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밥 좀 먹어라” 권고… 냉장고엔 인스턴트 식품만 가득

지금은 ‘못 돼 먹은 영애씨’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김현숙 씨가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서 ‘출산드라’ 캐릭터로 분하던 시절 유행어로 말하자면 나는 ‘삐쩍 곯은 죄인’이다. ‘축복’을 받지 못했다. 살이 도무지 안 찐다. 살면서 최고로 무겁게 나갔던 무게가 54㎏(키는 168㎝). 이러한 ‘축복’은 전경 시절 일종의 가혹행위로 겨우 늘었던 몸무게다. 지금은 이보다 적게 나간다. 가는 허리 때문에 바지를 살 때도 맞는 사이즈가 없어 애를 먹고는 한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입도 짧고 먹는 양도 절대적으로 적다. 또 허기를 잘 느끼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주말과 휴일의 경우 굶기를 밥 먹는 듯 한다. 어쩌면 내가 삐쩍 곯은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건 정말 이 때문일까. 아니, 그보다 나는 유전적 요인으로 내 몸을 멋대로 진단한다. 아버지의 체격으로 미루어 보건대 체질상의 이유도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정말 많이 드시지만 나처럼 말랐다. 하지만 내 동생은 그렇지 않으니 오류가 생긴다. 그래도 나는 내가 마른 이유를 체질 탓으로 여긴다. 나는 아버지를 닮고 동생은 어머니를 닮았다는 추론이 가능(?)하기에.

▲ 회사에서 퇴근하면 열에 아홉은 혼자 밥을 먹곤 한다.

못 먹어서 ‘비쩍 곯은 죄인’

늦은 밤 라면을 먹어도 다음날 얼굴이 붓지 않는 나는 삐쩍 곯았지만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이가 볼 때는 ‘축복’을 받은 몸이다. 주변 사람들 열이면 열, 내 몸을 보면 지나가는 말이라도 이렇게 말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 “살 좀 쪄야겠어.”

▲ 유통기한이 2개월이나 지난 달걀이 냉장고에 있었다. 냉장고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잘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전 만 해도 이러한 말도 듣기가 싫었지만 이제는 웃으며 지나갈 수 있는 경지가 됐다. 자취생활 만 6년차, 지금도 요리는 자신이 없다. 할 줄 알아도 안 먹는다. 아침은 고등학교 때부터 먹지 않았고 점심은 그나마 챙겨먹고 저녁은 대충 먹는다. 친구들이 가까이 살 때는 야식이라도 먹었지만 친구들이 곁에 없는 요즘에는 그마저도 끊겼다.

그러다보니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것은 당연지사. 약 3개월 전, 몸에 이상이 왔다. 감기몸살처럼 몸이 아파 미련하게 ‘참으면 괜찮아지겠지’하다 병을 키웠다. 그렇게 병을 참던 지난 2월의 어느 월요일 새벽,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파 응급실로 향했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스스로 차를 몰아 향했던 응급실. 아, 얼마나 서러웠는지, 아픔을 잊을 정도였다.

혼자 찾아온 나를 당직 서던 의사와 간호사도 이상하게 쳐다봤다. 간단한 진찰 후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기던 그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엑스레이를 찍은 후였다. 결핵이 의심된다는 청전벽력 같은 말, 눈앞이 깜깜해졌다. 진짜 마음이 홀쭉해졌다.

식습관 개선노력 ‘작심삼일’

▲ 굴소스가 냉장고에 2개나 들어있다. 냉장고에는 인스턴트가 가득하다. 김치는 꽃이 피어 버렸다.
다행히 이 날 오후 다시 검사를 받아 결핵이 아님이 드러났다. 결핵은 아니었지만 의사의 경고를 들었다. “밥 좀 제 때 챙겨 먹으라”는 충고.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정말 밥을 챙겨 먹으며 건강에 대해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랜만에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도 들렀다. 달걀도 사고 몇 가지 채소도 샀다. 우유도 사고 음료수도 샀다. 어떤 음식을 만들어먹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계획에 없는 장이다보니 눈길이 닿는 대로 사버렸다. 결국 쇼핑카트의 대부분은 ‘즉석밥’ 같은 인스턴트 음식들이 차지하게 됐다. 집에 돌아온 후, 아뿔사 집에 굴소스가 있음에도 또 산 것을 알았다. 더욱이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이었다. 왜 나는 굴소스의 존재를 잊고 있었을까. 돈이 아까웠지만 그 때뿐이었다.

그 뒤 1주일이나 지났을까. 그나마 삼시세끼 챙겨먹으려 노력했던 의지도 사라졌다. 그로부터 3개월여, 1인가구 기사를 기획하며 내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에서는 그 때 산 달걀이 고스란히 발견됐다. 지난 2월 장을 본 뒤 몇 번 라면에 넣어먹었으나 존재를 잊고 있던 차였다(물론 그 사이 장을 한번도 안본 것은 아니다). 두 개나 있는 굴소스도 잘 있다. 나를 자책하며 그 둘을 잘 ‘보존’하고 있다. 결국 나는 내 식습관을 바꾸지는 못했다.

아침 미숫가루, 점심‧저녁 그때그때 달라
부모님 집에서 반찬공수… 면식수행은 기본

1인가구 생활자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대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는 대학생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주거지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기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그 수는 추정하기도 어렵다.
김준수(가명?6)씨와 이기영씨(가명?6)는 현재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둘은 고향친구로 이웃해 살고 있다. 혼자 살면 끼니를 거르기 쉽지만 같이 있으면 다만 무어라도 나누어 먹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같이 살았다. 부모님이 해주신 밑반찬을 나눠 먹으며 거의 같이 살림을 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라면을 주식으로 하는 ‘면식수행’의 과정도 지나왔다.

이들은 아침은 잘 챙겨먹지 않고 점심은 친구들과 외식을 주로 하지만 그래도 저녁만큼은 집에서 먹는다.
“자취생활만 4년이다 보니 시켜먹는 배달음식은 입에 물려 고생”이라며 “되도록 밥을 먹으려 노력한다”는 것의 김씨의 말이다. 비록 찌개나 국도 없는 밥상이지만 덕분에 반찬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강준호(가명?7)씨는 독립한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초보 1인가구 생활자다. 강씨는 원치 않은 1인가구생활자다. 청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첫 직장 근무지를 충주로 발령받은 것이다. 때문에 모든 것이 서투른 편이다. 장을 보는 것도 공과금을 내는 것도 그렇다.

가장 서투른 것은 단연 먹는 것이다. 혼자 먹는 것에 익숙지 않은 강씨에게는 식사를 챙겨먹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그러다보니 외식과 인스턴트음식을 자주 접한다.

그의 지출을 들여다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먹는 것’이다. 아침은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 먹어 해결하지만 점심과 저녁까지 그렇게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점심은 직장동료들과 해결한다고 해도 최소한 6000원 이상은 소비하며 저녁은 혼자 먹기 때문에 그 이상 든다는 것이 강씨의 설명이다. 강씨에게 저축은 아직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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