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매각대금으로 김포공항에 정비시설 설치
충북 항공정비단지 직격탄…도내 정치권 ‘무반응’

▲ 한국공항공사가 청주공항 매각대금으로 김포공항에 자가용항공기 정비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충북도가 진행하고 있는 항공정비단지 조성사업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한국공항공사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 해마다 50억원 이상의 적자가 지속되던 청주국제공항을 225억원에 매각하고, 그 돈으로 청주국제공항을 정조준하고 있다. 충북도가 청주공항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MRO사업(항공기정비사업) 이야기다.

MRO사업은 충북도가 민선 4기부터 진행해온 사업이다. 충북도는 MRO사업을 주축으로 관련 기업들을 유치해 항공정비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충북도의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2020년 항공정비복합단지는 연간 1조 3000억원에 이르는 생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충북도는 2010년 부지매입비 등 8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항공정비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정부도 이 같은 노력에 화답했다. 국토해양부는 2009년 청주국제공항을 ‘항공정비시범단지’로 지정했고, 1년 뒤 지식경제부는 ‘MRO 유망거점지역’으로 지정했다. 금방이라도 청주공항인근이 항공정비업체와 관련업체들로 가득 메워질듯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정부는 이후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먼저 결과물을 보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항공정비시범단지는 청주국제공항 외에도 대구공항, 김해공항도 지정됐다. 누구든 경쟁력을 갖추면 그곳에 대해 먼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3년 노력…성과 나타나는데

그래서 충북도는 또 준비했다. 투자유치과 내에 MRO팀을 구성해 단지 조성의 핵심과제인 관련 해외기업 유치에 나선 것이다.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에어아시아항공과 MOU를 체결했고, 5월에는 말레이시아항공과 MDA를 체결했다. 이달에도 물류업체와 MDA를 체결했고, 다음 달에는 말레이시아항공과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경쟁지보다 조금 앞서며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케 했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최근 정부와 한국공항공사는 한국공항공사법(이하 항공법) 개정을 통해 김포공항에 MRO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존 항공법은 한국공항공사의 권한을 규제해 항공기 정비업 등을 직접 수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 항공법은 이를 허용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청주국제공항활성화대책추진위원회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정부가 공항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약속과 함께 수백억원에 매각하고, 공항 활성화에 필요한 핵심사업을 편법을 동원해 김포공항으로 빼돌리는 행위는 일반 사기업시장에서 벌어지는 사기매각 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대책위의 주장은 공항공사가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투입하는 사업비 200억원이 청주공항 매각대금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책위는 관련법 개정을 중단할 것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답변은 ‘수용곤란’이었다. 그 이유로 국토부는 “김포공항에서 진행되는 사업과 청주공항에서 진행하는 MRO사업은 업역이 다르다"고 답변했다. 김포공항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자가용항공기 정비센터’로 주로 국빈들이 타고 오는 자가용 항공기에 국한된 정비라는 것이다.

반면 MRO는 여객기에 대한 정비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해명은 한국공항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의 규모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 간단한 정비라면 굳이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격납고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대책위는 지역의 정치권과 지자체에 이 같은 우려를 전하고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당은 물론 국회의원 누구도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에 이 같은 뜻을 전하지 않았다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MRO사업은 충북도가 준비해온 항공정비복합단지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다. 아무런 제동없이 김포공항에 자가용항공기 정비사업이 진행된다면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는 물론 항공정비복합단지 조성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책위는 “정치권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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