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승 청주MBC 노조위원장

공정방송 복원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청주문화방송 총파업이 오늘로 100일을 맞았습니다. 서울은 이미 140일을 넘겼습니다. PD수첩과 뉴스데스크, 무한도전 등 국민의 사랑을 받던 MBC 간판 프로그램들도 장기 파행되고 있습니다.

무노동 무임금으로 조합원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은행 대출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천직으로 알던 자랑스런 회사를 떠나 뜨거운 태양 아래 나앉아 공정방송을 목 터지게 외쳐댑니다. 일부에선 배부른 귀족노조가 불법 정치파업을 벌인다고 손가락질합니다.

정말 우리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힘이 빠지고 어깨가 처질 때마다 이런 회의의 목소리가 조합원들의 귓가에 두려움으로 속삭입니다.

총파업 100일. 대한민국 방송 역사상 전무했고 후무해야만 할 엄청난 시간이 흐른 지금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왜 우리는 이곳까지 흘러오게 되었을까? 답은 간단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걸어온 이 길 위에 좌고우면할 수 있을 만한 다른 길이 없었습니다. 해고와 징계의 칼날이 춤추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엄혹한 현실이 막아설 때마다 가슴 속에 펄떡이는 양심이 이끄는 대로 걸었습니다.

국민과 함께 울고 웃는 좋은 친구였던 MBC를 개로 전락시킨 정권, 권력을 등에 업고 낙하산으로 떨어져 조직을 재기불능의 상태로 망가뜨리고 분열과 갈등을 일삼고 있는 부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이었던 것이지요. 정권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PD수첩 피디들을 MBC 연수원 내방객 안내 담당으로 보내 버리는 참담한 현실을 눈뜨고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번 파업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공정방송 복원입니다. 대통령이 방통위원장을 임명하고 방통위원장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임명하고 방문진 이사들이 사장을 임명해 결국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MBC 사장이 임명되는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는 것입니다.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MBC는 영원히 정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두 번째는 숱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철 서울MBC 사장의 퇴진입니다. 김 사장은 무명의 재일 여성무용가 J씨를 각종 MBC 행사에 무리하게 출연시켜 20억원 넘게 챙겨줬습니다.

김 사장은 이 여성과 오누이 행세를 하며 충북 오송에 아파트 3채를 함께 구입했습니다. 김 사장은 이 여성의 서울집 주변에서 법인카드 수천만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명백한 배임과 횡령인데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검찰과 경찰은 도무지 수사에 착수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차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치부가 드러났지만 눈 하나 깜짝 않고 오늘도 조합원들을 무더기 해고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우리는 거리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싸우고 있는 수많은 민초들을 만났습니다. 미안하고 죄스러웠습니다. 우리의 무관심과 외면이 이들을 더 아프게 했다는 뼈저린 반성이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동지들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승리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 당당하게 방송현장으로 돌아가 이전과 다른 MBC, 할 말하는 MBC, 눈물을 닦아주는 MBC로 반드시 거듭나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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