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옥·관람시설·문화재 등 필수 관광요소 있어야
수암골 중심의 드라마타운 조성 등 큰 그림 그려야

청주시가 수암골을 한옥마을로 탈바꿈시켜 관광객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청주시는 수암골 표충사 인근을 한옥 관광화 사업지구로 지정하고 1차적으로 한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17필지에 한옥 한채당 6000만원, 총 10억2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청주시는 한옥마을 조성이 드라마촬영을 계기로 관광객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수암골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한옥마을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칫 전시행정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청주시가 수암골의 관광자원 활성화를 위해 한옥마을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청주시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전시행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성공사례로 꼽히는 전주 한옥마을은 인위적인 건설이 아니라는 점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국 한옥마을만 30곳 하지만
실제 전주 한옥마을이 큰 성공을 거두며 지자체들은 앞 다퉈 한옥마을 조성에 나섰다. 이렇게 조성된 한옥마을은 전국적으로 30곳을 넘어섰다. 지자체별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의 건축비를 지원했지만 관광객 유치와 경제활성화 등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 원조 격인 전주 한옥마을은 한해 3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곳이냐 아니냐는 점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 한옥마을이나 서울 남산골과 북촌 한옥마을은 모두 기존 한옥이 집단화된 지역을 시에서 외형 보존과 기반시설 지원 등을 통해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존의 한옥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임의로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실패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옥마을이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있으려면 실제 거주하는 한옥과 관람시설, 문화재 등의 구성요소가 있어야 한다. 특히 일정규모 이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주한옥마을은 전체면적 29만 6330㎡에 700여채의 전통가옥들로 이뤄져있다. 직접 거주하는 한옥이 상당수에 한옥생활체험관, 전통술박물관, 전통공예품전시관과 같은 관람·체험시설, 또 목공예 분야의 명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과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토벌하고 연회를 열었던 오목대와 이목대, 한국 천주교 순교 1번지인 전주 전통성당 등 문화유적도 위치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 규모의 4%
반면 청주시가 발표한 한옥 관광화 사업지구는 7170㎡에 불과하고, 계획대로라면 17채의 한옥이 들어서게 된다. 전주와 비교하면 4% 정도의 규모다. 청주시 관계자는 “일단 추경예산에 의해 1차 사업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수동 일대로 확대해 한옥을 신축하는 곳은 6000만원을 시에서 지원하고, 증개축에도 정도에 따라 2000만~4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작은 17채에 불과하지만 완성된 한옥마을은 수동 전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주시가 정책적으로 마을 내 모든 건축물을 한옥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수동에서 택지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개발업자는 “22필지에 대해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청주시가 한옥마을에 대해 6000만원을 지원한다고 하니 분양을 문의해 오는 사람들에게 안내를 해주고는 있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분양자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식 건물이 들어설 경우 한옥마을 이미지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현 거주민들이다. 수암골은 지금의 형태로 하나의 관광자원이 됐지만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수동에서 지금의 집을 부수고 한옥을 질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가구는 극히 드물다. 한 관계자는 “전통방식의 한옥은 3.3m당 700~1000원의 건축비가 소요된다. 50평짜리 집을 짓는다면 최대 5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자칫하면 슬럼가와 한옥마을이 혼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옥마을 속 빌딩… 불 보듯
청주시가 1차로 10억 2000만원을 지원할 부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토지주가 청주시에 제출한 계획서를 살펴보면 거주가옥이 아닌 상업용 시설이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미 수암골은 관광지로써의 기능을 하고 있다. 땅값이 2배 이상 올랐다는 것이 이같은 사실을 반증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암골에 커피숍이나 식당을 차리기 위해 땅을 알아보고 있다. 한옥이라고 제한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스스로 투자할 것이다. 주민들이 한옥으로 개량하는 것도 아니고 영업을 위해 투자를 해오는 사람들에게 지원해 줄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수암골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한옥마을 조성은 물론 청주시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한옥마을조성사업을 추진한 이욱 미래도시연구원 사무국장은 “한옥마을만을 보거나, 원주민의 삶만을 봐서는 안된다”고 말한 뒤 “다른 곳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관광요소가 많다. 특히 ‘제빵왕 김탁구’ ‘카인과 아벨’ ‘영광의 재인’ 등 드라마 촬영장으로 유명해진 수암골을 중심으로 우암산 우회도로와 상당산성으로 가는 구도로까지 포함하면 최대 규모의 드라마타운 관광시설을 갖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상당산성에서 촬영한 ‘태왕사신기’와 청주대에서 촬영한 ‘부탁해요 캡틴’ 등 이 일대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한옥마을까지 조성된다면 드라마나 영화제작사들이 탐내는 촬영지가 될 것이다. 인근에 호수와 동물원, 어린이회관 등 기존 시설을 이용해 하나의 테마타운으로 묶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예술촌이 형성돼 있기도 하지만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전주 한옥마을처럼 관람·체험시설을 확충하면 인근 초정과 청남대를 잇는 ‘2박3일’간의 관광코스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국장의 설명이다.

청주시가 발표했듯 “자연적 경관과 드라마를 통한 새로운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이곳에 관광객 유치를 위한 민박 및 상업용도의 한옥이 들어서 청주시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머물며 볼 수 있는 관광자원의 개발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한옥마을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서는 현거주민의 주택과 전통가옥이 아닌 신축건물 등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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