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5월11일, ‘Crime to guilty’ 배후로 李 지목
김씨 부인 ‘정우택 설득해 달라’ 구명운동 정황도

김병일 죽음, 풀리지 않는 의문 … 유력한 단서들


지난 4·11 총선과정에서 정우택(청주 상당·새누리당) 후보 관련 4대 의혹을 익명의 야후 블로그 <crime to guilty>를 통해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던 김병일 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사무처장의 죽음에는 원희룡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이왕재 ‘마이크로리서치홍콩(홍콩지역 인터넷 언론) 대표의 구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저축은행 합동비리 수사단에 의해 지난 18일 공갈혐의로 구속됐다.

이와 함께 총선 당선에 이어 선출직 최고위원 자리에 오른 정우택 의원이 문건 유포자에 대한 경찰수사를 독려하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숨진 김 처장은 정 최고위원의 성추문 등을 인터넷 유포한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고 귀국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또 3주 전, 김 처장의 부인이 지역의 한 정치인에게 ‘정우택 최고위원 측이 고발을 취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구명운동을 벌인 사실도 본보에 의해 확인됐다.

결국 문건의 직접 게시자인 이왕재 대표의 구속과, 정 최고위원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죽음의 덫’에 걸려들었다는 얘기다. 본보는 5월 11일자(726호) 보도에서 <crime to guilty>의 직접 게시자로 ‘홍콩지역의 인터넷 언론 M사’의 대표 B씨, M사 기자 A씨 등의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본보는 당시 <crime to guilty>가 지난해 10월 10일~21일 사이에 미래저축은행 비리를 다룬 사실과 기자 A씨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를 리트위한 사실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M사와 <crime to guilty>가 연관매체임을 지적한 바 있다.

의문
자살인가, 심장마비인가

김 전 처장의 사인에 대해서는 27일 현재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 처장의 죽음을 최초 보도한 중앙일보는 ‘외부침입과 타살의 흔적이 없다’는 홍콩경찰의 말을 인용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앙일보 종편방송인 JTBC는 26일 뉴스에서 “목을 맨 상태로 숨져있었고 외부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JTBC는 또 “억울한 심경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일부 언론들은 유족들의 주장을 인용해 사인을 심장마비로 추정하고 있다.

목성수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27일 “26일 아침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김씨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홍콩주재 영사관을 통해 사망사실은 확인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가 사망원인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사당사자 입장에서 유족들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 게 아니냐. 홍콩경찰의 검안이나 검시가 끝나야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인이 심장마비든 자살이든 김 전 처장이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 전 처장은 3월17일 <crime to guilty>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뒤 충북지방경찰청에 소환돼 1차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그를 부른 것은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이 희박했던 <crime to guilty>에 접속해 자신의 페이스북과 연동시킴으로써 내용이 널리 유포되는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김 전 처장은 당시 조사에서 “아이디를 해킹당한 것 같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라며 발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처장은 3월22일 1차 조사를 받은 뒤 27일 사업을 이유로 출국했으며 2차 소환요구에 불응하다가 최근 입국시기를 조율하는 상황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3개월 이상 외국에서 생활하며 좁혀오는 경찰수사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렸다는 것은 불 보 듯 뻔한 일이다.

단서
귀국 앞두고 이왕재 구속에 위축

본보가 <crime to guilty>의 직접 게시자로 지목했던 이왕재 마이크로리서치홍콩 대표는 저축은행 합동비리 수사단에 의해 지난 18일 구속됐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부탁으로 회사명의를 대여해 160억원을 불법 대출받게 해주고는 이를 빌미로 김 회장을 협박해 3억8000만원을 뜯어낸 공갈혐의다.

본보는 <crime to guilty>가 정우택 최고위원과 관련한 의혹을 지난 3월15일 새벽 게시하기에 앞서 지난해 10월 11일~21일 사이에 8차례에 걸쳐 미래저축은행 비리를 다룬 사실과 그 증거로 마이크로리서치홍콩의 기자가 트위터로 이를 확산시킨 화면을 캡쳐해 보도했다. 따라서 이왕재 대표의 구속은 김 전 처장을 더 이상 숨을 수 없는 ‘궁지(窮地)’로 몰아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 전 처장이 처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정황증거가 있다. 3주 전 김 전 처장의 부인이 손인석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에게 구명운동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손 위원장은 “김 전 처장 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정우택 최고위원을 만나서 멈추게 해 달라. 수사와 관련해 상당한 압력을 넣고 있다. 남편이 귀국하는 대로 구속될 형편’이라며 ‘정 최고위원 측에서 고발을 취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나를 만나주지도 않을 것이다. 측근 쪽에 부탁을 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청주 흥덕갑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숨진 김 전 처장 역시 청원선거구 출마를 준비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숨진 김병일 전 민주평통 처장은 누구인가?

학내분규를 겪었던 서원학원의 관선 이사장으로 기억되는 김병일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 대변인을 지내며 ‘MB의 입’으로 지역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2005년 2월 “군대라도 동원해 행정수도를 막겠다”는 당시 이명박 시장의 발언을 계기로 김 전 처장이 야당과 설전을 벌였던 것.

김 대변인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이던 1978년 행정고시(22회)에 합격한 뒤 1981년 국무총리실에서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서울시, 청와대, 정부 산하기관의 파리사무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2012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서원학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입문은 공천장을 받지 못한 이번 19대 총선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청주 흥덕갑 공천을 받았으나 친박계의 반발로 공천장을 양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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