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버림받은 상혁 자살충동 잊고 이성교제를...
군입대 앞둔 어린신랑·신부에게 엄마를 찾아줘

▲ 지난달 26일 오후 충북도청소년종합지원센터를 찾은 상혁(중2·가명)군이 유선희 청소년동반자와 상담하고 있다.
<위기 청소년동반자 유선희·박경미 선생의 하루>상혁(중2·가명)이는 태어나자 마자 부모가 이혼을 했다. 이모 손에 키워지다가 첫돌이 되어 새로운 부모를 만났다. 하지만 입양아로 만난 새부모도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아 이혼을 하면서 큰이모, 작은이모, 외조부모집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

상혁이는 현재 망상적 강박관념으로 자살충동마저 느끼고 있다. 이런 상혁이가 지난달 26일 오후 충북도청소년종합지원센터를 찾았다. 바로 청소년동반자 유선희(39·사회복지사)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다. 상혁이가 집근처라고 말하지만 시내버스를 타면 세 정거장은 족히 지나야 하는 거리다.

유 선생님과의 인연은 외할머니가 상혁이를 걱정해 의뢰하면서 4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원래 청소년동반자 프로그램은 사례 배분을 통해 하나의 케이스를 만나면 3개월 정도 관리가 된다. 그런데 상혁이 같은 고위험군을 만나면 3개월을 더 연기할 수 있다.

이날 상혁이가 유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얘기는 이성문제였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생겼는데 감정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듯 했다. 청소년동반자 유 선생은 "상혁이는 소외의식이 강하고 정신적 친밀도가 낮다. 더욱이 학교생활에서 집단 따돌림 경험도 있어 관계형성에 대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혁이는 적극적인 상담활동과 서비스 연계를 통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결과 고위험군에서 현재 위험군으로 한 단계 낮아졌다. 학교 담임도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고 친구들도 상혁이를 이해해 주고 도와주면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청소년동반자는 상혁이처럼 가족의 해체로 소외의식이 강하거나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등으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해 가족과 담임교사, 경찰, 검사, 판사 등이 의뢰하면 상담활동을 벌이는 사람이다. 충북도청소년종합지원센터에는 현재 상근자 3명과 시간제 동반자 15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이 활동하고 있다.

▲ 유선희(사회복지사·39)·박경미(가족치료사·41) 청소년동반자가 지난달 26일 충북도청소년종합지원센터 상담실에서 매주 목요일 상담사들이 서로 사례관리 노하우를 전수하는 모임을 갖는다고 마주보고 말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위기청소년, 복합적 요인"
한 가지 문제가 아니라 가정과 사회, 학교 등에서 복합적인 요인으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고위험군은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 학교 결석이 잦거나 가출한 위기의 학생들이다.

처음 의뢰를 받으면 상담사례 배분이 이뤄지고 내방인지 대상자를 찾아갈지 상담방식을 정하게 된다. 특히 가정환경이나 학교에서의 활동, 교우관계 등을 면밀히 검토해 서비스 연계를 통한 정신과 전문의 상담의뢰 등도 결정하게 된다.

유 선생은 상혁이와의 오늘 상담이 끝나면 내일은 증평과 괴산을 다녀와야 한다. 가정상담과 지역 중·고등학교 재학생 4명을 만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다. 현재 충주 일부지역에는 지역 상근자가 몇명 있지만 보은, 옥천, 영동의 남부 3군과 괴산, 증평, 음성, 진천 등 중부 4군은 청소년동반자(상담사)가 없기 때문이다.

유 선생은 청소년 동반자를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정서적 지지자, 상담자, 복지서비스 연계자, 교육자로 전반적으로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그야 말로 동반자라고 설명했다. 전일제(상근자)의 경우 주 12사례, 시간제의 경우 6사례 정도를 맡고 있다. 1주일에 한 번은 적어도 대상자인 학생을 만나야 한다고 한다.

청소년동반자는 청소년 상담사에 지도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물론 아동복지학·심리학 전공자,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사람 등 평범한 주부에서 대학 교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동반자로서 연계서비스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 더욱이 관련 대학 석·박사 학위자 및 수료자로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

유 선생도 서울시립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사회복지재단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운영하는 서울아동복지관에서 2년 정도 일하다가 청소년동반자가 된 것은 횟수로 5년, 만 4년이 됐다. 유 선생은 "도내 시군을 돌며 상담하다 보면 결식아동에 가출청소년이 많아 아이들 밥 사주다 보면 월급이 동이난다"고 우스개 소리를 전했다.

"가출청소년, 유일하게 찾아줘"
연간 52사례, 4년 동안 208명의 아이들을 만났던 유 선생은 아직도 5∼6명의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 선생은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학생 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때는 선생님이 왜 이렇게 들러붙나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가출한 자기를 유일하게 찾아준 사람이 선생님이었고 감사했다고 말 할 때에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6살 때에 친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그늘에서 언니와 살아야 했던 숙희(중1)는 중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와마저 사별해야 했다. 6살 위인 언니는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쓰며 방탕한 생활을 했고 숙희는 월셋방마저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숙희의 위기 사례 관리를 맡게 된 박경미(41·가족치료사) 선생은 연락두절이후 16살 미혼모로 만나게 된 사연을 전했다. 하도 연락이 안돼 월셋방 현관문에 메모지를 붙여 놓으면 다음날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살고 있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상담활동이 이뤄지지 않다가 우연히 지역행사에서 조우했다.

숙희는 중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후 우울증에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아이 아빠가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 나이어린 엄마 숙희는 적잖은 걱정을 하고 있다. 이에 박 선생은 수소문 끝에 신랑 아버지가 필린핀으로 가 행불자가 된 사실을 알았다. 부부의 어미니들만 수소문해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면서 미혼모의 어려움을 풀어줬다.

박 선생은 "오히려 아이들이 연락이 없는 것이 사회의 한 영역에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아이들에게 과거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선생은 지난 23일엔 경찰서에서 하루 종일 보내야 했다. 남자친구와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여학생의 의견 진술이 엇갈리자 경찰이 의뢰한 경우다.

오늘은 청주의 한 고등학교를 다녀왔다. 박 선생은 "이제 곧 교도소에 가게 될 학생에게 나이도 어린데 팍삭 늙어버린 것 같다고 말하자 '뿌리가 말라도 식물은 살 수 있나요'라고 반문했다"며 "그래서 해 준 말이 개나리를 보면 가지를 꺾어 꽂아 놓아도 새 뿌리가 나고 꽃도 피운다고 말해 줬다"고 전했다.

그는 "우린 부모역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 역할을 한다"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보람과 일단 생명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회복지, 아동복지, 심리학, 가족치료 등 전공은 모두 달라도 열정만큼은 모두 동일하다. 아이들과 대화 속에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삶의 의지와 변화를 느끼게 될 때에 보람을 느낀다. 다양한 분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정해체 43.1%…심각한 사회문제
청소년동반자 남학생·중학생 이용비율 높아
소년소녀가장 등 36.7% 가정돌봄서비스 열악

▲ 충북도청소년종합지원센터
충북도청소년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한 해동안 청소년동반자프로그램을 이용한 학생 수는 모두 520명이다. 남학생이 55.8%(290)로 여학생 44.2%(230명)에 비해 많았고 연령은 중학생 연령대인 14~16세가 47.7%로 가장 많았다. 학업상황은 재학생이 84.4%(439명)로 많았지만 학업이 중단된 무직 청소년도 13.2%(69명)로 나타났다. 중학교 시기에 일어나는 문제행동은 일탈 및 비행, 학업·진로, 대인관계 등으로 상담을 받았다. 학업중단 청소년은 전체 대비 14.4%(75명)로 청소년들의 학교 부적응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소년들의 52.3%(272명)가 부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대적으로 한 부모 가족이나 조부모, 친척에 얹혀 살거나, 소년소녀 가장 등이 36.7%(191명)로 적잖아 가정에서의 돌봄이 열악함을 알 수 있다. 부모의 결혼상태는 42.9%(223명)로 대체로 높았으나(많았으나) 이혼, 별거, 사별 등 해체된 가정이 43.1%(224명)로 절반가까이가 돼 얼마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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