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손학규 이시종·오제세…김한길 깜짝 승리 연출

5월29일 열린 민주통합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충북도당·세종시당 대의원 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김한길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반발로 이해찬 대세론이 한풀 꺾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세종시가 이 후보의 지역구인데다,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이 이해찬 지지 의사를 밝혔던 터라 이 후보의 패배는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손학규 상임고문의 ‘보이지 않는 孫’이 작용했다. 5월29일 열린 민주통합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대의원 투표에서 이해찬 후보가 크게 패하는 이변의 배경에는 손 고문이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청주 명암타워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충북도당·세종시당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김 후보는 참석대의원 396명(1인2표, 792표·전체 469명, 투표율 84.43%) 중 226표를 얻어 158표를 얻은 이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해찬 후보는 세종시의 30여표를 싹쓸이했을 것으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충북과 합계에서 김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경선 누적 득표수는 아직도 이해찬 후보가 1755표로 1위이지만 김 후보(1742표)와 표차는 13표로 좁혀졌다.

이 후보는 세종시 지지기반 외에도 참여정부의 총리를 역임했다는 점에서 이번 충북·세종시 대의원 투표에서 승리가 예상됐었다. 특히 19대 총선 결과에 따라 충북의 간판으로 부상한 노영민 의원의 공개지지를 표명했던 만큼 이변을 점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정작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는 뒷얘기가 나온다.

노 의원실 관계자 Q씨는 “지난주 목요일, 판세가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라도 대들어서 풀자’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됐다. 그래도 이렇게 판세가 엎어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당일 현장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당내 소속 계파인 민주평화연대가 ‘이해찬-박지원 반대’로 뜻을 모았음에도 이해찬을 공개 지지했으나 뜻밖의 결과가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위권 대선주자 ‘反文’ 응집

그렇다면 김한길 승리의 배경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손학규 상임고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날까지 종합 6위였던 조정식 후보가 116표로 ‘깜짝 3위’에 오른 것이 그 반증이다. 조 후보는 대표적인 친 손학규 인사다.

영남 경선에서 김두관 경남지사의 힘이 드러났다면 중부권과 수도권으로 올라갈수록 손 고문의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지역 경선이 거듭될수록 이 후보를 지원하는 문재인 고문을 견제하기 위한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의 ‘문(文) 대 반(反)문’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

충북의 당내 환경은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우선 이시종 충북지사가 손 고문과 매우 가까운 사이인데다, 이날 충북도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홍재형 국회부의장, 오제세 의원 등도 손 고문 쪽 사람으로 꼽힌다. 손 고문은 2009년 충주시 동량면 서운리에서 1년 동안 칩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에 거론한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김한길 후보를 밀라’는 오더를 내리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孫)’이 작용한 것이다.

이해찬 후보조차도 충북 대의원 투표에서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손학규는 좋은 동지, 좋은 대선 후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수도권 등 이후 대의원 투표에서도 손 고문의 영향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인천 등은 손 대표의 강세지역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가소식통은 “손학규, 정세균 등 하위권 대선주자들은 판을 흔들어야만 해볼 만한 공간이 나온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들이 문재인 견제를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구도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손학규는 김한길이다’라는 정서적인 명제가 막 돌아다니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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