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정치적 의도 없어도 악용될 소지 있어”

“기본적으로 역사 인물을 두고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할 것이 없다. 문제는 영화제작에 의도가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 상식적인 판단으로 본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고(故)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에 관한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는 것은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19일 <충청리뷰>와 전화 통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 제작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방 국장은 “육영수 여사의 남편인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역사적 평가가 엇갈린다. 육영수 여사 또한 그의 죽음에 대해 미스터리가 많고, 유신 18년의 철권 독재 통치 기간 동안 미궁에 빠진 사건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과 가공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가 완성되면 안 봐도 뻔하겠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주고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이다. 대통령 후보자의 자질 검증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노린 선거로 전락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객관적 판단을 벗어나려고 하는 의도로 의심 받을 수 있다. 영화제작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화제작사 (주)드라마뱅크쪽은 정치적 목적 없이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러브스토리를 영화에 담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방 국장은 “근현대사 바탕으로 하는 것은 역사영화는 사실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고구려 광개토대왕등 현 시대가 아닌 고대 시대에 대해서는 작가적 상상력이 풍부해야 하지만 근현대사는 지금도 살아있는 이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그들 가운데 유신의 폭압으로 인해 희망당한 이들의 정서와 피눈물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멜로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런 이유라면 친일 이완용과 5.18 광주사태로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멜로영화도 가능하다”면서 “비록 육 여사가 청와대에서 야당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자칫하다간 유신독재의 본질을 흐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 아직도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않은 인물에 대해서는 영화제작에 있어서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 국장은 영화나 드라마제작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지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모든 지자체의 지원 시발점은 관광 자원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다. 이 두 가지에 모든 논리를 집어 넣는다. 그런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 전북 고창의 미당문학관과 군산의 채만식 문학관 등”이라면서 “지자체의 경제를 늘리를 위해서 역사를 왜곡하거나 타협하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문제 없다는 생각을 가진 공무원들의 국가관이 의심스럽다"며 "거꾸로 나라를 위해 값지게 희생한 독립유공자 등을 찾아내어 관광 활성화를 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