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은 치솟은 물가에 한숨을 내뱉는다. 비싼 쇠고기는 엄두도 못 내고, 돼지고기도 이젠 더 이상 서민 음식이 아니다. 가뭄에 채소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나마 밥상에 올릴 부담 없는 식재료가 생선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갈치는 최근 가격이 올라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고, 한 마리에 1500원 선에 팔리는 고등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갈치·꽁치·멸치, 그리고 고등어·연어·잉어 등 생선이름에서 ‘치’와 ‘어’의 차이다. 어떤 생선에 ‘치’를 쓰고, 어떤 생선에 ‘어’를 쓸까.

‘치’와 ‘어’의 쓰임에 대해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지식인’에 물어보니 비늘이 없는 생선에 ‘치’를 쓰고, 없는 생선에는 ‘어’를 쓴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알고 있다. 그 밖에도 천(흔)한 생선에는 ‘치’를 쓰고 귀한 생선은 ‘어’를 쓴다는 설도 있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그 근거로 예부터 제사상에는 ‘치’로 끝나는 생선은 올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하나는 ‘치’는 한글식 표현이고, ‘어’는 한자식 표현이라는 주장이다. 예로 갈치는 한자로 도어(刀魚), 광어(廣魚)는 우리말로 넙치라는 점을 든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생선이지만 어원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어원론의 권위자인 한글학자 홍윤표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홍 교수는 “‘어’와 ‘치’는 접미사로 명사 뒤에 ‘어’가 붙고,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 뒤에 ‘치’가 붙는다”며 “대개 한자어 다음에는 ‘어’가 붙고, 우리말 다음에는 ‘치’가 붙는다”고 설명했다.

고등어의 원래 이름은 모양이 칼과 같다고 해 고도어(高刀魚)였고, 날치는 물위로 튀는 모습이 날아가는 듯 해 날치라고 불렀다.

홍 교수는 귀한 생선과 천한 생선으로 구분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인식이 있을 수 있다. 고급품종에 한자어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두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비늘의 유무에 따른 구분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단어의 어원을 찾는 작업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지만 어원사전에 등재돼 있는 단어는 수천개에 불과하며, 아직도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단어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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