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 정치부 기자

“울산에 가 보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는 새누리당 현수막이 많이 걸려있습니다. 이것이 새누리당 입장 맞습니까?” “새누리당 의석이 과반수가 넘는데, 마음만 먹으면 비정규직 정규직화 할 수 있는데 그동안 하지 않았습니다. 선거 때 되니까 정규직화 하겠다는 말을 하니 그 말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다른 법은 날치기도 잘 하면서 왜 비정규직 철폐는 하지 못했습니까?”

4.11 총선을 앞두고 한동안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이른바 ‘순자어록’을 아는가. 인간의 본성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는 인성론을 주장한 중국 사상가 ‘순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총선 전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은 청소노동자 김순자 후보(57)가 트위터와 방송에서 남긴 여러 말들이 “경험에서 나온 진솔한 말이 여타 정당이 성급히 내놓은 공약보다 훨씬 와 닿는다”는 평가를 받고 SNS에서 확산되며 나타난 표현이다. 가히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집권 여당과 총선을 준비하는 후보들에게 청문회 수준이었다.

지난 16일, 김 후보는 MBC 시사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선거가 끝나) 다 지나간 얘기이긴 합니다만 들어가셨다면 어떻게 하시고 싶었나요”라는 손 아나운서의 질문에 “들어갔다면 하고 싶은 게 많았죠. 특히나 저는 비정규직 노동자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대한 서러움 이런 걸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버스도 타본 사람이 버스요금도 알듯이 아무래도 현장에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많이 안 알겠나 싶어서 저는 대단한 각오를 가지고 이번 총선에 임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게 저의 부족이었겠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손 아나운서는 “이 말씀을 선거 전에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 연결을 못해드려서 미안하기도 합니다”라고 위로했다.

총선을 일주일 정도 앞둔 지난 5일 김 후보는 충북을 방문했다. 진보신당 충북도당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 공동 주최로 도청 기자실에서 열린 회견에서 김 후보는 “총선을 앞두고 여러 공약들이 남발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진정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당이냐”고 물은 뒤 “노동자 정치가 이 나라에 깊이 뿌리내리길 바라며 진정한 노동자 정치를 실현 할 수 있도록 진보신당을 지지해 줄 것을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이어 한 청소노동자도 지지발언을 통해 “저희 같은 청소노동자가 국회로 나가셔서 사회적 약자들을 생각하는 정치를 해 주시고, 늘 가까이 뵐 수 있는 의원님이 되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다음날 도내 지역 일간지에는 단 한 줄도 기사가 실리지 않았다. 기자가 아무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앞서 통합진보당 충북도당이 유력 후보의 자질 문제를 놓고 열린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유권자에게 당의 정책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는 군소정당의 설움(?)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많은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는다.

어쨌든 상호비방이 난무하는 전쟁 같았던 이번 총선이 끝났다. 혹자는 선거는 오만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그 오만에서 승리한 후보는 앞으로 헛된 공명심보다 진정 자신을 믿고 찍어준 유권자들을 위해 바르고 겸손한 정치하시길 당부한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혹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뜻을 똑똑한 의원님들은 잘 아시지 않는가.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