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반기문 마라톤 참관기…10km완주의 기쁨

마녀(馬女), 문화를 쇼핑하다
말타는 여자가 청주에서 문화를 즐기고, 소비하는 일상이야기입니다. 예술분야의 전문가도 절대 아니며, 공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소비만 합니다.

1시간 8분 35초. 나의 10km 기록이다. 오호. 이정도면 나름 대만족이다. 여자 1등이 42분 23초던데, 정말 빠르다. 그러나 나의 기록 역시 놀랄만한 기록이다. 10km를 1시간 8분 35초에 뛰려면 평균 8.9km/h의 속도로 계속 달렸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잘 뛰는 사람이었나? 트레드밀에서 9km/h의 속도로 10분 정도 달리면 힘들던데. 이상하다. 여기 기록은 좀 깎아 주나?

▲ 사진출처 http://blog.daum.net/krunccokr/6827906

그러고 보니 벌써 한 달 전이다. 4월 29일 반기문 마라톤엘 출전했다. 물론 풀코스도 아니고 하프도 아니고, 일반인이 하기에 적당한 10km이다. 이래도 마라톤 출전은 이번이 3번째. 작년 9월 대청댐에서 열린 청원 생명쌀 마라톤대회, 12월 청주무심천대회, 그리고 이번 음성 반기문마라톤대회.

사실 첫 번째 대회는 그냥 놀러간 것인지라 연습도 안 해서 그런지 너무 힘들어 반환점까지도 안가고 중간에 되돌아 왔다. 그래도 완주메달은 받았다. 두 번째 무심천 대회는 연습을 정말 하나도 안하고 갔으나 계속 평지라서 그런지 슬슬 달렸더니 1시간 11분 19초라는 훌륭한(?) 기록으로 완주했다. 그리고 이번 3번째 출전은 그래도 한 달 전부터 연습을 했다.

마라톤 연습은 이렇게 한다. 총 60분을 연습할 경우, 이걸 5분씩 나눈다. 처음 5분은 걷기. 다음은 4분 걷기, 1분 뛰기를 2회 정도 실시, 그리고 3분 걷기, 2분 뛰기를 3회 정도 실시, 이런 식으로 뛰는 시간을 늘려, 마지막 5분은 계속 뛰는 거다.

그리고 점점 이게 익숙해지면, 처음 5분에도 뛰기를 넣어준다거나, 뛰는 속도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연습을 한다. 나도 한 달 동안 1주일에 3~4회 정도 연습했는데, 이 방법 상당히 괜찮다. 1시간 내내 뛴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가는데, 이렇게 5분으로 쪼개서 연습을 하니 부담이 안가고 슬금슬금 속도를 늘리는 재미도 있다. 이 방법은 같은 회사의 자칭 철인3종 선수가 알려준 훈련법이다. 마라톤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우선 묻는 것이 “살 많이 빠져?”이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정말 관심 많다.

나도 처음엔 힘들게 왜 뛰지? 마라톤하면 살 많이 빠질까? 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놀려고 뛴다. 물론 피트니스 클럽의 트레드밀에서 뛰면 재미없다. 마라톤대회 그 자체가 재미있다.

내가 처음 생명쌀 마라톤대회에 간 것은 사실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축제문화가 어떤지, 마라톤대회를 사람들이 어떻게 즐기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나의 업무와 관련된 일종의 답사였다.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제일 좋은 게 달리고 와서 먹는 거였다.

여러 단체에서 음식을 공짜로 나눠준다. 김밥, 잔치국수, 두부김치, 맥주, 삶은 달걀, 야쿠르트 등. 먹을 게 푸짐하다. 한 시간 달리고 나서 먹는 이 맛은 정말 꿀맛이다. 맑은 장국에 호박나물 고명의 잔치국수. 이렇게 소박한 잔치국수는 정말 너무 시원하다. 그 외 맥주도 마시고 이것저것 먹다보면 10km 달려서 줄어든 것 보다 칼로리를 더 많이 섭취하게 된다.

그래도 마라톤을 하면 살은 빠지는 거 같다. 그게 하루 10Km 달렸다고 빠지는 게 아니라, 평상시 1시간 정도 달리기 연습을 하다보면 운동량도 생긴다. 그리고 많이 먹으면 몸이 무거워져 달리기 힘들어지므로 자연스럽게 식사량을 줄이게 된다.

마라톤대회는 보통 일요일 아침 9시에 시작한다. 풀코스가 제일먼저 출발하면, 10분쯤 뒤에 하프가 출발. 그리고 10분 후에 10km출발, 이런 식이다. 그래서 오전이면 대충 다 끝난다. 10km는 대략 9시 20분쯤 출발해서 11시 정도면 달리기는 끝. 11시부터 12시까지 실컷 먹고 집으로 와서 샤워하고 몸을 휴식한다. 그리고 다음날 허벅지가 너무 당긴다는 엄살을 시작으로, 코스가 힘들었다는 둥, 중간에 페이스조절이 힘들었다는 둥 고작 10km 달리면서 일어난 영웅담으로 1주일을 시작한다.

이번 마라톤대회는 회사 동료 6명이 같이 참가했는데 이중 4명은 처녀 출전이었다. 과연 이분들이 완주할까 걱정했지만 모두 완주에 성공. 기록은 썩 좋진 않았지만 모두들 너무 즐거워했다. 완주 후 그들의 표정은 처음 출발선에 있을 때의 표정과 많이 다르다. “해냈다”라는 성취감에 스스로 만족하고 뿌듯해했다.

우리 팀의 40대 중반 남성분께서는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아빠의 완주메달을 자랑했더니, 아들이 별 반응도 없이 그저 메달을 빙빙 돌리더니 던져버려 너무 맘이 아팠다고 다음날 아들의 괘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렇게 마라톤대회에 같이 참가하고 나니, 더 돈독해진다. 역시 같이 힘든 여정을 겪고 해냈다는 그 자체하나가 대단한 것이다.

마라톤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 러닝화와 러닝복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난 처음에 그냥 집에 있는 아무 운동화를 신고 했더니 발이 불편했는지, 발톱이 빠졌었다. 그리고 달리면 땀이 나니까 땀을 흡수하는 소재의 상의를 준비하자. 등산복도 나쁘진 않다. 그런데 특히 하의는 러닝복으로 준비하자.

대충 축구복이나 반바지 아무거나 입고 뛰시는 분도 있는데, 뛰다보면 땀이 나고, 이 땀으로 허벅지에 옷이 끈끈하게 들러붙어 뛰기 불편하다. 러닝바지가 짧은 이유이다. 그래서 러닝화와 러닝바지 정도는 구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행사매장 등에서 구입하면 30만원이면 충분할 듯하다. 아참. 그리고 약간 도톰한 스포츠양말도 필수! 일반 양말 신고 달리면 물집 생기는 지름길이다.

마라톤대회는 매우 많다. 네이버에서 마라톤을 치면 경기 일정도 검색된다. 가장 편한 사이트는 전국마라톤협회(http:// www.run1080.com)이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참가신청을 하고 참가비를 내야 한다. 참가비는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2만원에서 4만원 정도다. 그런데 이건 본전 뽑고도 남는다. 항상 기념품을 주기 때문이다. 러너용 선글라스, 러너용 가방, 러너용 시계, 그리고 쌀을 받아오기도 한다.

실제 달릴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뛰면 좋다. 신나는 댄스음악 위주로 1시간 반 정도의 분량을 MP3 플레이어에 담아간다. 미리 음악을 들으면서 뛰어보는 것도 좋다. 어떤 댄스음악은 달리기보다 빠른 걷기에 적합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람을 가로지르면서, 신나는 댄스음악을 들으며 국도를 달리는 내 모습. 오호~~. 멋있다. 전문사진작가들께서 중간 중간 사진을 찍어주신다. 이때는 힘들어도 표정관리를 잘해야 멋진 사진이 나온다. 안 힘든 척!

완주에 대한 부담감은 갖지 말자. 전문 마라토너가 되는 것도 아니고, 완주 안했다고 세금 더 내는 것도 아니다. 즐겁게 하루 놀면 그뿐이다. 6월 3일 대청댐에서 또 마라톤이 있다. 이번엔 정식 참가는 하지 않고 그냥 놀러 가려고 한다. 동료 몇 명이 출전하는데 가서 방해나 할까 한다. “반환점까지 가봤자 볼 거 없어~~ 그만 돌아와~~ 국수나 먹자구~~”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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