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과 더불어 람보의 무기중 하나인 ‘람보 칼’은 예리한 면과 톱날처럼 들쭉날쭉한 면으로 만들어져 있다. 살상력을 높이고 칼의 효용을 다목적화 한 것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람보 칼의 원조가 단양 수양개 유적의 ‘슴베찌르개’라면 너무도 비약한 필자의 자의적 해석이 될까.

그런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면 람보 칼의 하이테크는 철기시대에 우연히 나타난 것이 아니라 적어도 1만7천년 전, 후기구석기 시대의 돌날 만들기 하이테크에서 출발했다는 연관성을 유추해 낼 수 있다. 1983년, 충주댐 수몰지역에 대한 구제발굴 조사로 시작된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는 49개의 석기 제작소와 더불어 슴베찌르개, 좀돌날 몸돌, 긁개, 밀개, 새기개, 격지 등 2만7천여점의 석기가 수습된 바 있는데 이중 사냥도구로 쓰인 슴베찌르개의 양날이 람보 칼과 매우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세모꼴로 된 슴베찌르개는 창, 칼의 기능을 겸한다. 오른쪽 왼쪽 날 모두 예리한 칼로 잔손질된 것이 있는가 하면 한쪽 날은 칼, 다른 날은 톱날처럼 돼 있는 것도 있다. 세모꼴과 칼날, 톱날의 결합은 사냥할 때 살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평균 길이 6cm, 너비 2.4cm 정도되는 수양개 출토 슴베찌르개는 셰일(Shale:판암)을 돌감으로 하여 무척 단단하다. ‘슴베’란 자루에 연결되는 석기의 목 부분을 일컫는다. 이 예리한 석기를 나무 등 자루에 끼워 사냥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만약 호미나 낫에 슴베를 만들어   사용했다면 ‘슴베 호미’ ‘슴베 낫’이 되는 셈이다.

슴베찌르개는 함북 상삼봉(上三峰), 철원 장흥리 등지에서 출토된바 있으나 단양 수양개를 비롯하여 전북 진안, 대전 용호동, 전남 화순, 순천 등 주로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서 많이 출토된다.이중에서 단양 수양개 출토품이 개체도 많고 제작 수법도 뛰어나다. 일본 열도, 그중에서 한반도와 가까운 큐슈 지방에 슴베찌르개 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다. 사가(佐賀縣), 가고시마(鹿兒島縣), 구마모토(熊本縣)등 큐슈 전지역서 이 석기가 폭넓게 출토된다.

한반도의 슴베찌르개 및 좀돌날 몸돌 석기문화와 큐슈의 석기문화는 제작수법이 아주 닮아 있다. 게다가 수양개 유적의 연대가 큐슈보다 앞선다. 그래서 충북대 이융조 교수는 후기구석기 문화의 일본열도 전파의 한 루트를 공주 석장리~단양 수양개~승주 곡천, 화순 대전~일본 큐슈로 설정했다.

큐슈지방에서도 이 학설은 거의 정설화 되다시피 하였다. 나고야성 박물관에는 수양개로부터 석기문화의 전파를 포스터에서부터 명시해 놓고 있다. 역사시대 뿐만 아니라 선사시대에 있어서도 한반도에서 일본열도로 문물이 건너갔다는 증거다.

충북대박물관(관장 신영우)과 일본 메이지대(明治大) 박물관이 공동으로 4, 5월 두 달 동안 메이지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 수양개 유적과 일본의 구석기 시대’ 특별전을 연다.

충북대 박물관은 수양개, 구낭굴, 청원 두루봉 동굴, 소로리 유물 427점을 출품한다.1만7천년만에 단양의 후기구석기 문화가 현해탄을 건너 화려한 외출에 나선 것이다. 그 외출에는 보험을 들고 특별히 수송작전을 펼쳤다. 양국의 선사문화를 한 자리서 비교하면서 관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측으로 보면 올해가 공주 석장리 발굴 40주년이 되는 해이고 일본측으로 보면 메이지대 개교 150주년이 되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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