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사)충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간사)

탄핵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이번 17대 총선의 화두는 정치개혁이었다. 정치신인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했고, 민주노동당도 원내진출을 했다. 다소 희망적인 결과였지만 정치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질 지는 의문이다. 이번 총선기간 동안 언론을 모니터하면서 언론개혁 없이 정치개혁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바람으로 시작해서 바람으로 끝났다” 17대 총선 결과를 두고 언론이 내린 평가이다. ‘탄핵풍’ , ‘노풍’, ‘박풍’, ‘추풍’ 등 많은 ‘바람’이 지난 한달 동안 언론을 장식했다. 언론은 이 ‘바람’ 탓에 이번 선거에 정책이 실종되었다는 비판도 빼놓질 않았다. 그러나 정작 이 ‘바람’ 은 언론이 만들고 퍼트린 것이었다. 각 당에서 제시한 정책이 차별성이 없어 이미지와 이벤트 정치에 치중했다는 데에 본질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지역언론의 17대 총선관련 보도도 이미지와 이벤트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총선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면서 각 언론은 정책과 유권자 중심의 보도를 약속했지만, 실상은 후보동정이 중심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유권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언론은 입장을 배제한 채 후보들의 동정(혹은 입장)을 중계만 해주었다. 언론은 여전히 정책과 유권자 중심의 보도에는 인색했다. 물론 각 당의 정책을 검증하는 기획도 양념처럼 한 두 꼭지 자리하긴 했다. 그러나 심층적인 비교검증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거관련보도 모니터 결과 가운데 흥미로운 사실중의 하나는 신문이나 방송 모두 미디어선거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는 점이다. 언론은 미디어선거를 TV후보자토론회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신문은 TV후보자토론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이래서 미디어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점에서 언론이 미디어선거에 대해 준비를 충분히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이 미디어선거를 100% 활용하고자 노력했다면 이번 총선관련 보도는 정책중심의 보도가 넘쳐났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쟁점화하고 이를 중심으로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하는 보도가 넘쳐나는 신문과 방송을 어찌 유권자가 멀리 할 수 있겠는가. 미디어선거에 대해 준비가 없었던 즉 유권자 중심의 의제를 설정하는데 실패한 언론은 선거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 후보자와 정당의 일정을 중심으로 취재활동을 벌였고, 후보자와 각 정당은 한 번이라도 더 TV화면에 나오기 위해 이벤트성 행사를 연출하는 그들만의 ‘상생’이 이루어졌다. 아무리 탄핵의 바람이 거세었다 할 지라도 언론이 차분히 정책중심의 보도를 이끌었다면, 그래서 유권자로 하여금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면 17대 국회에 더 큰 희망을 걸었을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회생의 기회를 날려버린 지역언론, 언제까지 허탕만 치고 있을 것인가. 다시 돌아올 선거를 그냥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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