 서울시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희망온돌 프로젝트, 뉴타운 출구전략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 중심의 행정

서울시는 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을 시정 목표로 삼았다. 수원시 역시 마을 르네상스 사업을 통한 구도심 활성화 프로젝트를 벌이는 데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 각계 영역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서울시는 시민창안센터를 만들고 희망제작소에 업무를 위탁했다. 수원시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행정의 권한을 시민들에게 이양하도록 노력했지만, 청주시는 여전히 시민사회가 자문위원회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충북참여연대 송재봉 처장은 “서울시와 수원시는 시정 운영주체가 ‘시민’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과감하고 혁신적인 정책이 나오고, 전문기관과 업무위탁을 해 권한 이양을 한다. 청주시는 시민사회가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인센티브는 공무원이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정의 방향은 틀리지 않지만, 권한위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SNS소통, 화끈하거나 권위적이거나

소통에 있어서도 차이가 확연하다. 박원순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버스회사 운전기사의 체불임금문제를 즉각 해결해 화제가 됐다. 이밖에 잠실야구장 펜스 고치기, 맨홀 뚜껑 교체 등의 실시간 민원이 해결돼 SNS하는 시장의 위력을 보여줬다. 참고로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트위터(@wonsoonpark)및 서울시 대표 트위터(@seoulmania)를 통해 접수되는 민원 및 제안에 대해 뉴미디어담당관들이 따로 접수한 후 담당 부서 및 관할 기관에 넘겨주게 된다. 이후 처리가 완료되면 다시 민원을 제기한 트위터리안에게 '완료 답변'을 주고 있다.

염태영 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소소한 일상과 시정일기를 올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범덕 시장도 취임과 함께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 라인을 구축하는 등 스마트한 행보를 보여주려고 했지만 관행에 부딪혀 주춤했다. 현재 청주시와 시장은 SNS를 활용해 정보를 간간히 전하고 있지만, 일방향이라는 한계에 머무르고 있다.

충북도도 마찬가지다. 이 지사가 최근 페이스북에 입문했지만 적극적으로 소통하지는 않는다. 자기말만 하지, 댓글에는 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과연 지사와 시장이 직접 하는 게 맞느냐는 얘기까지 들린다. 최근 페이스북에서는 ‘충북도정에 바란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도정에 바라는 내용을 500자 이내로 글을 써서 올리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댓글은 가뭄에 콩 나듯 달렸다. 이를 두고 이수희 충북민언련 사무국장은 “SNS에서도 권위적인 태도가 그래도 읽힌다. 페이스북에서 500자라는 규정을 지은 것도 웃긴다. 공무원들의 성과주의적, 일방적인 방식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통의 기본은 남의 말을 듣는 것이다. 일반시민, 관련분야 전문가, 정책대상 집단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 소통의 리더십은 민선 4기보다 5기가 낫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 소통을 잘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관료출신의 이점도 있다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한계만 있는 것일까. 관료출신이기 때문에 이점도 분명히 있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분법적으로 관료와 시민운동가 프레임으로 나눠보면 안 된다. 박원순 시장은 소통의 달인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장 큰 차이는 마인드의 문제인데 소속이 관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의식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관료출신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시정을 펼치는데, 만약 서울시의회가 당이 달라 정치적으로 발목을 잡는다면 엄청난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결국 관료적인 마인드 때문에 시간차, 온도차가 있고, 또 불길이 다 꺼질 때 답을 내놓을 수 있지만 행정의 속성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청주청원 통합은 지사와 시장에게 가장 큰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체장으로서 어떠한 업적보다 가장 큰 업적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소통은 어찌 보면 양날의 칼이다. 소통을 강조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다보면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유혹에 빠진다. 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소통의 리더십은 여론을 듣고 어떻게 반응하는 가가 중요하다. SNS를 잘하는 것보다 여론을 듣고 무시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범덕 시장은 취임 후 2년 동안 ‘녹색수도 청주’를 구현하기 위해 1004만 그루 나무 심기, 청주읍성 단계적 학술용역 및 복원, 거버넌스 조직인 녹색청주협의회를 구성했다. 이시종 지사는 세종시 정상화 추진 및 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 추진 등을 성과로 뽑고 있다. 충청권 공조체제를 마련하는 데 적극적이었고, 전국 최초로 도내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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