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쌍년’이 국가 존립에 미치는 몇 가지 영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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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쌍년’이 국가 존립에 미치는 몇 가지 영향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06.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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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

▲ 건축학개론 2012 한국 | 로맨스/멜로, 드라마 | 2012.03.22 12세이상관람가 | 118분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저자 깐죽김씨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랑은 눈물 속에 피어나 비웃음속에 사라진다’(오래전 읽은 E대학신문). 어설픔으로 인해 갖지 못했던 첫 사랑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몰래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1997년 무렵의 해뜨는 D시, 어설픈 연애편지에 담긴 첫 사랑의 기억도 분명했던 두 사람(H군/C양)은 다른 대학에 진학하면서 헤어진다.

이들은 몇 차례 또 명쾌하지 못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미련일까 사랑일까. 어찌나 또박또박하지 못했던지 이들은 첫 키스도 어설펐다. 공간적으로는 C를 서울에 바래다주는 버스 안이었고, 시간적으로는 하차장에 다다를 즈음이었고, 상황적으로는 하차장에 C의 새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니 말이다. 각자의 인생 경로에 다시 마주할 일이 없는 이 두 사람, 그런데도 이들의 어설픈 첫 사랑은 십 수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SNS를 타고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다. 마치 어설픈 첫 사랑의 흔적 때문에 남자친구의 건축모형을 십 여년 동안 간직하고 있는 영화<건축학개론>의 서연(배수지 分)처럼. 아마도 이것이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행요인일 듯싶다.

남의 나라 통계청과 보사부(보건사랑부)의 사망원인조사 중 증가율 1위는 첫 키스로 인한 심장마비 및 동맥경화, 팔 떨림, 입술 경직 등 심신미약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한다(이하 믿거나 말거나). 게다가 무장 탈영 후 첫 사랑녀 집 앞 배회 및 동네 개 패기 등으로 인한 주민들의 치안부재에 대한 불만도 급증한다.

첫사랑과 같은 하늘아래 있기 싫다면서 米쿡으로 연애망명을 하는 건축설계사도 증가하고 있다. 큰 강 이남 출신 자녀들의 여자후배에게 강제로 술 사주고 옷사주고 벗기기로 인한 현금부족으로 뇌물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고위층의 퇴직 후 개인복지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린 1% 상위층에서는 최고위층 직속 <동반사랑위원회>를 구성해서 동생의 아내를 강제로 사랑한 적이 있는 국회의원 K를 임명, 사랑에 실패해도 또다시 사랑이 가능한 사회문화적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왜냐면 인간은 자본(Human Capital)으로 귀하니까. 아무튼 이렇게 정부가 사찰은 물론 개인의 사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덕분에 ‘그 쌍년’들의 지속적 감소세가 유지되면서 문화인류학적으로 열등감을 유발하던 첫사랑, 첫키스, 첫 미팅, 첫 경험의 집착은 봄눈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큰 강 토목 사업으로 인해서 실질적으로 가뭄이 없어진 그 해, 사람들은 물 대신 첫사랑에 목말라하며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갈증을 해소하였다고 한다.



<건축학개론>은 전람회의 노래와 캐스팅도 좋고(두 명의 여배우에 대한 평이 아주 좋다) 스토리도 거부감이 없고 30대 중후반 남녀들의 예전의 추억들(삐삐, 오래된 골목길, 버스 노선 등)을 되살리기도 하고 게다가 코믹한 상황도 나온다.

정릉이 누구 陵이냐는 건축학개론 교수의 질문에 정조? 정종? 정약용?이라고 대답(정답: 조선 태조 이성계의 비인 신덕왕후 강씨)하는 서연역의 미쓰 A의 배수지(168cm, 48kg, 1남2녀중 둘째, 1994년 쌍십절생)는 이른바 국민첫사랑이라는 말도 있다. 게다가 재회한 승민(엄태웅 分)에게 말한다.

“어떻게 사는지, 지금은 어떤지…궁금했어”라고 말한다.(이때 배우는 한가인이다)그러자 승민은 짜증스러워하면서 “그냥 궁금해서 그게 다야? 그래서 이따위 짐을 가지고 있는거야?”라고 하자 서연은 낮은 목소리로 고백한다.

“그래…갖고 있었어. 갖고 있으면 안돼? 나는 니가 내 첫사랑이었으니까.”

아 이런 대목은 정말 분석하고 비평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사랑이 실패하는 몇 가지 요인들 중 하나는 집착과 질투와 같은 자기애적 성격장애 혹은 맨 위의 사례와 같은 다른 남친, 선배나 친구와 같은 제3자의 개입과 오해이다. 용서하시라.

아무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이 영화를 쪼개본다면 가난한 집 아들과 부자집 딸(유학경비를 지원해줄 수 있는), 음대 다니면서 아나운서 꿈꾸는 여학생과 재능 있는 공대남학생. 의사와 이혼한 돈 많은 여성과 미혼인 건축전문가 남성, 서울과 제주 등등 대립적(Binary Opposition)요인들이 많다.

물론 이러한 것이 첫사랑 같은 낭만적 사랑에 대한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지극히 형식적인 부속품들로 이해되지만 내면의 모습보다는 겉모습 등에 의존 혹은 추억에 기대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은 불편했다.

그럼에도 한가인의 높은 콧대는 물론 평범한 무 다리, 배수지의 펑퍼짐한 뒷모습처럼 이야기 전개가 자극적이거나 비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건축학개론이 제목인 것은 세상사 서로 설계하고 감응하는 그러면서 부족하거나 혹은 남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어우러져 사는 것이라는 의미인 듯. 근데 첫키스 상대가 첫사랑인가? Nix 제품을 힘들게 사본 사람들은 좋아할 듯싶다.②

신라시대 뛰어난 문장가 강수가 귀족가문을 마다하고 첫사랑 대장장이 딸과 결혼했다. 그 부인 역시 맑고도 투명하게 결혼생활을 마무리함은 첫사랑의 마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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