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국 한국교통대 전자공학과 교수

술, 알코올 성분이 있어서 마시면 취하는 음료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어 먹었다 하니 그 역사가 유구하다. 서양에서도 고대 그리스 시대에 와인을 생산해왔다고 하니 그 역사 또한 장구하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의 막걸리와 같은 발효주가 있고 소주와 같은 증류주 또한 다 알지 못할 정도로 많다. 이젠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와인코너에만 가 봐도 수백 종류의 브랜드로 진열돼 있다.

한 잔 술은 약이 되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며 모두를 즐겁게 하지만, 취한 술은 건강을 해치고 분위기를 험악하게 하며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

우리 사회는 술에 취한 사람의 잘못을 너그럽게 이해하려는 분위기였다. 술에 취해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드리려 했다. 경찰도 너그러웠고 판사도 그랬으며 직장에서도 용서했고 동네에서도 그러려니 했다.

요즘의 주폭(酒暴)은 그 도를 넘어 폭력과 살인 같은 강력 사건으로 이어지고 방화와 기물파괴와 같은 형사 사건에 이웃을 괴롭히는 경범죄에 이르기까지 그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술이 질서 파괴의 주범인 셈이다. 경찰에 의하면 지난 5년간의 방화사건(7,880건) 중 44.9%(3,535건)가 술에 취한 사람이 저지른 것이란다. 살인·강간·폭력 등 강력범죄도 35% 이상의 높은 비율로 주폭이 저지르고 있다고 한다.

질서가 지켜지는 사회라야 살기 좋은 사회다. 여자들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는데 두려움이 없어야 치안이 확보된 선진 사회다. 우리나라는 2만 불 소득에 3만 불을 소비하는 나라이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했으며 G20정상회담이 열린 나라지만 국민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질서가 회복되고 부정부패가 추방된다면 우리의 행복지수는 몇 단계 올라가게 될 것이고 부녀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경우에도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질서회복의 첫걸음은 이 사회의 지도층이 솔선해야 한다. 대통령은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하고 국회의원이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며 고위공직자가 부정으로부터 손을 씻어야 한다. 이것을 실현하는 것이 정치인, 특히 대통령의 첫 번째 의무이다. 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으며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율이 왜 이리도 증가하는지 지도자들은 깊이 헤아려야 하고 처절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다음은 법집행을 엄격히 하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도 술 때문이니 이해하라고 하는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이웃의 술주정을 피해 이사를 가야 하는 사회라면 질서가 바로 선 사회가 아니다. 학생 시절부터 규범을 지키는 것이 이로운 것임을 몸에 익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학교마저 무질서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폭력에 시달리고 이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술 취한 사회다. 빨리 술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 나라의 지도층부터 깨어나야 하고 제발 깨어나서 어린 백성들을 제대로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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