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영세성, 프로그램 획일화, 일선 교사 기피 겹쳐

교육당국의 교외활동 권장에 따라 청소년단체 가입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단체 운영과 프로그램의 질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단체가 전국 조직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별 독립채산제로 운영돼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각급 학교에서는 청소년단체 지도교사의 교과외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가산점)가 없어 적극적 교육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단체 운영의 개선점에 대해 점검해 본다.

충북도교육청에 등록된 초중고 청소년단체는 14개에 이른다. 회원수가 많은 메이저급(?) 단체로는 청소년적십자단, 청소년연맹단, 스카웃(전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해양소년단, 우주소년단 등을 꼽을 수 있다. 청소년적십자단은 도내 회원수가 1만3000여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청소년연맹단도 1만명의 회원 수를 내세우고 있다. 도교육청이 ‘1인 1단체 가입’을 권장하면서 초중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의 40%이상 가입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활동복(유니폼)과 필요 물품(수품)의 판매망을 독점 단일화시켜 회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일례로 A단체의 경우 도내 초중고에 8400여명의 회원이 가입됐지만 옷과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청주 ‘H교복사’ 한 군데다. 청주권에서는 거리불문하고 직접 H교복사를 찾아가 구입해야만 한다. 다른 지역은 전화주문을 통해 택배로 받고 있지만 치수가 맞지않으면 교환과정이 번거롭기 십상이다. 부산, 대구와 같은 대도시도 지정된 업체 1곳에서만 독점판매하고 있다는 것.

특히 신입회원들이 갖춰야할 옷 물품 구입비가 만만치않다는 지적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년초 청소년단체 가입신청 안내문에 5000원~1만5000원의 가입비만을 명시한다. 가입신청을 받고나면 필요물품 명세서를 보내는데, B단체의 경우 각종 의복과 가방, 수품 등 총 20가지에 구입비가 15만원을 넘는다. 여기에 야영장비까지 더 하면 24만원대에 달해 학부모들을 질리게 한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박모씨(42)는 “이미 가입비까지 낸 상태에서 아이한테 그만두라고 얘기할 수도 없고, 울며겨자 먹기로 10만원을 들여 옷과 물품을 샀다. 청주시내에 한 군데만 판다고 해서 찾아나서는 일도 번거로웠다. 판매상에게 ‘독점판매를 하니 수입이 좋겠다’고 하니까, ‘우리 마진만 있는게 아니라서 생각처럼 수입이 좋진 않다’고 얘기하더라. 결국 단체에서 물품판매대의 일부를 수입으로 잡는다는 것인데, 애들 상대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청소년 단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물품판매를 하고 있다는 것. 서울본부에 수품센터나 지원재단 조직을 두고 판매사업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회원 부담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진 청소년적십자단의 경우 가입비 5000원에 모자 조끼(2만1000원) 교본(2500원)만을 구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구매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 수품센터로 신청하고 택배로 물품을 받아야 한다.

이에대해 A단체 관계자는 “활동복은 착용이 의무화된 것이 아니며 중고생 회원들 가운데는 자신의 개성때문에 단복을 안입는 경우가 20~30%에 달한다. 신입회원도 물품목록대로 다 구비하라는 것은 아니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만 구입하면 된다. 활동복과 물품판매 관리는 서울 지원재단에서 맡고 있고 결코 단체 수익 때문에 독점 판매방식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 경우 적은 인원이 한시적으로 구입하다보니 일반 교복사에서 취급하지 않으려 한다. 할 수없이 안정적 공급을 위해 특정 업체와 단독제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부분의 청소년 단체는 지역별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의 지원없이 자체적인 운영기반을 갖춰야만 하는데, 후원체계가 미흡하다보니 회원들의 프로그램 참가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단체 특성에 맞는 전문적인 강사진을 확보하지 못하고 프로그램에 따라 청소년지도사들을 땜질식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질적향상을 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청소년지도사 박모씨는 “청소년적십자단은 적십자회에서 전국 조직을 관리하지만 대부분 단체 지부들은 독립채산제하에서 상근자 2~3명의 급여재원 조달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결국 아이들이 몰리는 프로그램을 택하다보니 위락시설, 관광지 방문등 단조로운 행사가 주종을 이룬다. 야영체험 프로그램도 숙식의 불편함 때문에 유스호스텔과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청소년 심신발달을 위한 단체로써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학교현장에서 청소년단체 지도교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많아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교사들은 청소년단체를 맡을 경우 업무 외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인데다, 행사일정이 주말이나 방학기간에 몰려있기 때문에 개인적 시간을 포기해야만 한다. 도교육청에서는 ‘1인 1단체 가입’을 권장하며 교외활동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교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경기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청소년단체 지도교사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등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 B단체 충북지부 실무자는 “희망교사가 없다보니 학교장이 억지로 떠맡기게 되고 지도교사가 적극성이 떨어지면 학생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른 어떤 지원책보다도 교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청소년단체 활성화의 일차적 과제라고 본다. 적극적인 지도교사들이 앞장서서 프로그램와 교육안을 개발하게 되면 명실상부한 인성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군 교육청에 청소년단체 프로그램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부여해 단체별로 객관적인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 단체들은 연초에 교육청 보조금 예산지원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내고 연말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전부다. 프로그램의 질적평가없이 무분별하게 단체등록을 받다보면 자칫 유명무실한 단체의 난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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