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컨설팅 제도…몰라서 못하고, 관심 없어 안하고
“어디 있어요” “얼마에요”만 묻지 않아도 절반의 성공

대형유통사들의 무차별적 확장으로 골목상권이 말라죽고 있다. 이는 지역경제 파탄으로 이어지면서 골목상권을 살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형유통사의 횡포에 맞서 소비자운동을 벌이고 있고, 지자체와 정부도 소상공인 육성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좀처럼 소상인들의 경영환경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러 요인이 분석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업주의 의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 사진설명-정부와 지자체에서 동네슈퍼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전문컨설팅 제도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의 무관심 속에 전시행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점주의 개선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슈퍼클리닉이 진행 중인 우암동 애플마트.
SSM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동네슈퍼를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청이 3년째 진행 중인 나들가게의 경우 브랜드 인식개선을 위한 현대식 LED 간판 교체 지원에 200만원, 포스 설치에 150만원, 상품진열과 재배치에 100만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2012년 1차 사업까지 도내에서만 455개 업체가 선정돼 운영되고 있지만 매출상승으로 이어지는 곳은 많지 않다.

점주 의지없으면 백약이 무효
나들가게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현장지도가 9회로 정해져 있는 까닭에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도위원들이 제안한 것들만 개선하더라도 매출상승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업주들이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매출성장을 이루지 못한 슈퍼의 경우 대부분 슈퍼마켓협동조합 등 관계단체의 독려에 등 떠밀려 신청한 점주들”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나들가게의 경우 올해로 사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당초 계획되었던 1만개 육성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변화를 결심하고, 매출 상승을 위한 의지가 있는 업주라면 관심을 가질 사업이 있다. 바로 청주시가 진행하는 ‘슈퍼클리닉’이다.

슈퍼클리닉은 청주시가 SSM진출로 경쟁력을 잃은 골목슈퍼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전문 컨설팅 제도다. 한상훈 청주소상공인진흥센터 상담사는 “중소슈퍼마켓은 규모와 자본의 영세성과 함께 경영의 비전문성 등의 취약점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구조개선과 의식개혁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3월 시작된 슈퍼클리닉은 1차로 32개 점포를 우선 선정했다. 표면상으로는 37곳의 점포가 신청했지만 일부 점포는 이미 나들가게로 선정돼 지원을 받은 곳이고, 상당수는 업주가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신청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이미 중간에 포기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컨설팅 3주만에 효과 ‘쑥쑥’
우암동 주택가에 위치한 애플마트. 이곳은 지난 3월 모집한 1차 슈퍼클리닉 공모에 참여해 컨설턴트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애플마트는 지금껏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점주 이형진 씨는 “동네슈퍼가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딱히 문제점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4일부터 컨설팅을 시작한 김태호 지도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전문가의 눈에 보이는 문제점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제품 진열에서 품목에 이르기까지 문제점을 보완한 결과 일매출이 20%가량 늘었다. 물론 시기적인 영향도 작용했다.

편의점과 동네슈퍼의 차이
김 위원은 “동네슈퍼 최대의 적은 프렌차이즈 편의점이다. 동네슈퍼는 매출이 줄고 있지만 편의점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이 말하는 편의점과 동네슈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쾌적성과 편의성이다.

김 위원은 “제품구성은 동네슈퍼(평균 2000종)가 오히려 편의점(1500종)보다 낫다. 하지만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는 2500원짜리 담배를 사고도 망설임없이 신용카드를 꺼내지만 동네슈퍼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점주는 느끼지 못하지만 동네슈퍼의 환경에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얼마에요’ ‘어디 있어요’라는 말만이라도 듣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면 쇼핑편의는 크게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업주 이형진 씨는 김 위원의 컨설팅을 받아들여 고객의 쇼핑 동선에 맞춰 제품을 재배열하고 품목별 가격표를 붙였다. 그 결과, 더 이상 ‘얼마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고객은 나타나지 않았다.

애플마트의 첫 번째 변화가 가격표와 상품 재배열이었다면 두 번째 변화는 점포를 차별화하는 상품구성이었다. 김 위원은 “상권을 분석해보니 원룸촌에 사는 사람들이 주요고객이었다. 원룸촌에 거주하는 사람 중에 특히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이 많아서 애완용품 코너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애완용품 코너와 함께 의약외품 코너도 만들었다. 또 쌀도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다양한 상품을 진열했다.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2주에 한 번씩 ‘데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연금복권도 판매를 시작했다. 이 모두가 집객요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현금자동화기기 설치 여부도 알아보고 있다. 김 위원은 “인근에 현금자동화기기가 없어 자동화기기를 설치할 수 있다면 집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무엇보다 점주의 의지가 중요하다. 애플마트는 점주가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해 다른 곳보다도 빠른 변화가 있다. 골목상권은 근본적으로 소비인구가 많지 않다는 한계성이 있지만 그래도 100% 매출 상승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7월6일 2차 모집 신청 마감
현재 슈퍼클리닉 사업 2차 모집이 진행 중이다. 컨설턴트와 점포의 1:1 맞춤컨설팅을 진행하는 슈퍼클리닉은 현장 방문을 통해  점포의 현재 운영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한상훈 상담사는 “컨설턴트가 현장 점포방문을 통해 상품진열, 판매촉진, 고객관리, 매출관리, 고객응대, 상권분석 등을 통해 점포 환경 개선을 중점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부터 진행한 2차 신청모집은 7월 6일까지 계속된다. 신청 순서와 관계없이 현지 평가와 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되기 때문에 경영개선의 의지가 있는 청주지역 동네슈퍼 점주라는 마감일까지 청 경제과나 청주소상공인지원센터,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으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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