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민 읍소·항의 등 노력 수포로… 허탈감·분노 폭발
행안부 분쟁조정심의위 결정 남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

단양군의 거센 반발과 행정안전부의 권고에도 영주시의회가 ‘소백산면’ 행정명칭 변경안을 의결해 단양군과 충청북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영주시의회는 지난달 27일 기존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변경하는 조례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영주시는 이에 따라 사업비 1억 원을 들여 도로 표지판과 입간판 등 필요한 시설들을 교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단양군민들은 인접 단양군의 강력한 반대와 행정안전부의 ‘보류’ 요구에도 영주시가 독단적으로 지명 변경을 강행한 데 대해 당혹감을 넘어 분노를 표했다. 이 문제가 줄곧 우호적이었던 양 지역 관계에 파국을 몰고 올 악재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 경북 영주시가 단양군과 충북도의 거센 반발에도 ‘소백산면’ 개칭을 강행해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단양군도 ‘소백산면’ 제정 추진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행안부 ‘보류’ 요구도 무시

단양군민들은 주민 20여 명이 영주시의회까지 방문해 ‘소백산면’ 제정 철회를 눈물로 읍소했음에도 조례안이 가결된 데 대해 강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항의 서한과 주민 서명부를 영주시에 전달하고 영주시청과 영주시의회 앞에서 집회와 1인 시위를 벌여온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자 허탈감과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다.

충청북도 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도 ‘영주시 단산면의 소백산면 명칭변경 중단 촉구 성명서’를 채택해 영주시와 영주시의회에 보내는 등 단양군에 힘을 보태왔으나, 영주시의회가 끝내 명칭 제정을 강행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역시 두 지역이 지명 문제로 불필요한 갈등을 빚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영주시의 자제를 촉구해 오던 터였기에 영주시의회의 이 같은 결정이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다. 행안부는 지난달 22일 영주시장과 영주시의회 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명칭변경안을 강행하지 말 것을 권고했음에도 불과 닷새만에 조례안이 기습처리되는 등 자치행정의 최고 기구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행안부는 ‘행정구역 명칭변경 관련 권고’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영주시 단산면의 소백산면 명칭변경 조례 개정 추진과 관련, 인근 자치단체와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앙분쟁조정심의위원회의 조정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를 보류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까지 했었다.

이에 대해 영주시의회 김인환 의장은 “이번 조례안은 주민 청원에 따라 마련된 것이어서 반대할 근거가 없었다”며 “소백산면으로 개칭이 관광과 농산물 브랜드 가치 제고 등 지역발전에 많은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단양군도 영주시의 기습적인 조례안 통과를 앉아서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며 ‘단양군 소백산면’ 제정이라는 맞대응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단양군 관계자는 “소백산은 특정 지역의 소유물이 될 수 없음에도 소백산을 자신들의 전유물이라도 되는 양 여기는 영주시의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단양군도 소백산면을 제정하는 등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단양군도 ‘소백산면’ 제정 ‘맞불’

단양군이 이 같은 극단적 대응을 검토하고 나선 데에는 강원도 강릉시와 평창군이 대관령면 제정을 두고 비슷한 갈등이 있었지만 이를 반대했던 강릉시의 행정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대관령면이 제정된 선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단양군과 충북도는 영주시의 소백산면 제정 움직임에 맞서 지난달 21일 중앙분쟁조정심의위원회(분쟁위)에 이 문제를 공식 제소했다. 단양군민들은 행안부의 권고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소백산면 제정 조례안을 통과시킨 영주시의회의 처사가 분쟁위 판단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분쟁위가 단양군에 유리한 결정을 한다고 해도 조례 제·개정 권한을 가진 영주시의회가 이를 거부하면 그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읍·면·동을 설치하거나 폐지할 때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반면 명칭 변경에까지 행안부가 관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없다는 게 단양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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