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목적·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 모두 거짓말은 금지
‘홍재형의 창…정우택의 방패’ 어느 한쪽은 유권자 속였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에는 두 개의 항목이 있다. 먼저 1항과 2항을 비교해 보자. 먼저 1항이다.
①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신분·직업·경력 등·재산·인격·행위·소속단체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음은 2항이다. ②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신분·직업·경력 등·재산·인격·행위·소속단체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청주 상당구 총선 결과는 정우택(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홍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정 당선자와 관련한 의혹을 종합선물세트로 터뜨렸고, 정 당선자는 이를 흑색선전이라고 맞받아쳤다. 현행 선거법은 당선될 목적이든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든 허위사실공표에 대해 엄하게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동전이 모로 서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전을 붙잡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제거되면 동전은 양면이 아닌 단면을 드러낼 것이다.

차이점이 한 눈에 들어오는가? 1항과 2항의 차이점은 각각 목적과 형량이다. 일단 목적의 차이는 1항의 경우 ‘당선되게 할 목적’이고 2항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다.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유포하는 허위사실도 분명히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형량의 차이는 남을 끌어내리는 것을 더욱 나쁘게 본다. 당선되게 할 목적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반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1항과 2항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A측에서 B를 공격했다. B는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맞받아쳤다. B는 강경하게 부인했고 유권자들은 오히려 A가 허위사실을 주장했다고 믿게 됐다. 결국 승자는 B였다. 문제는 나중에 알고 보니 A가 주장한 내용의 대부분이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B는 자신이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셈이 된다. 이는 1항에 해당된다. 물론 A가 처음부터 허위사실을 공표해 B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었다면 A는 2항에 해당돼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얘기다.

지난 4.11 총선에서 정우택(청주 상당·새누리당) 당선자를 둘러싼 공방이 이와 같다. 본보는 후보검증 차원에서 정 당선자의 성상납 의혹,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정치자금 불법 수수 및 배포 의혹, 충북청년경제포럼의 금품 및 향응 제공 의혹 등에 대해 보도했다. 또 상대측인 홍재형(민주통합당) 후보는 본보 보도를 일부 인용해 정 당선자에게 문제를 제기했다가 “흑색선전으로 일관해 온 후보”라는 반박을 들었다.

결국 누군가는 허위사실을 공표해서 표심을 얻었다는 얘기지만 던져진 동전은 현재 눕지 않고 모로 서있는 형국이다. 100짜리 동전을 책상 위에 세워보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끝을 깨뜨려 세울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직까지는 동전이 쓰러지지 않도록 잡고 있는 손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결국에는 누군가의 허위사실 공표를 판정하면서 쓰러질 것이다.

정 당선자가 허위사실 공표했다면…

정우택 당선자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첫 번째는 정 당선자가 익명의 야후 블로그 <Crime to guilty>로부터 시작돼 본보의 연속보도에 이르기까지 보도된 내용에 대해 하나같이 강경한 부인과 함께 강력한 대응을 시사하고, 행동에 옮김으로써 타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지를 사전에 차단했거나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보 3월30일자(720호) 보도와 관련해서는, 3월28일 충청리뷰 자매인터넷 ‘충북인뉴스’에 기사가 게재되자마자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주간지 충청리뷰와 계열 신문 충북인뉴스가 금일자 ‘정우택, 청년으로부터 금품수수 증거’ 제하로 보도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같은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밝혀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당선자는 또 이 보도자료에서 생일축하금 200만원, 안마의자, 스마트폰 등 청년경제포럼이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2009년 음력생일에 200만원의 축하금을 수수했다는 보도 역시 완전히 날조된 기사로,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허위보도임을 분명히 한다”는 식이다. 정 당선자는 특히 기사의 구성에 바탕이 된 청년경제포럼의 예·결산서와 회원 다수의 증언에 대해서 “왜곡된 문건과 익명의 진술에 의존해 허위보도를 남발함으로써 (후략)”라고 단정했다.

정 당선자 측의 의도는 적중했다. 선거기간 중에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해 아예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야후 블로그에 글을 올린 사람에 대한 경찰의 수사상황을 중계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모 일간지는 충청리뷰가 정 후보 측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사실을 ‘정우택, 악의적 보도 지역주간지 고발’이라는 제하에 보도했다.

심지어 정 후보의 지사시절 홍보보좌관으로 일했고 선거캠프에서는 SNS팀장을 맡았던 허민규씨가 ‘성상납 의혹’과 ‘생일축하금 수수’ 등과 관련해 4월8일 이같은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취지의 양심선언을 했음에도 지역언론들은 보도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정 후보의 각종 의혹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기자회견 공방 내용만을 전했던 대부분의 언론들이 최측근의 양심고백까지 이어졌지만 공방 중심의 보도태도를 버리지 않았다”면서 “이는 정 후보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부인(否認)과 겁주기 등을 반복한 데다 일부 사주들의 편집권 침해, 기자들의 정우택 프렌들리,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접근 기피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돼 이뤄진 결과로 본다”고 분석했다.

홍재형 후보에게 민심 ‘역풍’

두 번째는 이같은 언론의 외면과 엄호 속에 정 당선자가 누차의 토론회를 통해 일련의 의혹제기를 모두 흑색선전으로 몰아붙인 데다 그 주체를 홍 후보로 단정했다는 것이다. 결국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후보검증과 흑색선전을 혼동하게 됐고, 표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정 당선자가 3월31일 청주KBS 후보자 토론회 마무리발언에서 “흑색선전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홍재형후보의 비방선거와 저 정우택의 정책선거의 대결입니다”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유권자들에게 강한 각인효과를 남겼다. 정 당선자는 4월3일 HCN 토론회에서도 “홍재형 후보의 비방 흑색선거와 정우택의 정책과 비전의 선거 대결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같은 말을 되뇌었다.

정 당선자는 <Crime to guilty>의 의혹제기나 본보의 보도, 홍재형 후보의 토론회 발언 등에 대해 ‘제3의 세력 또는 모 정당 관계자’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낙선을 바라는 세력’들이 흑색선전을 조직적으로 준비해온 듯한 인상을 줬다. 적어도 3월27일부터는 확실히 그랬다.

3월27일은 정 당선자 측이 1주일 전(3월18일) “제가 성상납을 받았다는 등 사실이 아닌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저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고 저의 정치생명을 끊으려 시도한 범죄 혐의자 3명을 찾아내 오늘 오전 검찰과 경찰에 고발조치했습니다.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한 이들은 손인석, 허민규, 양○○ 등 선후배 관계 3명입니다”라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던 것을 번복해 이들 3명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 날이다.

정 당선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시간이 흐를수록 ‘제3세력’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어 고발을 취하했다”고 밝혔으며 당일 CJB청주방송 토론회 마무리발언에서는 “저를 끌어내리기 위해서 온갖 음해와 비방 또 정치공작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그 배후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흑색선전은 누가 하는 것입니까. 정치공작과 흑색네거티브를 통해서 이득을 보는 집단이 누구인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측근들의 배신’에서 제3세력의 흑색선전으로 돌변하는 데는 불과 하루면 충분했다. 그 이후 방송토론회 등을 통해 그 제3세력이 결국 정당관계자에서 홍재형 후보로 특정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선거가 끝났다. 이제는 제3세력이 누구인지, <Crime to guilty>의 의혹제기부터 개입했다는 정황이 무엇인지 이제는 정 당선자가 스스로 밝혀야할 때가 됐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넘어갈 일은 아니다.

“거짓말 밝혀지면 허위사실 공표”

동전이 쓰러지지 않도록 잡고 있는 손을 치우고 양면이 아닌 단면의 진실을 밝히는 ‘공’은 이제 사법기관 앞으로 굴러갔다.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창(槍)’이 되어버린 홍재형 후보와 ‘방패(防牌)’의 역할로 일관했던 정우택 당선자 가운데 누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는지를 가려할 책임이 검찰 혹은 법원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는 수사의뢰와 고발, 고소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먼저 홍재형 후보 측에서 정우택 당선자를 고발한 건은 ‘홍 후보의 나이를 실제 나이(74)와 달리 77세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건’ ‘2010년 지방선거 당시 1000만원을 받아 지방의회 후보들에게 배포한 정치자금법 위반 건’ ‘4월8일 기자회견 호소문에서 17대 총선에서도 상대편을 매수하기 위해 후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건’ 등 모두 3건이다.

또 당초 정 당선자에 의해 <Crime to guilty> 문건 유포자로 고발됐던 3명 가운데 허민규, 양○○ 등이 정 당선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역(逆) 고소한 상태다. 충청리뷰는 일련의 보도와 관련해 정우택 당선자에 의해 3억원을 손해배상금으로,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다. 이밖에 정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비판적인 댓글을 달거나 전파한 네티즌 다수도 고발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선거종료와 함께 시작돼 진행 중이다. 홍재형 캠프 관계자가 이미 경찰에 여러 차례 출두해 조사를 받았으며 허민규, 양○○ 등도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해 한 차례 조사를 마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고소·고발된 내용 외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관계에 대한 접근 없이는 부분적인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제약이 따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충북도 선관위 관계자는 “보도자료, 방송토론 등을 통해 정 당선자가 반박한 내용이 만약에 사실과 다른 것으로 사법적 결론이 날 경우 이는 선거법 250조의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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