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초청 100인 특강·풀꿈환경강좌..충북교육발전소 ‘청소년 인문학강좌’ 준비중

▲ 고전평론가 고미숙 씨

지난해 11월 충북지역 교사독서토론모임 ‘온책’은 일을 하나 벌였다. 청주·청원지역 교사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인문학 강좌를 연 것이다. 채운·진중권·고미숙·책 밴드모임 ‘서율’ 등을 강사로 초빙해 4번의 강의를 마련했다. 이 강의에는 놀랍게도 회당 평균 100명의 교사·학생들이 참석했다.

주최측은 “철없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지내다보니 마음의 키까지 줄어든 것 같아 쓸쓸한 날이 있다. 정체가 모호한 ‘성공’이라는 이름에 눌려 날마다 비명을 삼키는 아이들에게, 손 내밀며 건넬 희망의 말을 찾아 방황하는 날이 있다”며 “아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교사들도 혹시 무작정 기둥을 기어 올라가는 애벌레들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애벌레 기둥을 올라가는 대신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길을 찾아보자”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참여를 독려했다.

이 강좌를 추진한 손민영 청주 수곡중 사서교사는 “지난 2009년 청주·청원교사 10명이 ‘온책’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독서토론을 해왔다. 그러다 3년차 되던 해 외부에서 15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모임에서 150만원을 부담해서 인문학 강좌를 열었다. 유명한 논객 진중권 씨가 왔을 때는 참석자가 150명까지 됐다. 진중권 씨가 대전에서 강의하는 것을 알고 찾아가 무조건 매달린 결과 초청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손 교사는 올해도 해보고 싶지만 행사비가 없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쪽에는 이런 강좌가 넘쳐나지만 지역에서는 흔치 않아 참석자들이 좋아했다며 퍽 아쉬워했다.

새 모델 제시한 부산 인디고서원
우리 사회의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돼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없는 청소년들과 그런 아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 된 만큼 이런 강좌는 자주 열려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는 중학생만 돼도 정규수업에 방과후학교, 학원 강의를 듣느라 시간이 없다. 방과후학교는 보충수업의 또 다른 이름. 청주시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의사를 묵살하고 무조건 강행해 학생·부모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나마 이런 강좌를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는데 청주지역에는 많지 않다. 다행히 소수가 이런 꿈을 꾸면 어렵지만 여럿이 꾸면 현실이 된다. 교육문제를 고민하는 충북교육발전소는 지금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강좌를 마련 중에 있다.

김예식 사무처장은 “청소년 토론리더십과정을 진행해 보고 요즘 아이들이 자기 생각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고 본다. 그래서 인문학수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꿈꾸는 청소년들을 길러내는 부산의 ‘인디고서원’을 모델로 삼고 생각있는 사람들과 판을 깔아보려고 한다. 우선은 어른들이 기틀을 만들어 놓으면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강좌를 듣고 집단지성 토의방식으로 학생들 스스로 학습이 되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 과정에서 토론하는 힘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디고서원’은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서점 이지만 열두달 작은강의, 수요독서회, 청년들의 저녁식사, 에코토피아, 정세청세, 인디고 유스 북페어 등을 운영하는 큰 나무로 자랐다. ‘정세청세’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를 줄인 말. 이 곳 청소년들은 인문학 강의를 듣고, 책을 내고, 북페어라는 책 잔치도 스스로 기획해 누구나 부러워한다.

인기 많은 풀꿈환경강좌
그런가하면 CJB청주방송은 충북의 리더들을 위한 강좌를 마련했다. ‘글로벌 리더들을 위한 CJB 초청 100인 특강’이다. 이미 지난 2009년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박원순 서울시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등을 강사로 초청한 바 있다. 올해는 지난 4월 25일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다녀갔다. 박 이사장은 올해 다산탄생 250주년을 맞아 이 시대 리더들에게 필요한 다산의 삶과 교훈에 대해 강의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저자인 그는 이 날 “다산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출간되던 해 태어났다. ‘사회계약론’은 프랑스혁명의 씨룰 뿌리고 세계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방국가에서는 다산이 루소 못지않은 인물이다. ‘목민심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같은 책을 보라”며 다산정신을 역설했다. 박은선 FM 팀장은 “이 특강은 새 재단을 영입한 서원대와 공동주최 형식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매월 1회 마지막 주는 충북의 리더들이 모여 특강을 듣고, 차를 마시며 지역현안에 대해 대화도 나누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앞으로 도올 김용옥, ‘남자의 물건’ 저자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대 교수 등을 초청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대상자를 선정해 초청장을 발송한다. 전과정 무료.

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에 이어 풀꿈환경강좌를 시작했다. 지난 4월 25일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대응방안’ 주제 강연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앞으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도보여행가 김남희, 만화가 최규석, 시인 안도현, 고전평론가 고미숙,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등이 다녀갈 예정. 매월 1회 청주시립상당도서관에서 열린다. 무료. 환경운동단체 답게 개인컵을 가져와 차를 마시도록 하고, 다 읽은 책 교환행사도 한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면서 강의 잘하기로 소문난 강사들을 데려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청주고인쇄박물관도 강좌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 충북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보는 박물관 문화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올해 문화강좌는 한국문화사를 중심으로 청주·청원지역의 고대사, 전통공예, 기록유산 관련 강좌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첫 시작은 지난 4월 12일 장호수 충북문화재연구원장의 ‘중원지역, 시작을 말하다’ 강의. 앞으로 이우태 서울시립대 교수, 최공호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강경숙 전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등이 강의한다. 이 강좌는 이달 말에 끝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