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석 청주대 역사문화학과

1779년 8월 3일 새벽 정조는 효종 능과 세종의 영릉을 찾으려 창덕궁을 나섰다. 어렵사리 강을 건넜을 때 길가에 빼곡히 늘어선 백성을 보고 정조는 이렇게 말했다.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내가 이제 배를 타고 이 백성에게 왔으니 더욱 절실히 조심하겠다.”

이는 언제나 백성을 두려워하고 그들의 생각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두부터 왜 옛날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지식으로는 알고 있어도 실천으로 옮기려 하지 않는, 현시대의 위정자들 때문이다. 물론 위정자들에게만 따질 일은 아니다.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국가가 탄생한 이후 수천 년 동안 수많은 흥망성쇠를 거듭해온 과정에서부터 오늘날 이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얻은 절대불변의 교훈은 ‘국민을 거스르는 治(치)’는 반드시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는 수학의 공식같이 딱 맞아떨어진다. 우리는 이것을 ‘역사적 동시성’이라고 말한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 정답은 ‘표리부동(表裏不同)’일 것이다. 국민에게 물어보고자 한다면 대답을 얻을 수 있고, 대화를 통해 얻은 대답을 실천하면 또한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최근 MBC 주말드라마 ‘무신’에서도 국민의 의사를 거스르는 위정자들의 자세가 엿보인다. 고려 후기 최씨 정권은 몽고의 침입 앞에 국민들이 겪을 고초는 고려하지 않은 채 ‘국가의 위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결국에는 강화도로 도읍을 옮겼다., 수십 년 동안 몽고에 항거했으며 후에 피해는 있었으나 그들이 목표했던 바는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역사의 빛 뒤에는 언제나 그늘이 있듯이 몽고항쟁 동안 희생당한 국민들의 피해는 더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조선 후기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주장하며 세워진 새로운 정부는 임진왜란을 통해서 국민이 겪고 있는 전쟁후유증은 잊은 채 국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들의 세계에 갇혀 지냈으며 결국 나라를 큰 위험에 빠뜨렸다.

그렇다고 현대에 와서 달라진 것은 없다. 2012년 지난 4월 11일 당차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했던 19대 총선거 이후 국민을 위한 공약 정책시행은 온데간데없이 저축은행비리, 부정선거 등 수많은 선거 후유증을 낳은 19대 국회는 국민 모두의 기대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현재 닥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공약정책을 시행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정치 내부에서 명분론을 앞세우며 서로에게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는 등 끝나지 않는 분쟁이 무성한 현실이다.

필자는 지금 대학생이다. 누구보다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국민들은 상식대로 살아가기만 하면 잘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원한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세상이다.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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