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세라믹 3만여평 땅10년째 흉물로 방치
한보철강 삼립식품 월드텔레콤도 마찬가지

 ‘협력업체 등을 빼고 순수 고용 인원만 2만 5000명. 1년간 근로자 급여 5200억원(청주시 1년 예산규모는 5000억원이 채 안된다). 충북 전체 수출의 80%.’
청주, 아니 충북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청주산업단지가 경기침체와 함께 예전과 다른 외부시선, 일부기업의 잇딴 도산과 해외이전, 기업해체 등에 따른 ‘공백’으로 점차 모멘텀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으로 지역의 성장엔진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청주산단은 최근들어 이전대상쯤으로 전락한 가운데 지방정부의 산업정책적 우선순위에서도 찬밥대우를 받고 있다.  지방공단인 청주산단에 대해 관리권을 갖고 있는 충북도는 최절정기를 넘어 다소 탄력을 잃은 것으로 판단했는지 청주산단보다는 미래성장 산업분야인 IT와 BT 육성을 위해 오창과 오송산업단지에 모든 관심과 지원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청주산업단지는 곳곳이 부도업체나 해외이전 공장들로 인해 텅텅 빈 부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월드텔레콤은 목하 기업해체가 진행중이고, 삼익세라믹 한보철강 삼립식품 등 오래 전부터 셔터가 닫힌 업체 경우 퇴락한 모습으로 장기간 방치되면서 청주산단의 생채기로 남아 있는 것. 이에 따라 이들 부지에 대한 인수자 물색은 물론 활용방안 등 다각적인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아가고 있다.

휴폐업·이전공장 부지 활용책 ‘전무’
중부고속도로 서청주 나들목에서 청주로 진입하다 보면 청주산업단지가 도로 양쪽편으로 펼쳐져 있는데 초입 부근 왼쪽 편으로 거대한 공장부지가 휑덩그렁하니 나타난다. 조립식 건축자재를 생산하던 3만 2000평 규모의 삼익세라믹 공장 터인데, 부도 10년째를 맞는 세월만큼 퇴락한 모습이 청주산업단지는 물론 청주전체의 인상을 흐려놓는다.

이런 생각을 채 정리하기도 전에 조금만 더 달리면 이번엔 오른편에 10만평이 넘는 대농이 나타난다. 대농은 청주산단에 포함된 기업은 아니지만 공간적으로는 산업단지 안에 포함된 업체. 지금 이 회사는 생사기로에 놓인 채 회생을 위한 몸부림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봉명동 네거리 조금 못미쳐, 대로변 안쪽에 자리잡은 때문에 잦은 시선노출은 되지 않고 있지만 청주산단 1, 2단지는 더욱 조용하다. 이곳엔 최근 매각논의가 재점화되면서 세인의 관심대상으로 떠오른 한화철강 청주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삼립식품도 새 주인을 맞지 못한 채 썰렁한 모습이다.

“LG가 삼익세라믹 인수했더라면…”   아쉬움 남아
삼익세라믹=모기업인 (주)삼익의 부도로 연쇄파편을 맞고 기계가 멈춰선 지 10년째를 맞는 삼익세라믹은 은행채권단 소유로 돼 있다. 중부고속도로 서청주 나들목(IC) 턱밑에 위치한 삼익세라믹 공장은 위치는 물론 부지의 적정한 규모로 타 기업들의 관심대상이 돼 왔다.
“2년전인 2002년. LG화학은 삼익세라믹 부지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에 나섰다. 미래성장산업인 정보전자소재 전용공장 터를 찾던 LG화학이 이곳에 눈독을 들인 것이다. 가뜩이나 채권회수에 애를 먹던 채권단에서도 LG화학의 입질에 설레였다. 양자간 의견은 급속도로 좁혀졌고 2002년 이들은 가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매수-매각금액은 168억 여 원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채권단은 나중에 생각이 달라졌다.

인수의향을 나타내며 적극적으로 접근한 상대가 대기업체인 것을 고려한 채권단에서 매각금액을 수정, 높여서 부른 것이다. 채권단이 삼익에 대해 확보한 미수 채권금액은 230억원. 욕심이 난 채권단은 가계약 매각금액에서 무려 60억 이상 높인 230억원을 불렀다. 이 참에 부실채권을 100% 환수하고 싶은 의욕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는가. 168억원선에서 삼익세라믹 부지를 인수할 뜻이 있던 LG화학에서 두 손을 들어버렸다.
LG화학에서 완전히 포기해 버린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최근 준공식을 가진 LG화학 오창 테크노파크 공장은 이렇게 탄생했다.”

“임대형 아파트 공장 설립 등   검토할 만”
청주산단 관리공단은 “그 때를 기준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에는 삼익 세라믹 부지에 대한 인수-매각 논의가 전면 중단된 상태”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관리공단 측은 “그 이후 우리측에서는 ‘청주시가 삼익세라믹 부지를 서울 구로공단 처럼 아파트형 공장부지로 개발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여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관리공단은 “아파트형 임대 공장이 성공하면 최고 100개에서 150개 안팎의 업체를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땅값 부담이 큰 상황에서 넓은 공간이 필요없는 중소업체에겐 훌륭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이에 대해 “우리도 큰 고민을 계속하고 있지만 부지 규모가 큰 데다 아파트형 임대공장을 건립하는 문제도 열악한 재정형편과 사업성 등을 두루 생각할 때 불투명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섣불리 손대기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계의 시각은 이런 청주시의 태도에 대해 “청주시가 그만큼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며 비판하고 있다.

전기 수도요금까지 체납한 월드텔레콤
월드텔레콤=지난주 충청리뷰가보도했듯 월드텔레콤은 사실상 기업해체에 들어간 상태다. 600억원대의 거대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월드텔레콤은 4개월 가까이 조업이 중단된 실정으로 푼돈에 해당하는 유류비를 비롯, 전기 및 수도 요금, 직원들 의료보험 요금 등 공과금 조차 체납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시는 “체납 전기요금 문제가 있지만 노조의 요청에 따라 사업장에 대해 임시 전력을 공급토록 한국전력에 협조를 요청했고 상수도도 3개월치가 체납된 상태로써 공급중단 경고를 내렸지만 아직은 절수조치를 취하진 않고 있다”며 “IMF 이후처럼 민간기업체에 공적 자금을 투여할 수도 없고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월드텔레콤 청주공장이 설령 매각되더라도 매각대금이 200억원 정도 밖에 안돼 채무를 완전히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종업원들의 고용안정 문제 때문에 경영진과 면담하기 위해 이 회사 대표이사의 집까지 찾아가는 등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지만 만날 수 없었다”고 허탈해 했다.

한때 ‘잘 나가는 기업’이란 유명세와 함께 부러움을 한껏 사던 월드텔레콤의 몰락으로 수백명의 고용안정은 물론 첨단 IT 제조벤처기업을 갖고 있다는 지역의 자존심 역시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의욕만 앞선 채 발목잡힌 대농부지 개발계획
대농=사실 대농문제만큼 청주시는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시는 대농의 기업 인수합병과 대농부지에 대한 도시계획변경(용도변경)을 패키지로 묶어 ‘당근’을 제시함으로써 대농의 인수가치를 높여주는 특단의 행정대응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주시의 이런 노력은 충북도의 브레이크에 의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청주시로선 인수합병의 촉진을 통해 근로자들의 고용안정도 꾀하고 대농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통해 부지의 절반을 ‘무상증여’ 받는 일석이조의 결과를 기대했지만, 더 큰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충북도에 의해 제지된 것이다. 충북도는 대농에 대한 인수합병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 어느 기업이 대농을 인수할 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합병의 대가로 엄청난 개발이익을 가져다주는 도시계획변경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특혜의혹만 부추길 뿐 정당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땅값이 먼저 올라가면 오히려 인수합병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현실인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충북도의 분명한 메시지는 대농과 채권단에서 인수합병을 먼저 성사시키라는 것이다. 경험칙상 자신이 담보로 확보하고 있는 땅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한 채권단에서 적정 매각가 이상의 높은 값을 부르게 마련이고, 이럴 경우 ‘인수 장벽’만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한 때문이다. 결국 청주시는 의욕만 앞세운채 기대심리만 잔뜩 부추겼다가 체면이 왕창 구겨지게 됐다.

급물살 타는 한보철강 매각논의
한보철강=최근 매각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한보철강 청주공장이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보철강 채권단과 법원의 움직임을 볼 때 청주공장은 매각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청주산단 관리공단의 관측이다. 그런 만큼 청주공장 부지를 이해 당사자들이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가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보철강 매각은 이르면 상반기안에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머니투데이지는 최근 “한보철강 매각의 주체는 지난해까지 한보철강의 자산-부채를 대부분 갖고 있는 자산관리공사가 전담했으나 이번 매각은 법원이 직접 나서 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머니 투데이의 보도내용.

청주공장은 매각대상에 빠졌는가?
‘법원과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포스코-동국제강 컨소시엄, 현대차그룹의 INI 컨소시엄 등 15곳 중 1차 선정(필터링) 작업을 거칠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특히 한보철강의 매각을 조기에 완료한다는 방침 아래 예전과 크게 다른 매각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금에 연연하기보다는 인수 희망업체의 경영능력과 자금력에 평가 초점을 둘 전망이다. 법원은 1차 필터링 작업을 벌여 4월말까지 2차 대상 업체를 추린 뒤 5월부터 업체별 실사작업-입찰제안서(5월 25일) 접수-우선협상 대상자 선정(5월말)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2월 있었던 3차 매각 시도 시 AK캐피탈은 한보철강을 4524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총 매입대금 가운데 644억원이 부족해 두 차례나 매각대금 완납일을 지키지 못해 결국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한편 한보철강 인수에는 포스코-동국제강 컨소시엄, INI스틸-현대하이스코(INI 컨소시엄), K스틸-군인공제회 컨소시엄, 일본 야마토스틸-미국 뉴코 컨소시엄, 한국철강 등 15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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