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의원 “권력의지보다 시대교체의지 강한 점 같아”
충북대 교수 6명, 박종환·이수희·이재정 등 발기인 참여

6월17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충북인맥이 돋보이고 있다. 문 고문의 대선인맥은 5월30일 출범한 공식 싱크탱크 ‘담쟁이포럼’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노출됐다.

한완상 전 적십자사 총재가 이사장을,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30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담쟁이포럼은 지난 15일 ‘2013년 체제의 리더십(역대 지도자의 궤적)’을 주제로 첫 조찬 강연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의원의 시 <담쟁이>에서 이름을 빌려온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선조직에 충북연고 인사들의 참여가 두드러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포럼의 세(勢)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잣대는 현역 의원들의 참여규모다. 현재까지 26명의 의원들이 공식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친노·비노를 가리지 않고 더 많은 의원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김경수 공보특보의 주장이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은 충북 출신의 도종환(비례대표) 의원이다. 도 의원은 충북연고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담쟁이포럼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도 의원과 함께 진천 출신의 이재정 전 국민참여당 대표가 포럼에 가세했다.

도 의원이 주목을 받는 것은 우선 담쟁이포럼이라는 명칭과 관련해 그의 대표작 ‘담쟁이’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도 의원은 이에 대해 “한완상 이사장이 함께 어려움을 헤쳐가자며 동고(同苦)포럼이라고 이름을 짓자고 제안했고 나도 여기에 동의했다. 여민(與民)이나 상생(相生)포럼으로 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동고는 비관적으로 보이고, 괴로움을 같이하자는 것이기에 많은 이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었다. 결국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자는 취지에서 담쟁이포럼으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내가 쑥스럽게 담쟁이를 제안할 수 있겠냐? 명칭 결정과정에 내 의중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충북대 교수들 ‘개인적 지지’ 표명

도 의원은 담쟁이포럼에 참여하게 된 동기에 대해 두 가지 이유로 정리했다. 첫째는 추구하는 가치가 같고 둘째는 권력의지는 약해보이지만 시대교체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도 의원은 “승자독식사회에 반대하고 동행하는 사회를 꿈꾼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같다. 문 고문의 삶 또한 약자를 위한 것이었고 겸손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의원은 이어 “문 고문은 ‘권력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정권교체, 시대교체에 대한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다. 나 또한 그런 평가를 받는데 이분도 그렇더라. 그런 점에서 닮은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담쟁이포럼에서 또 주목을 받는 것은 충북대 교수들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다. 포럼 발기인 300여명 중에 학계인사는 130여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 가운데 강훈(의학)·강희경(사회학)·김헌식(의학)·류기철(경제학)·배영목(경제학)·손현준(의학) 교수 등 무려 6명이 충북대 교수다.

이는 개별대학 기준으로 가장 많은 것이다. 이밖에 서원대 정상호(사회교육학) 교수,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사회복지학) 교수 등 지역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충북대 강희경 교수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문가 그룹 가칭 ‘지역미래포럼’ 준비위원회에도 참여해 정책자문을 지원하고 있다.

충북대 교수들이 유난히 많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충북대 출신 국회의원 1호인 도종환 의원의 섭외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도 의원은 “강희경, 류기철 교수 등 평상시 알고지내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로 만난 적은 없다. 현재는 지역조직을 만드는 단계인데 내가 직접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현준 교수도 “노무현을 좋아하는 교수들 중심으로 연락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지역에서 따로 모임을 갖지는 않았다. 내 경우에는 대학은사인 김용익 의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박종환 전 청장 ‘경찰개혁’ 주장

사실 도 의원은 포럼 내부에서 지역적 파급력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충북연고라는 강점보다는 시인과 전교조 활동가로서 문화예술계와 교육계에 튼튼한 인맥을 구축했으며, 이 분야의 확장성이 더 기대되기 때문이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을 비롯해 시인 김용택, 안도현 등은 담쟁이포럼의 문인그룹이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도 학계인사라기보다 공연연출자로 더 명성이 높다. 그룹 윤도현밴드, 방송진행자 김제동씨의 소속사인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도 눈에 띈다.

뜻밖의 인물도 있다. 충주 출신으로 충북지방경찰청장을 지낸 박종환 전 경찰종합학교장도 담쟁이포럼의 멤버다. 박 전 교장은 2009년 공직에서 물러나면서 용산참사 강경진압을 지시한 정권을 겨냥해 “경찰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면서도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인명 존중’이라는 절대 가치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청주 출신의 이수희 전 충북개발연구원(현 충북발전연구원)장도 포럼에 가세했다. 이 전 원장은 삼성그룹 출신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총괄과장, 산업과장 등을 역임했다. 또 전경련 산하 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종합분석실장, 기업연구센터 소장 등을 거친 경제통이다. 이 전 원장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충북개발연구원장으로 일했다.

한편 문 고문의 다른 후원군인 ‘문사모’, ‘문풍지대’, ‘젠틀재인’, ‘문 워크(WALK)’ 등 팬카페 충북인맥은 아직까지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노영민 의원도 사실상 ‘親文’
경선기획 부단장 맡아 이름 걸지 않았을 뿐

문재인 캠프는 도종환 의원의 명성과 충북대 교수들의 대거 참여로 그야말로 ‘문전성시(文前成市)’지만 사실상 충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친문(親文)은 3선의 노영민 의원이다. 노 의원이 담쟁이포럼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당 경선기획단(단장 추미애)의 부단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노 의원실 관계자는 “부단장을 맡게 되면서 경선 때까지는 특정후보 지지에 이름을 걸 수 없다. 문재인 지지 여부를 우리 쪽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의원은 지난 6월9일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후보와 연대를 주장한 이해찬 후보를 지지했다. 손학규 고문이 밀었던 김한길 후보 지지세가 강한 충북에서 공개적으로 이해찬 후보를 민 것은 사실상 노 의원이 유일했다. 지방의원 중에서는 이광희 충북도의원이 문재인 지지를 준비 중이다. 유행렬 도당 사무처장도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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