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론되는 후보들, 영남 및 친노·참여정부 틀에 갇혀”

▲ 괴산 출신의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이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중부권 대통령 후보로서 친노 프레임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고향의 배타적 지지가 관건이다.
괴산 출신의 민주통합당 소속 4선 김영환 의원(경기 안산시 상록을)이 사실상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충청권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영남권 후보보다는 중부권 후보가 나서야 한다. 내가 그런 역할을 하겠다”며 경선 출마의지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을 감동시킬 비전과 정책을 가진 인물이 나와야 한다. 지금 거론되는 후보군으로는 어렵다. 새 판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한다.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 경우 감히 나서보려고 한다”고 예비 출사표를 던졌다.

김 의원의 출마선언에 ‘예비’라는 단서를 다는 것은 그가 일단 고향민심을 확인한 뒤에야 결심을 굳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11일 충청리뷰와 전화통화에서 “이길 수 있는 기본체력이 확인돼야 나설 수 있다. 페이스메이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기 남부에서 이미 4선을 했고 고향인 충북은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곳이다. 고향에서 배타적 지지를 받아야만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고향의 호응을 마중물이라고 표현했다. 김 의원은 마중물을 얻기 위해 조만간 청주를 시작으로 충청권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김 의원이 그의 구상대로 충북에서 마중물을 얻을 수 있을지, 그가 말하는 새 판이 가능한 것인지, 또 그가 밝힌 집권의 비전은 무엇인지 분석해 봤다.

충청권은 과연 마중물을 줄 것인가?

김영환 의원은 7일 기자회견에서 ‘인지도 등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충청권에서 10%의 지지만 있으면 전국적으로 2%의 지지를 얻는 셈”이라면서 “충청대통령을 만들어 보겠다는 충청주민들의 의지를 믿고 싶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일단 김 의원의 지역연고는 충북이 확실하다. 괴산에서 태어나 청주고를 졸업(46회)했으니 말이다. 선영이 괴산에 있고 누나들은 청주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연세대 치과대를 졸업한 김 의원은 현역 치과의사이자 2000여편의 시를 쓴 시인이다. 4대강 공사현장을 돌아보면 쓴 ‘돌관자여 흐르는 강물에 갈퀴손을 씻으라’는 지난해 교보문고 시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정치적 연고는 현 지역구이자 4선을 한 경기도 안산이다. 47살이라는 나이에 DJ정부 과학기술부 장관까지 지냈던 김 의원은 한때 충북지사 러브콜을 받았을 정도로 정치적 기린아였다. 그러나 2002년 대선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에 반대해 민주당에 남았다가 혹독한 정치적 시련기를 겪었다.

가장 큰 손실이라면 이름 석 자가 희미해졌다는 것이다. 연세대 시절 동일사건으로 함께 옥고를 치렀던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조차도 “김 의원과 내가 인간적으로 친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으로 꼭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겠냐”고 반문할 정도다.

김 의원은 2009년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김 의원은 2006년 후보난에 시달리던 민주당 충북도당으로부터 도지사 출마권유를 받았으나 손사래를 치며 거절한 적이 있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그때 적극성을 보였더라면’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충청에서 그의 연고성은 희미해진 게 사실이다.

‘영남의 벽’을 두 번 넘을 수 있나?

김영환 의원이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당내 예선부터 본선까지 영남과 연거푸 싸워야할 공산이 크다. 김 의원 스스로도 영남패권주의와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 의원은 충청리뷰 인터뷰에서 “1963년 박정희 집권 이후 단 한차례 호남 정권이 들어섰을 뿐 늘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가 정권을 놓고 싸웠다. 이번 대선도 PK의 박근혜와 PK의 민주당 후보가 싸우는 형국이다. 문재인, 김두관에 안철수까지 부산사람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이어 “충청도 대통령이 나오면 충청도를 비롯한 중부권의 정치적 소외감이 충분히 해소되고 국민적 화합도 이뤄질 수 있다”면서 “출신지역 때문에 정치적 기회를 놓친다면 국가의 장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집권구상은 결국 충북투어에서 마중물을 얻을 수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충남과 호남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호남표심에 대한 기대는 그가 DJ정부에서 과기부 장관을 지낸데다 참여정부 집권에 불참함으로써 김대중 전 대통령, 구 민주당과 의리를 지켰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담합(?)에서도 보여지듯이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와 호남은 담합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단합할 수 있음이 이미 확인됐다. 이들이 또 문재인 상임고문을 밀고 있다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문재인, 김두관은 비서실장을 지냈거나 도지사일뿐 각각 국회의원 경력도 없고 국정경험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영남 또는 친노·참여정부 프레임에 갇혀있다. 후보는 될 수 있으나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 박근혜를 이길 유일한 대안은 오직 나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좌클릭’ 비판 설득력 있나

김영환 의원은 과거 열린우리당에 동참하지 않았던 것을 실수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의 좌클릭을 문제 삼고 있다. 따라서 정통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중도를 점유하지 않고 이긴 선거가 없다. 민주당을 지켜온 사람으로서 친노니 비노니 노선의 불안정성을 가져온 것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DJ정통성으로 복귀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민주당의 좌클릭이 이번 총선에서도 시도됐던 야권연대를 의미하는 것인지 물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과거 민주노동당과 합당을 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탄생한 것이다. 과거 민노당과는 정강·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통합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후보연대는 가능하지만 통합은 안 된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어떤 정치그룹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누구누구의 이름을 지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도 “김대중 정부 시절의 관료들, 전문가들은 다 나와 같이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앞으로 확장성이 중요한데 경기도의 4선 의원으로서 수도권 일부, 과학기술계, 중소기업 관계자 등으로 외연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대권행보는 최근 이해찬 대표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당헌을 개정하려는 것과 관련해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부각됐다. 당헌 개정 구상은 1년 이내에 최고위원을 지낸 박영선 의원, 문성근 전 최고위원을 경선에 가담시켜 흥행몰이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한 마디로 말해 위인설관(爲人設官)이다. 원칙을 견지하지 않아서 당이 신뢰를 잃어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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