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배경 있다’ 뒷말에 충북·강원도민 반발… 지경부 “시기 조정일 뿐”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연기한 데 대해 충북도와 강원도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인 이유로 연기됐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충북·강원을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충북도는 민선 4기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경제자유구역 개발 계획이 이번 추가 지정 연기로 아예 무산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 추가지정 후보지를 지난달 23일 발표하려다 5일로 연기했고, 이날 예정된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또다시 무기한 연기했다.

지경부는 당초 경제자유구역을 신청한 충북, 강원, 경기, 전남 가운데 경기와 전남을 배제하고, 충북과 강원을 ‘예비지정’하거나 ‘조건부 예비지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비지정을 한 뒤 관계부처 추가검토와 개발계획 수정·보완,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이르면 연말에 추가 경제자유구역을 최종 고시할 예정이었다.

충북도는 올해 초 청주공항 항공정비복합지구(항공정비 MRO단지+항공물류타운), 오송바이오메티컬타운(첨단의료복합단지), 충주 그린물류관광타운 등 청주·충주·청원지역 13.06㎢를 개발구역으로 정한 충북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안을 지경부에 제출했다.

충북도는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 7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5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원도가 추진 중인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은 2조 5000억 원을 투자해 강릉, 동해, 삼척 일원 5개 지구 15.9㎢(약 480만 평)를 신 성장 동력과 지역성장 거점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동해안권은 120여개의 외국기업과 포스코 등 국내 대규모 기업을 유치하는 등 투자수요를 확보했고, 지구별 개발사업자(13개)도 모두 확보하는 등 경제자유구역 지정요건을 갖췄다. 따라서 충북과 강원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더욱이 지난 3월 충북을 방문했던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충북의 지정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고, 충북도는 수차례 수정보완작업을 거쳐 ‘충북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안’을 지경부에 제출했다. 지경부가 원하는 대로 사업면적을 축소한 것이다. 따라서 당시 지역 내 언론들은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에 파란불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정으로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충북과 강원은 사실상 예비지정 대상지로 확정됐다는 전망까지 흘러나왔다.

때문에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무기한 연기한 것에 대해 충북과 강원은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으며,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강원도 “대정부 투쟁” 압박

이시종 충북지사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연기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종결된 것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강원도와 힘을 합쳐 반드시 지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기자회견을 통해 “지정이 연기될 경우 투자유치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정치논리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강원도 시군의회 의장협의회와 강릉상공회의소, 강릉시번영회 등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미루고 있다”며 “지역민들은 생존권을 걸고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강원도는 일본의 쓰나미 이후 46개 일본기업과 양해각서를 맺는 등 투자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연기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도 단위에서 경제자유구역이 없는 곳은 충북도와 강원도 뿐이다. 2003년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전남, 경남) 등 3곳이 처음 지정됐고, 2008년 새만금·군산(전북), 대구·경북, 황해(경기, 충남) 등 3곳이 추가로 지정돼 현재 6곳이 운영되고 있다. 충북과 강원도에서 홀대론이 나오는 이유다.

대선 앞두고 표심 길들이나

정부가 연기한 것에 대해 기존 경제자유구역이 부진하다는 것이 원인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지부진해 추가 지정이 곤란하다면 당초 추가 지정 신청을 받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추가 예비지정에서 탈락한 지역의 표를 의식,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정책결정을 늦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경제자유구역 추가지정은 대선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 충주를 뒤늦게 경제자유구역 후보지로 추천해 충북경제자유구역 안에 포함시키도록 한 윤진식 국회의원(새누리당·충주)이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야당 출신 도지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윤 의원의 이 같은 태도는 그가 충주의 경제자유구역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윤 의원은 “충북은 상대적으로 낙후지역이란 점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추가지정 시기를 늦췄을 뿐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곧 조건부 허가를 내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지경부는 현재 시기를 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중요한 결정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각 부처 차관급으로 구성된 19명의 위원이 참석할 수 있는 시기를 조정한 것”이라며 “조만간 날짜를 잡아 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경부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추가지정 연기를 둘러싼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진행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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