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자로 계약 만료… 1년마다 고용불안 되풀이
최저낙찰제 개선 요구 … 학교측 “확정된 사항 없다”

▲ 지난 15일 청주대 본관 앞에서 이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인상과 고용불안해소를 위한 '쌈싸먹기' 행사를 가졌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에게 또 다시 ‘해고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는 30일을 끝으로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의 용역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청주대는 전년 7월 1일부터 다음 해 6월 30일까지가 청소용역 계약기간으로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은 1년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6월만 되면 청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재고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다. 더욱이 지난해의 경우 6월 17일 청소용역 입찰공고가 공지됐는데 올해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지금까지는 여러 고비 속에서도 재고용이 이뤄져왔지만 막연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또 어떤 업체가 입찰에 응할지, 어떤 사장이 올지 알 수 없는 청소노동자들의 걱정은 깊어지고 있다. 청주대 건물의 청소는 용역업체에 의해 간접고용된 청소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남성 1명을 제외한 조합원 모두 여성이다.

지난 15일 청주대학교 본관 앞에서는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을 비롯해 50여 명이 모여 ‘최저임금 쌈 싸먹기’ 행사가 열렸다. ‘행사’시작시간은 12시, 점심때였다. 말 그대로 식사를 함께 나누는 자리, 진짜 쌈을 싸먹는 행사였다. 행사 주제처럼 쌈 싸먹을 수 있는 상추와 밥, 나물 등이 준비됐다.

이정순(55) 공공운수노조 청주대지회장은 “식사 준비는 대부분 청소노동자들이 맡았다. 평소 싸오던 도시락보다 조금 더 준비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많은 손님에 ‘혹시나 음식이 부족하지 않을까’하며 초조해했다.

최저임금 ‘쌈 싸먹기’ 행사 열어

같은 날 서울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의 집회가 있었다. 이날 서울 홍익대 일대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행진대회가 열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개선, 고용불안 해소, 휴게 공간 마련 등을 요구했다. 2010년부터 시작된 행진은 올해로 세 번째를 맞았다. 청주대의 경우 이날 식사에 앞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벌인 뒤 ‘쌈싸먹기’를 열며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문설희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조직부장은 이날 행사에 대해 “정규직의 경우 임금협상을 할 때 최저임금이 기준이 되지 않지만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임금협상을 할 때 최저임금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문 부장은 청주대가 채택하고 있는 최저낙찰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 해 낙찰 받은 M회사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가격을 제시했다. 지난 해 최저임금 동결을 예상한 사장이 임금동결과 더불어 정년감축을 통해 인원을 줄이려 했다”는 것. 이로 인해 지난 1월 청소노동자 1명에게 해고를 통보, 갈등을 겪기도 했다.

문 부장은 “아직까지 청소용역 공고가 뜨지 않았다. 계속 주목하고 있으며 선전전 등을 통해 요구사항을 알릴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실 고용주인 청주대 총장에게 직접고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주대 시설운영팀 관계자는 “올해 새로 업무담당자가 바뀌어 공고가 늦어지고 있다. 또한 청소면적의 오차가 있어서 이를 확인해보고 있는 단계다. 최저낙찰제 문제의 경우 학교 공사가 모두 최저낙찰가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해고 걱정 없이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
공공운수노조 청주대지회 청일점 조합원 채석봉씨

종합운동장 3만 4330㎡. 채석봉(61)씨가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면적이다. 채씨는 공공운수노조 청주대학교지회의 유일한 남성 조합원이다. 채씨는 종합운동장과 경상대 지하주차장을 담당한다.

▲ 채석봉씨가 정년까지 고용불안없이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그 소망은 이뤄지기에는 외부적 요인이 많다. 사진/육성준 기자

“학교 축제와 체육대회가 몰려 있던 지난 5월에는 쉴 여유조차 없었다”는 게 채씨의 말이다. 종강이 다가온 지금은 조금 여유가 있지만 곧 다가올 방학기간에 해야하는 대청소를 생각하면 눈 앞이 아찔하다. 혼자 담당하기는 쉽지 않는 일의 양이지만 워낙 부지런해 일이 밀리는 법이 없고 꼼꼼한 성격 탓에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채씨의 말이다.

채씨는 지난 15일 ‘쌈 싸먹는’ 행사에서도 단연 이목을 끌었다. 채씨는 청주대학교에 주차관리요원으로 들어와 3년간 일한 뒤, 다시 목공실에서 일을 하다가 뒤늦게 청소 일을 시작했다. 그 때만해도 남자동료가 3~4명은 됐지만 당시 동료 중에서 혼자 남았다.

채씨는 홀로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그만이 유일하게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기 때문이라 믿고 있다. 채씨는 “8년 전인가, 9년 전인가 강수분 당시 지부장이 노조에 가입하라고 하길래 밑져야 본전 심정으로 가입했는데 남자 중 유일하게 남았다”고 회상했다. 청주대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2003년이니 처음부터 함께 해 온 셈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노동환경

채씨는 만난 곳은 종합운동장 한쪽 휴식공간이다. 집회를 마치고 돌아온 채씨가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믿기 힘들지만 이곳에 앉아 있으면 운동장 스탠드에서 누가 쓰레기를 버리는지 보인다고 한다.
채씨의 휴식공간에는 달력이 여러 개다. 달력에는 이런저런 메모들이 빼곡하다. 대부분 집회일시와 모임알림, 해야 할 일에 관한 메모다. 올해 달력뿐만 아니라 지난 해 달력도 아직 달려있다. 지난해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이맘때쯤 입찰공고가 났는데…” 하며 채씨는 달력을 바라본다. 적은 월급이지만 아내와 함께 살만하다. “일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고 재미있다”며 가능하면 정년인 67세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채씨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온전히 채씨 뜻에 달려있지 않다. 지금도 너무 적은 입찰가로 청소회사가 들어오지는 않을까, 회사가 노조원들을 전부를 고용할까 하는 걱정을 안고 있다. 채씨의 노동환경에는 외부적 변수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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