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어 중국공장 매각설까지 나돌아
퇴직위로금 놓고 협상중이지만 첩첩산중

한때 2000억에 가까운 매출규모를 기록할 정도로 각광받던 '제조 IT(정보통신)벤처기업'  월드텔레콤이 끝 모를 수직 추락끝에 코스닥에서도 퇴출됐다. 증권업협회는 코스닥 위원회가 회계감사의견에 따라 퇴출을 결정한 월드텔레콤에 대한 정리 매매기간을 거쳐 지난 8일 완전 퇴출시켰다고 공시했다. 기업으로 볼때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상황에 빠져버린 것. 물론 이론상으로만 볼때 코스닥 퇴출로  인해 월드텔레콤이 기업수명이 다 됐다고 볼 수 없다. 주식거래를 통한 자본거래루트만 봉쇄됐다고 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지난 1월 8일 기습적인 설비반출 사태이후 사실상 청주본사 공장의 조면이 전면 중단돼 온 데다 500-600억원(추산치)에 달하는 금융부채를 안고 있고, 게다가 최고 경영진이 국내에서 사태수습을 위한 노력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정황들을 종합할 때 월드텔레콤은 사실상 기업헤체의 과정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관리직 사원들 전원 사표수리 소문

월드텔레콤의 주요 채권은행인 신한은행 청주기업금융지점은 얼마 전 본점에 월드텔레콤 부실채권을 모두 ‘매각’했다. 채권추심에 관한 한 일류급 전문가들이 포진한 본점에 월드텔레콤 관련 대출채권 관리를 넘긴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측은 “우리로선 월드텔레콤이 사실상 시장에서 ‘아웃’된 것(끝난 상태)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문에 월드텔레콤이 필리핀과 중국 해외공장을 매각했다는 얘기가 나도는 데 확인한 내용이 없느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할 정도로 월드텔레콤에 대한 ‘정보기근’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
실제 월드텔레콤 청주본사는 생산직 사원을 중심으로 한 노조를 제외하고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의 경우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해 놓고 있다. 따라서 이 역시 소문으로만 나돌고 있지만 관리직 사원들 경우 전원이 사표를 제출, 수리된 상태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 때문에 월드텔레콤의 진상이 어떻고 경영진의 속내는 무엇인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실직위기에 놓인 근로자 문제를 다뤄야 할 노동당국도 그래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주지방노동사무소는 “지난 1월 8일 이후 청주본사의 조업이 전혀 안 이뤄지고 있는 상태에서 노사협상의 분위기는 사실상 노조의 고용유지 주장 목소리가 사라진 상태다. 회사가 쓰러졌는데 그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 이 때문에 노사간 쟁점은 퇴직위로금을 얼마로 확정해 지급할 것인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노동사무소는 또 “필리핀 공장은 이미 매각됐고, 중국 공장도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있지만 우리로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사협상 문제 때문에 이 회사 경영진으로선 노동당국과의 연락선만은 끊지 않고 있지만, 정작 해외공장 매각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는 “잘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

정보기근 노동당국도 중재에 한계
정보기관들의 생리상 그들이 얼마만큼 월드텔레콤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그들의 표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들 역시 사실확인에 애를 먹고 있는 것 같다.
“관리직 사원들은 얼마 전 일괄 사표제출 후 수리를 통해 ‘희망퇴직’한 것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 그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도 완료된 것으로 듣고 있다. 만약 회사가 살아남는다면 일부는 구제될 수 있겠지만 회생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종업원에 대한 고용유지 희망은 무망해 보인다.”
따라서 이제 노조 집행부로선 여하히 명분을 얻어서 ‘정리’할 것인가가 최대의 관건으로 남아 있는 듯 하고, 회사 역시 어떤 수순을 거쳐 정리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노조는 당초 12개월치를 주장하다가 회사가 처한 현실에 맞게 요구수준을 대폭 낮춰 2개월치를 요구해 왔는데 최근 들어 해외공장 매각설이 나돌면서 다시 3개월치에 달하는 퇴직위로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가 이만한 지급능력을 갖고 있는지 조차 파악이 안되고 있다.

퇴직위로금 문제만 남았다?
이 때문에 희망을 잃은 일부 생산직 사원들은 타사로 이직했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는 등 동요하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해당사자 모두 절망 상태에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서가 교착상태에 빠진 노사협상의 타개를 위해 중재에는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더구나 노조는 지난 9일 한대수 청주시장을 찾아가 회사의 해외이전 반대와 근로자 해직과 관련, 대책마련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지만 청주시로서도 별다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는 처지 때문인 듯 ‘선물’을 안겨주지 못했다.

소문만 무성한 채 진상파악 안돼
한편 고용문제만 빼면 월드텔레콤의 사실상 몰락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제에 끼칠 악영향은 아직까지 ‘체감’되지 않고 있다. 지역경제계에 주름살이 생기고 있다는 증후가 아직까지는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월드텔레콤 청주본사공장의 제품생산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 해외공장으로 생산 중심이 옮겨져 있었던 때문으로 청주공장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거점의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기껏(?)해야 해외공장에 자재를 공급하는 선에서 머물러 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창업주인 홍용성 회장이 기업경영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최근 1∼2년 새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아예 덧정을 잃어버린 게 틀림없다”는 추측들만 허허롭게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대화채널을 잃어버린 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근로자들의 절망감만 더욱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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